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문선명 통일교, 그저 기막힐뿐이다

tkaudeotk 2014. 6. 5. 17:10


【상파울루=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428>

“Tan shini negyotul tonaga tuie”, “I mog sum bachoso tongil tong-iri iyoora.”

브라질 상파울루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경배 현장에서 우리말 노래가 울려 퍼진다. 

찬송가가 아니다. 

‘사랑해 당신을’로 출발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마무리되는 예배다. 

브라질 신자들은 우리말과 포르투갈어로 합창한다. 

이들 신도는 역시 한국어로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차렷”이라고 말한다.

노래와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통일교 버전 주기도문인 ‘가정 맹세’를 억양만 이상한 한국말로 중얼중얼하는 현지인들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천일국 주인 우리 가정은 참사랑을 중심하고 본향땅을 찾아 

본연의 창조이상인 지상천국과 천상천국을 창건할 것을 맹세하나이다”로 시작하는 꽤 긴 글이다.

상파울루에만 이런 통일교회가 120곳에 이른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했고, 문선명 총재는 한글세계화를 실천했다”는 

통일그룹 안호열 대외협력본부장의 주장이 과장 만은 아닌 듯하다.

경배를 주도하는 젊은 엘리트 목사는 일본 와세다대 출신 사사키 고이치다. 

포르투갈어와 한국어를 섞어 기도를 이끌고 설교한다. 교인들은 ‘아멘’ 대신 ‘아주’를 연발하며 호응한다. 

‘내가 주인’이라는 뜻이다. 문선명이 만든 용어다. ‘아’를 길게 발음한다.

브라질 통일교도의 25%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이다.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있는 여느 교회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경배 막바지 헌금기도 순서에서는 저마다 돈봉투를 꺼내들고 줄을 선다. 

‘수입’의 90%는 세상을 위해, 나머지 10%만 교회를 위해 쓴다는 통일교다.




이 외국인들은 문선명의 타협 없는 ‘1부1처주의’에 공감한다. 

문선명은 “바람 피우지 마라”, “고추는 네 마누라의 것이다”,

 “사람이 동물들과 달리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사랑을 나누는 까닭은 

다른 남자, 다른 여자와 헷갈리지 말라는 의미”라고 언제나 강조했다.


1980년대 후반 일찌감치 문선명은 필리핀 신부 5000명, 일본인 신부 7000명을 한국남성과 ‘축복결혼’시켰다. 
‘다문화’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다. 
또 하나, 이혼률 30%인 이 시대에 통일교 합동결혼식으로 맺어진 부부의 이혼률은 3%에 그치고 있다. 
문선명류 가정지키기가 주효하다는 방증이다.

문선명의 화법은 직설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조지 H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을 불러들였을 때가 좋은 보기다.
 통일교의 스페인어 신문 창간을 축하하는 자리다. 

이날 문선명의 축사는 몹시 별났다.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면서 방독면을 쓰는가? 웃을 일이 아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다. 
남이 눈다면 재빨리 적당한 거리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자기 똥냄새를 맡을 때는 그렇지 않다. 
똥은 내몸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똥이 더럽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고 설파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렸을 때 코딱지를 먹어보지 않았나? 달던가, 짜던가? 짰지? 코딱지 맛을 봤으니 답할 수 있는 것이다.
 왜 더럽다고 여기지 않았는가? 당신 신체의 일부여서 그렇다.” 아~주.

문선명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인은 모름지기 없었다. 
통일교는 문선명은 물론, ‘문선명의 오른팔’ 박보희까지 특별한 코리안 리스트에 이름을 걸게 만들었다. 
아동·청소년기의 현 486, 586세대를 애국자로 만들어버린 작은 책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주인공이 박보희다. 
두 사람과 유사한 지명도를 확보한 저명인사는 김정일, 김일성, 정주영 정도다.

문선명은 철저한 보수우익이다. 미국 공화당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워터게이트 앞에서도 리처드 닉슨을 지지하는 사설을 자신의 워싱턴타임스 신문에 연일 게재토록 했다. 
대통령 닉슨을 용서하고, 사건을 잊으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문선명은 북의 김일성과도 친했다. 
싫다고 외면하면 그만이건만, 설득을 택했다. 
행동하는 반공주의자의 뚝심은 전쟁억제력으로 작용하기에 이르렀다. 
평양에서 김일성과 대면하자마자 문선명은 “형님!”이라고 부르며 손을 잡았다. 
김일성이 여덟살 많고, 고향이 평안도로 같으니 형은 형이다. 
악수를 마친 김일성이 손을 빼려 했지만, 문선명은 손아귀에 더욱 힘을 줬다. 
김일성과 손을 맞잡은 채 찍은 사진을 남긴 유일하다시피한 인물로 기록된 기싸움 사연이다.




북에서 문선명은 잠도 안 잤다. 밤새 ‘원리강론’을 낭독했다. 

“도청하는 자들을 교화시키기 위해”서다. 

창조원리·타락론·구원론·부활론·예정론·기독론, 복귀원리와 재림론으로 이뤄진 통일교 경전이 원리강론이다. 

인격적 존재로서 본성상(本性相)과 본형상의 이성성상(二性性相), 

본양성(本陽性)과 본음성(本陰性)의 이성성상의 중화적(中和的) 주체(主體)로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한다. 

자율과 신율을 동일시하며 은총보다 성숙, 해석보다는 행동을 역설하고 있다. 

새로운 구원역사의 중심으로 한국, 하나님의 선민으로 한국인을 지목한다.


북측은 김일성 혁명사상을 문선명에게 장시간에 걸쳐 주입했다. 일정에 없던 것이다. 
잠자코 다 듣고 난 문선명은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 차례”라며 주체사상 골수 추종자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다.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자신의 방북사실을 체제선전에 이용하려는 북과 담판,
 ‘문 목사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곳에 왔다’라는 요지의 보도를 관철시켰다. 
기관지 노동신문에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인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소련 초대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문선명을 생명의 은인으로 대했다. 
페레스트로이카에 반대하는 수구세력이 고르바초프를 연금, 
구체제 복원을 선포하자 국민들은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진주한 탱크 앞에 누우며 저항했다. 
그들 중 상당수가 문선명 키드다. 문선명은 옛 소련 대학생 5000명을 아무 조건 없이 미국으로 유학시켰고, 
귀국한 그들은 자유의 수호자가 돼있었다. 문선명은 그렇게 ‘승공’했다.

사석에서 문선명은 ‘교주’를 자칭하기도 했다.
 제자들이 “아니 어떻게 아셨느냐”고 놀라 물으면 “그걸 모르면 어떻게 교주를 해먹겠느냐”는 식으로 교주를 썼다. 
사전적 의미와 달리 교주의 뉘앙스는 좋지 않다. 스스로를 ‘딴따라’라고 부르는 톱스타의 심리와 유사한 자신감일 수 있겠다. 

1954년 문선명은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라는 이름으로 통일교를 창립했다. 겨우 60년 됐다.
 이 짧은 세월에 세계에 뿌리내린 종교, 이것 말고 또 있는지…. 

문화부장 rea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