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받은 포옹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되는 베를린의 거리는 아침부터 스산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낙엽은 마치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데모대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도로의 이쪽저쪽을 제멋대로 건너다니고,
나치시대의 전차처럼 그것들을 마구 깔아뭉개며 달리는 택시의 차창에는 주먹질이라도 하듯
오그려 쥔 손바닥 같은 잎사귀들이 어지럽게 날아와 함부로 부딪치고 있었다.
밤새 유레일을 타고 온 터라 몸은 찌뿌듯하고 허기진 데다 금방 비가 쏟아질 듯 눅눅한 날씨는 우리에게 너무 썰렁한 풍경이었다.
그날이 교회에 가는 날이어서
우리는 열차 안에서 검문하던 동독 관리의 이곳 날씨만큼이나 싸늘한 무표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예배당을 찾아가고 있었다.
1980년대 초였으니까 아직 동서독이 연합하기 몇 해전이었던 그때 그 도시의 분위기는 우리를 잔뜩 움츠러들게 했다.
다행히 번지만 대면 집 찾기 쉬운 곳이어서 우리는 별로 헤맬 것도 없이 쉽게 교회를 찾아 들어갔다.
밖에서는 평범한 건물 같았지만 안에 들어서자 꽤 큰 교회였다. 실내는 오륙백 명은 너끈히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넓었고,
전면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에서는 바다 속처럼 차분한 음악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낯설고, 배고프고, 피곤하고, 썰렁한 분위기에 잔뜩 웅크려든 동양의 나그네들에게는 너무도 훈훈하고 감미롭고 아늑한 곳이었다.
우선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의 로비가 시원하게 넓어 보였다.
본당의 삼분의 일쯤이나 될 듯한 로비의 벽을 따라 수백개의 옷걸이가 있어서 사람들은 거기에 외투며 모자를 걸었다.
그들은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에 로비에서 무척 반갑게 서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저 악수나 하는 정도가 아니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서로 끌어안고 허그(hug:포옹)를 하는 것이었다.
어느 나라 식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사람들은 포옹을 하고 서로 볼을 이쪽저쪽으로 마주대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눈물을 글썽이며 악수를 하다가 포옹을 하다가를 반복하며 반가움을 나누고 있었다.
동서독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몇 달 만에 혹은 몇 주 만에 만나는 성싶은 그들의 감동 어린 포옹이
그저 형식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곁에만 서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한 달이 넘게 여행을 하느라고 정장을 한 것도 아니고 면도를 할 겨를도 없어서
산적들처럼 수염이 덥수룩한 우리에게도 뚱뚱한 아주머니 한 사람이 달려와 인사를 했다.
무료로 안아 드려요
근래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호주의 후만 맨이라는 젊은이 이야기가 전 세계 기온을 높이고 있다.
안아 주면 건강해져요
오래전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어느 지역에 고아원 두 곳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한 고아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미국의 한 연합교회 여성 목사인 패트 튜랙은 회중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한다.
다른 사람을 안아 주라는 뜻입니다."
팔을 벌리고 마중 나오시는 하나님
성경을 읽다 보면 가장 진실한 만남이 있을 때마다 뜨거운 포옹과 입맞춤이 늘 곁들여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떤 장면보다도 더 가슴이 뭉클한 장면은 집을 나가 방탕하던 아들을 기다리던 아버지가
"이에 일어나서 아버지께로 돌아가니라
그리스도는 이 이야기를 통해 곁길로 가는 사람들에 대한 하늘 아버지의 사랑을 깨우쳐 주신다.
십자가 위에서 있는 대로 팔을 벌리고 매달려 있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볼 때마다
한번 해보십시오
버스카글리아는 이렇게 제안한다.
새해 새 아침 정다운 가족들의 따뜻한 포옹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면 한 해 내내 좋은 일이 가득한 가정이 될 것이다.
전정권 |
본사 편집국장(editor@sijosa.com) http://www.8healthplan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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