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과 건강

<연합시론> 담뱃갑 경고그림 상단배치, 잘했다

tkaudeotk 2016. 5. 24. 08:30

(서울=연합뉴스) 


담뱃갑 상단에 흡연 경고그림을 넣으려는 보건복지부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던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13일 재심 끝에 복지부의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규개위가 국민 건강을 위한 경고그림의 취지에 맞는 결정을 뒤늦게라도 한 것은 다행이다. 

앞서 규개위는 지난달 22일 심의에서 경고그림 위치를 담뱃갑 상단에 고정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 당시 심의 과정에서 담배업계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듣는 등 

규개위가 담배업계 이익을 대변했다는 비판이 금연단체와 보건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고 

복지부도 심의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가이드라인은 

담배업계 관계자의 정부위원회 참석을 불허하고, 경고그림은 담뱃갑 상단에 위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규개위의 지난달 22일 심의 당시 회의록을 보면 규개위가 국민의 건강은 생각하지 않고 

담배업계 의견만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A 위원은 "국제협약도 국내 적용에서는 논리적인 근거와 타당성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고 말한 뒤 

"FCTC 당사국은 가이드라인까지도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B 위원은 "경고그림이 노약자, 임신부, 판매업소 종업원들에게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말했고, 

C 위원은 "어린 학생이 금연교육을 받고 흡연에 대해 병적인 반응을 보이는 정신적 피해사례도 있다"고 지적하는 등 

금연교육 자체가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경고그림은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려면 노출도가 높은 곳에 부착해 담배를 사려는 사람의 눈에 잘 띄게 하는 것이 상식이다. 

쉬운 예로 담뱃갑 하단에 경고그림을 넣으면 담배를 진열할 때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더욱이 경고그림 위치를 업계의 자율에 맡기면 여러 가지 꼼수가 나올 소지가 다분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한 80개국 중 위치를 상단으로 명시한 경우는 63.8%나 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의 흡연 국가라고 한다. 


2013년 기준 한국의 만 15세 이상 남성 흡연율은 36.2%로 OECD 평균 24.4%보다 11.8%포인트나 높았다.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 의무화는 국민건강 증진법 개정안이 작년 5월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도화됐다. 

2002년 이후 11번의 시도 끝에 13년 만에 겨우 입법화된 것이다. 

물론 금연정책도 국민 경제와 이해당사자에게 미치는 부작용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 국민 건강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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