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위비 콘서트]
행복은 生存위한 수단… 사람·음식을 찾도록 하는 생물학적 신호
[서은국 교수의 '진화심리학으로 본 행복의 기원']
- 행복, 가장 큰 요인은 유전
떨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 행복 느끼는 정도·빈도 비슷
- 조건보다는 관계
외모·소득·학벌과 관련 적어… 외향성이 절대적으로 중요
- 행복은 아이스크림
달콤함은 곧 녹아 없어져…
아이스크림을 자주 사서 행복을 빈번하게 경험해야
- '행복 전구' 확실히 켜는 법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주 식사 하는 것
위클리비즈는 조선비즈 북클럽과 함께 지난 25일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를 초청,
'진화심리학으로 본 행복의 기원'이란 제목으로 지식 콘서트를 열었다. 강연 내용을 정리한다.
다음 행사는 7월 22일 저녁 7시 광화문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에서 열리며
조광수 연세대 교수가 'UX(사용자 경험)로 바라본 세상'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02)6925-2542
▲ 서은국 교수는 “행복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며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좋아하는 사람과 밥을 자주 먹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남강호 기자행복은 인류가 오랫동안 고민해온 화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은 존재의 최종 목적 이유(Summum Bonum)', 즉 '최고의 선(善)'이란 말을 남겼다.
그러나 많은 오해가 거기서 싹텄다.
사람들은 "생존의 이유가 행복에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학은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유가 행복이 아니라 '생존'이고,
행복은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알려준다.
행복을 연구해 내린 결론은 두 가지다. 즉 사회적 관계(외향성)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객관적 조건, 예컨대 학벌이나 소득·외모 등은 행복과 관련이 적다는 사실이다.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
결국 행복은 생각이나 가치·관념이 아니라 '경험'이고, 이를 머리로 통제하는 건 한계가 있다.
바퀴벌레에서 세균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설명한 뒤 먹으라 하면 먹을 수 있을까.
바퀴벌레에 대한 역겨움은 오랫동안 뇌에 강력히 프로그램된 경험이다. 아무리 깨끗하다고 말해줘도 먹기 어렵다.
행복을 뇌에서 만드는 소리라 하자. 그렇다면 뇌라는 악기는 언제 무슨 목적으로 행복이라는 소리를 만들까?
빨간 사과는 본래 빨간 게 아니라 사과 표면에 빛이 반사돼 사람의 시각 세포들을 흥분시키고,
이 정보가 다시 뇌에 전달되면서 순식간에 합성을 해 '빨갛다'라는 비주얼을 보여줄 뿐이다.
선물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선물을 받을 때 기쁨은 선물 자체에 묻어 있는 게 아니라
받을 때 여러 생각과 고마운 마음 등이 결합해서 이른바 '행복 전구를 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행복 전구는 언제 켜지나? 돈을 벌고 멋진 차를 타면 행복 전구가 켜지는가? 물론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은 하루살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차를 샀다고 1년 내내 차만 보면 행복해지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뭔가 모자란 분이다(웃음). 인
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처음 접하면 행복을 느끼지만, 지속성은 없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시간이 지나면 적응한다.
그렇다면 외모가 뛰어나면 행복 전구가 켜질까? 외모와 행복의 관계를 실제 연구한 사례가 있다.
1995년 실험 대상자들 얼굴을 사진으로 찍어 이성에게 점수로 평가하게 하고, 상위 10%와 하위 10%를 나눴다.
화장과 머리 스타일 등 효과를 없애 민낯으로 머리엔 샤워캡까지 씌웠다.
그리고 상·하위 10%에게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물어봤다.
결과는 두 그룹 사이 행복도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여성은 하위 10% 그룹이 왠지 모르지만 행복도가 약간 더 높았다.
이 역시 '적응'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쁜 애들은 태어날 때부터 예뻤다.
그래서 예쁘다는 말에 대해 별 감흥이 없다.
그리고 예쁘기 때문에 이를 유지해야 하고, 누군가 성가시게 하는 등 외모에 수반된 고통도 다양하다.
아이스크림처럼 인생의 어떤 것도 순간적으로 달콤함을 줄 수 있지만, 반드시 녹아 사라진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자주 사는 것, 즉 빈번하게 행복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
인간은 100% 동물이다
학계에서는 정설이지만 사실 행복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유전이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가 간혹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가 있다.
미네소타대에서 제임스란 이름을 가진 일란성 쌍둥이를 비교한 연구가 있다.
생후 3주 만에 헤어져 평생을 따로 살다 32세에 다시 만났다.
비교해 봤더니 둘 다 이혼했고, 전처 이름, 아들 이름, 개 이름, 특이한 습성, 싫어하는 스포츠,
자주 가는 휴양지가 같고, 직업도 같았다.
그리고 둘이 행복을 느끼는 정도와 빈도, 상황 역시 비슷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았는데도.
골반 큰 여자, S라인 여자, 원통형 여자가 있다고 치자.
누굴 선택하겠는가.
