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중학생 땐
왜 그리 달력 한 장 떼어내는 게
참 더디게 느껴졌던지
아마도 이런 까닭이었으리라
시장 뒤편 허름한 영화관,
그 이상야릇한 에로 영화가 보고파서
세월이라는 담장을 훌쩍 뛰어넘고 싶었던,
철부지는
온데간데없고
낡아빠진 흑백영화처럼
아름다웠던 시절이 택시 차창에 스며든다
한참을 달리고도 목적지를 말할 수
없는 나는,
너무 늙은 탓일까
턱 밑에 난 수염이 괜히 부담스럽다
우리들의 사랑이란 이렇게
총알택시처럼 빠르다는 사실을
알아갈 즈음,
내 눈물에도 여러 겹의 무늬가 있음을 깨달았다
규정할 수 없는 무형의 아픔 속에서
택시를 타고
바람결에 날리는 눈물은
지금 한때의 추억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것이다
-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중에서
https://story.kakao.com/ch/kim2
출처 : 부천산수원산악회
글쓴이 : 사명대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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