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판업계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정의란 무엇인가’,
‘안철수의 생각’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박은주(57) 김영사 대표가 전격 사퇴했다.
출판 유통과 관련된 회사 내부 문제와 이른바 ‘사재기’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졌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경영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출판계와 김영사 측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 5월 31일 사표를 제출했다.
박 대표는 또 작년부터 맡아온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직도 떠나기로 했다.
김영사는 올 들어 유통·마케팅과 관련한 내부문제가 불거져
강도 높은 자체 조사를 벌여왔다.
지난 4월말에는 이와 관련해 간부 2명에게 대기 발령 조치를 내리고,
또 다른 직원 2명을 해고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모 출판도매업체가
김영사의 자회사인 ‘김영사온’에서 낸 책을 사재기했다는 의혹이 또 다시 제기돼
출판유통심의위원회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영사 관계자는 “사재기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영사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회사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에 대해 출판인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 대표가
도의적 책임을 진 것으로 안다”며
“유통과 관련된 내부 문제로 회사 분위기 자체가 어수선한 상황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매출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김영사의 작년 매출은 277억원으로,
전년도인 2012년(349억원)에 비해 20.7% 떨어졌다.
창업주인 김정섭 회장이 지난 4월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한 것도
매출 부진 때문이었다.
김영사 측은 이에 대해 “경영 악화는 사퇴 원인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최근 김영사의 매출이 감소하긴 했지만, 출판계 전체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이지
김영사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출판계에서는 갑작스런 박 대표의 사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출판사 대표는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출판계가 더 힘들어질까 봐 걱정”이라며
“한국출판 발전에 큰 역할을 한 박 대표가 앞으로도
새로운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1979년 평화출판사에 공채로 입사하면서 출판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1982년 김정섭 당시 김영사 사장에 의해 김영사에 영입됐고, 1989년 31살의 나이에 김영사 사장이 됐다.
사장 취임 첫 해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자서전인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펴내 한국 최초의 밀리언셀러를 만들어냈다.
그 뒤에도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문명의 충돌’, ‘정의란 무엇인가’,
‘안철수의 생각’ 등 굵직굵직한 대형 베스트셀러들을 출간해 ‘출판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이옥진 기자http://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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