남자들은 압도적으로 두 번째로 답한다.
여자들도 그렇게 되려 노력한다.
결정적 요인은 엉덩이와 비교한 허리 비율인데 두 번째 유형은 0.7 정도다.
이런 콜라병 몸매를 대부분 남자가 선호하는데,
이 수치(0.7)에 가까울수록 건강한 2세를 낳을 확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 몸매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들 생존 확률이 높았기에 그게 아름답다고 느끼도록 프로그램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행복에 대한 질문은 '어떻게(how)'였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것인가라는 것.
그러나 '왜(why)'라는 질문을 해봐야 한다.
왜 행복을 느끼느냐에 대해 본질적 이해를 구하자는 것이다.
감정의 역할은 뭘까. 부정적 정서는 해로운 것에서 자신을 피신시키는 작업이다.
뱀이나 바퀴벌레를 보고 역겨움을 느끼는 게 이런 감정의 역할이다.
반면 긍정적 정서는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추구한다.
개에게 서핑을 가르치고 싶다면 우선 개가 가장 좋아하는 걸 파악해 이를 미끼로 서핑 동작을 가르칠 수 있다.
인간의 긍정적 감정은 개가 서핑을 하게 만드는 방법과 비슷하다.
인간의 목표는 생존이다. 결정적 미끼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쾌감과 긍정적 정서다.
결국은 사람이다
뇌는 생존에 가장 중요한 자원을 찾아 헤맨다. 생존 필수품에 가까워질 때 행복 전구가 켜진다.
그럼 생존 필수품은 뭘까. 먼저 당연히 음식이다. 하루 세 끼를 먹는 건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쾌감이 없다면 영양실조로 죽을 것이다.
둘째는 사람.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죽음이다.
지금은 사람이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전에는 달랐다.
음식이 없어서 죽고, 짐승에게 공격받아 죽었다.
그래서 집단에서 떨어져 고립되면 고통을 느끼도록 프로그램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애인이 떠날 때 고통 알람이 울리는 뇌 부위는 발가락이 잘릴 때와 똑같다.
우리는 고통을 느낄 때 타이레놀을 먹는다.
그렇다면 애인이 떠날 때 소주를 먹지 않고 타이레놀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덜 아파진다는 결과가 있다.
행복은 쉽게 정리하자면, 생존 필수품인 음식과 사람을 찾도록 해주는 생물학적 신호라 볼 수 있다.
옥수수는 불이 있어야 팝콘이 된다. 사람에게 불은 사람이다. 사람과 많이 어울리는 사람이 행복해진다.
외향적인 사람은 선천적으로 이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복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밥을 자주 먹으라
커리어나 명성도 모두 사람과 관계된 것이다. 만약에 오늘 밤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 지구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해 보자.
컴퓨터를 켰더니 '사장으로 승진했다'는 메일이 와있다.
기쁜가?
기쁘다. 승진했기 때문에.
그런데 자랑할 사람이 없다. 축하할 사람도 없다. 행복한가?
행복을 추상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게 아닌 구체적인 일상의 한 장면으로 표현한다면, 좋아하는 사람과 음식을 먹는 것이다.
빈민가에 살아도 지인들과 밥을 같이 먹고 지내면 행복 전구가 계속 켜질 수 있다.
―외향적인 사람이 생존에 유리하다면 세상엔 외향적인 사람이 훨씬 많아야 하는데 실제는 외향·내향적인 사람 비율은 비슷하다.
"모든 성격엔 장단점이 있다. 외향성의 장점은 사회성이다. 그러나 이를 상쇄시키는 단점도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자극이 굉장히 필요한 사람이다. 자극적인 일도 많이 한다.
운전은 빨리, 음식은 맵게. 그 와중에 위험을 많이 당해 많이 죽기도 한다."
―행복의 크기와 깊이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나.
"가장 비슷한 표현은 강도(强度)와 빈도다. 한국인은 행복을 한 방으로 만회하려 하는데, 이는 강도를 중요시한 것이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행복에 강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빈도가 중요하다.
'행복은 소소한 것에서 온다'는 말이 맞는 이유다. 행복한 사람들은 별것 아닌 데서 하루 여러 번 행복을 느낀다."
―한국 사람들은 모임도 많고 회식도 많이 한다. 그런데 왜 불행한가.
"행복과 불행이 모두 사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도, 피곤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과 교류가 이익이 되는 사회가 있고, 그렇지 않은 사회도 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밥을 먹어야 한다면 불행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http://biz.chosun.com/ 정리=이위재 기자
'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는 것보다 빌리는 게 비싸”…렌털비가 구입가의 3배 (0) | 2014.07.13 |
---|---|
외국인이 뽑은 '한국 대표 한식 베스트11' (0) | 2014.07.04 |
인생을 역전시키는 사람들 (0) | 2014.06.29 |
[스크랩] 남한산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한국 11번째 쾌거 (0) | 2014.06.26 |
천재들의 어머니 (0) | 2014.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