효능 관련 과학적 증거 입증된 바 없어
건강을 위해 알칼리수(alkaline water)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알칼리수를 만병통치·불로장생의 효험이 있는 것으로 영약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 효능을 놓고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과학적 검토보다는, 주관적 믿음이나 가설을 근거로 하는 유사과학적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어
서둘러 과학적 사실들을 규명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이온도 녹아 있지 않는 순수한 물의 pH는 이론적으로 7이다.
알칼리수는 수소이온농도인 pH가 7보다 큰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 법으로 알칼리수의 pH는 8.5~10 사이지만, 영국 기준으로는 7.5 이상, 국제 기준으로는 7.8 이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알칼리수 판매가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과학자들이 알칼리수의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알칼리수에 대한 지나친 맹신을 우려하고 있다. ⓒWikipedia
“오래 된 가설에 근거해 제품 광고 중”
30일 ‘가디언’ 지는 최근 세계적으로 알칼리수 시장 규모가 급속히 팽창하고 있으며, 그 추세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 ‘베버리지 마케팅 코퍼레이션(Beverage Marketing Corporation)’에 따르면
2014년 알칼리수 시장규모는 4700만 달러였다.
이후 3년이 지난 2017년에는 4억2700만 달러(한화 약 4900억 원)로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영국에서는 지금 다양한 알칼리수 브랜드가 등장해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듣고 있는 중이다.
‘에센시아’란 제품의 pH는 9.5에 달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에서는 뛰어난 수화(hydraytion) 과정을 통해
산성성분을 거의 완벽히 제거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알카라인88’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사람의 몸과 가장 적절한 조화를 이루기 위해 pH를 8.8에 맞추고 있다는 광고를 하고 있다.
이렇게 치열한 광고전이 전개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궁금한 사항이 하나 둘이 아니다.
가장 큰 의문은 pH가 높은 알칼리수가 사람 몸에 들어와 얼마나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캐나다 캘러리 의과대학 섭생과 전염병학 교수인 타니스 펜톤(Tanis Fenton) 교수는 알칼리성 식품과 질병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인물이다.
그는 ‘가디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칼리수 업체들은
매우 오래된 ‘산성 재 가설( acid-ash hypothesis)’에 근거해 자사 제품을 광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고기, 생선, 계란, 곡류 등을 섭취했을 때 우리 몸에 산성 재(acid-ash)와 같은 어떤 물질들이 쌓이게 된다는 가설을 말한다.
때문에 이들 음식들을 더 많이 먹게 되면 몸 안의 산성도가 높아지고 골다공증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지난 2002년 스코틀랜드 출신 대체의학자인 로버트 영(Robert O Young) 씨는
‘pH 기적(pH Miracle)’이란 저서에서 ‘산성 재 가설’을 통해 알칼리 식단(alkaline diet) 열풍이 일어났다고 당시 상황을 분석한 바 있다.
“사람 몸의 혈중 pH 7.4에서 자동 조절”
그는 알칼리 식단을 통해 소화불량에서부터 암에 이르는
‘온갖 종류의 고민(alternative medicine practitioner)’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돼 고발을 당하게 된다.
그는 법원으로부터 혐의가 인정돼 2017년 3년 실형 선고를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영양사들을 위해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펜톤 교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알칼리 식품을 더 많이 섭취해 pH를 높이는 것이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믿어왔다”고 말하며
“그러나 pH 농도가 올라갈수록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어떤 과학적인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알칼리수 섭취가 암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소규모 연구가 진행돼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 발표되긴 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과학적으로 치료 효과가 있다는 확고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펜튼 교수는 이어 “우리 몸의 효소는 매우 정교한 과정을 통해 혈중 pH를 조절하고 있으며,
그 목표를 7.4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표를 과도하게 미달하거나 벗어날 경우 생존이 힘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다만 스스로 혈중 pH를 조절할 수는 없지만 알칼리 식품을 다량 섭취할 경우 몸 밖으로 배출되는 소변 pH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펜튼 교수는 “대부분 사람의 소변은 pH가 6으로 산성을 띠고 있지만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콩팥 기능이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알칼리수는 대중으로부터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귀네스 팰트로는 틀렸나?:
셀러브리티 문화와 과학이 부딪칠 때(Is Gwyneth Paltrow Wrong About Everything?:
When Celebrity Culture and Science Clash)’란 책을 쓴 캐나다 앨버타 대학의 팀 콜필드(Tim Caulfield) 교수는
“먹는 물 산업은 세계적으로 수 조 달러의 거대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산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과학과는 무관한 마케팅에 기인한 것으로 건강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중의 웰니스(wellness) 염원과 결합해
지금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았다.
컨설팅 회사인 ‘제이 월터 톰슨’의 루시 그린(Lucie Greene) 이사는
“알칼리수 열풍은 최근 생수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생수 소비가 급증하면서 생긴 좋은 물을 마시려는 소비자 욕구가
이제 알칼리수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그 시발점이 미국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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