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비광에 숨겨진 이야기

tkaudeotk 2014. 6. 8. 14:52


우산을 쓴 사람은 800~900년대에 살았던 일본 3대 서예가 중의 한 사람인 
오노도후(小野道風)인데 
-우리 나라로 말하면 한석봉이나 김정희쯤 되겠죠-,
 


오노도후가 젊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서예 공부를 아무리 해도 진도가 안 나가고 발전이 없어서 공연히 짜증이 났답니다. 
"에라, 모르겠다. 이젠 더 못하겠다. 집어 치워야지. 
내가 글을 잘 써서 뭐하나?" 
화가 난 오노도후는 서예를 그만 두려고 마음 먹고 일어나서 
밖으로 바람이나 쐬러 나갔습니다. 
그때가 장마철이라 밖에는 비가 뿌려댔습니다. 
(비광은 12월인데 장마철이라니... 계절은 안 맞아요.) 
오노도후는 비참한 심정이었죠. 우산을 들고 한참 걸어가는데 
빗물이 불어난 개울 속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발버둥을 치고 있었어요. 
빗물이 불어나서 흙탕물로 변한 개울 에서 떠내려 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고있었던 것이지요. 
개울 옆에는 버드나무가 있었는데 개구리는 
그 버드나무에 기어 오르 려고 안간 힘을 다했지만 
비에 젖은 버드나무는 미끄러워서 헛탕만 쳤어요. 

"저 놈이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히히... 몇 번 바둥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흙탕물에 쓸려 가겠지." 

오노도후는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을 했답니다. 
개구리는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계속 미끄러지다가.... 

그때 강한 바람이 휘몰아쳐 버들가지가 휙 하고 개구리가 있능 쪽으로 휘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개구리는 버들가지를 붙들고 조금씩 올라갔다.

그걸 지켜 본 오노도후는 크게 깨달았습니다.
 
"햐, 저런 미물도 저렇게 죽을 힘을 다해 나무에 기어 오르는 데 
내가 여기서 포기를 하면 개구리만도 못하겠구나. 참 부끄럽다!" 

그 길로 다시 서당으로 돌아가 필사적으로 서예 연습에 매달려 
마침내 일본 제일의 서예가가 되었답니다. 

자세히 살펴 보셔요.
 
비광 속에는 개구리와 버드나무, 우산을 쓴 오노도후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지막 12월 그림에 오노도후 이야기를 그려 놓은 것도 뜻이 깊다고 봅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겠지요. 
별 것 아닌 화투에도 숨은 이야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