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길라잡이

[스크랩] 하루에 3리터씩 일주일, 물먹는 하마처럼 살아보니

tkaudeotk 2018. 11. 24. 13:38


체중 감량, 스트레스 감소, 혈액 순환 촉진, 소화 증진, 노폐물 배출, 통증 완화, 변비 완화, 해독 작용, 

피부 노화 예방, 피로회복, 피부 주름 개선, 숙면 등

흡사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지지만, 누구나 매일 마시는 물의 효능으로 알려진 것들이다. 

이렇게 좋은 물, 얼마나 마시는 것이 적당할까? '물 권장량'을 찾아보니 "하루에 8잔의 물을 마시면 더 건강해진다" 

"물 2리터 이상을 꾸준히 마시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풍문으로만 들어온 물의 효과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 일주일간 매일 물 3리터를 마시고 변화를 기록해봤다. 

'2리터만 마셔도 좋다는데 3리터를 마시면 몸에 더 좋지 않을까?'라는 무척 단순한 생각이 이 실험의 신호탄이었다.


◆ "실험을 시작하지"
하루에 3리터의 물을 마시는 실험은 11월 8일 목요일 00시 정각에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며 시작됐다. 

실험 전 집에 있는 머그잔의 용량을 계측해야 했다. 집에 있는 컵 한 잔에 몇 ml의 물이 담겼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2리터 생수병을 이용하니 정확히 6컵 정도가 나왔다. 1컵에 약 333mL인 셈.

남은 24시간 동안 8잔의 물만 더 마시면 된다고 생각하니 어렵지 않겠다는 판단이 섰다. 

하루 중 마시는 3리터의 물에는 보리차, 결명자, 둥굴레차, 옥수수차, 녹차, 홍차, 

커피 등은 제외하고 순수한 생수만 측정하기로 했다.


일주일간 물을 마시며 몸무게와 혈압의 변화, 화장실을 방문한 횟수도 함께 측정하기로 했다. 
첫날 나의 몸무게는 60.4kg. 혈압은 140-92로 약간의 고혈압 상태였다.

◆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하루에 3리터의 물을 마셔야 하니 커피는 자연스레 줄이게 됐다. 

배는 물로 가득 찼고, 그곳에 커피가 설 자리는 남아있지 않았다.

"어디 안 좋아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잠을 못 잤나 봐요? 너무 피곤해 보여요" 

"눈에 힘이 없네" 카페인 없이 생활한 첫날, 회사의 동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하루에 최소 커피 2잔을 마시다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으니 그동안 얼마나 카페인에 의지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물을 들이켰고 오후 3시 20분경 총 2리터를 마셨다. 
3리터를 채운 것은 오후 11시 30분 경이었다. 회사에서 있는 9시간 동안 500ml 페트병으로 3병, 
나머지 시간에 1.5리터를 마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라는 판단하에 조금 더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기로 했다.


 "화장실의 문턱이 닳지는 않았다"
첫날 화장실을 찾은 횟수는 총 7번. 예상보다는 적은 횟수였다. 

체감상 커피를 마실 때보다도 화장실을 찾는 간격은 길어진 느낌이었다.

이후 2일 차와 3일 차는 각 8번, 4일 차와 5일 차에는 5번, 6일 차에는 6번, 7일 차에는 5번을 방문했다. 

화장실 방문이 잦았던 처음과 달리 실험 후반부로 갈수록 그 횟수는 줄어들었다.




이때부터 마지막 날인 7일 차 11월 14일까지 매일 에스프레소 1잔을 마셨다.

카페인을 줄이는 것보다 신경이 쓰였던 것은 어디서든 마신 물의 용량을 기록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식당의 컵 대부분은 용량이 적혀 있지 않아 물을 마셔도 용량을 알 수 없었다. 

2일 차부터는 기록을 위해 생수를 들고 다니며 마시기 시작했다.


◆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됐다"
많은 양의 물을 마시다 보니 포만감 역시 자연스레 뒤따라왔다. 

하지만 항상 헛배가 부른 느낌에 짜고 달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는 '당연한 이치'라며 김장할 때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물을 과도하게 많이 마시면 혈액 속의 염농도와 포도당 농도 등이 묽어지고 
이에 삼투압을 맞추기 위해 몸이 짜고 단 음식을 찾게 된다는 것.


◆ "몸무게는 그대로, 혈압은 글쎄?"
실험 기간 중 주말을 제외한 5일간 회사의 휴게실에 있는 혈압 검사기로 혈압을 기록했다. 

몸무게는 기상 후와 취침 전 측정했는데 일주일간 유의미한 변화를 찾기는 어려웠다.



특히 혈압의 경우는 음수 양과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었다. 
김갑성 가정의학과전문의는 "혈압은 아침, 점심, 저녁에 따라 1~20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며 
"3리터정도의 물을 마신 것이 혈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 "하루에 3리터, 정말 괜찮을 걸까?"
중앙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김진욱 교수는 

"1970년대부터 하루에 물 8잔 마시기, 2리터 마시기 운동이 유행하고 있지만 

물을 많이 마신다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무턱대고 물을 많이 마시면 물 중독으로 뇌부종이나 전해질 불균형에 이를 수 있다는 것. 
또한 연세가 있는 노인의 경우 한밤중 소변을 보기 인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 건강상에 더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하루에 8잔, 2리터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 출발한 것일까?


김 교수에 따르면 1945년 미국과학위원회 산하 영양위원회가 하루 2,500mL의 수분섭취가 좋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당시 보고서에는 음식이나 음료수 내 수분을 합산할 경우 이미 충분한 수분섭취가 이루어진다는 단서가 제시됐었다. 
그러나 보고서 내 뒷부분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으며 이러한 오해가 시작됐다는 것.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또한 비슷한 조언을 했다.


이미 뉴욕타임스와 BBC에서도 잘못 알려진 의학 미신으로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목마르지 않을 때는 억지로 물을 마실 이유가 없습니다" 
이 명예교수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건강해지는 길은 아니기 때문에 갈증이 생길 때만 물을 마셔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 명예교수는 일주일간 하루에 3리터씩 물을 마셨다는 기자의 말에 

"콩팥이 고생 꽤나 했겠네요"라며 위로 아닌 위로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물을 달고 살았던 일주일 내내 피부가 촉촉해지거나 체중이 줄거나 몸이 가벼워지는 등의 눈부신 효과는 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억지로 물을 마시고, 하루에 마신 물의 양을 수시로 확인하는 과정이 귀찮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때문에 체험이 모두 끝난 후 '내가 둔감한 것일까'하는 고민을 품은 채 취재를 시작했는데,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난 후에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우리 몸의 70%가 물일지라도 원치 않는 물을 억지로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을 리 없었다.


일주일의 짧은 실험을 통해 마주한 단어는 과유불급이란 단순한 진리였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고사성어에서 물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물먹는 하마는 옷장에 있는 것으로 충분해 보였다.

YTN PLUS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출처 : 부천산수원산악회
글쓴이 : 사명대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