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응급실 실려갈 각오하고… '매워도 다시 한번'

tkaudeotk 2014. 1. 22. 20:50

 

한국인 왜 아픈 맛에 열광하나 - 냉면·닭발·짬뽕·돈까스…극한의 매운맛 번져
"얼마나 매운가 먹어보자" 도전 심리 자극

공무원 한모(43)씨는 최근 맵기로 소문난 서울 창신동의 '깃대봉 냉면'을 찾았다. 

이 냉면집의 메뉴는 '매운맛''보통맛''덜 매운맛''안 매운맛' '거의 안 매운맛''하얀 맛' 6단계로 나뉘어 있고

비빔 또는 물냉면을 선택할 수 있다.

매운 음식에 자신 있었던 한씨는 최고수(最高手)만이 도전한다는 '매운맛 비빔냉면'을 시켜 반 그릇쯤 먹은 뒤 참을 수 없이 격렬한 복통을 느꼈다. 

이어서 머리가 멍해지고 다리에 힘이 풀려 간신히 귀가했던 그는 결국 이튿날 결근하고 말았다. 

한씨는 "하루종일 앓아눕다시피 하면서 화장실만 스무번 넘게 들락거렸다"며 "

그 냉면의 맛은 매운 것을 뛰어넘어 폭력적인 맛,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맛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이 극한의 매운맛인 '아픈 맛'에 매료되고 있다. 

달콤하거나 새콤한 여운이 남는 매운맛이 아닌, 무자비하고 잔인한 통증을 수반하는 맛이다. 

이런 맛은 기존의 매운 맛 재료인 마늘이나 고추, 후추 외에 캅사이신 액이나 분말을 조리할 때 사용해 내는 경우가 많다. 

또 맵기로 소문난 외국의 고추를 수입해 오랫동안 졸여서 매운맛의 극치를 내기도 한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아픈 맛'은 맵기로 소문난 낙지볶음이나 매운 갈비찜, 아귀찜 같은 기존 메뉴가 아닌 색다른 메뉴에서 번져가고 있다. 

냉면, 닭발, 짬뽕, 심지어 돈까스에도 '아픈 맛'이 등장했다. 

이런 음식을 만드는 식당들은 서울 변두리에 있으면서도 '아픈 맛 애호가'들을 끌어모아, 

줄 서지 않고는 먹기 어려운 광경을 연출한다.

이들 식당에 가보면 눈물·콧물 범벅이 된 채 우유나 과즙 음료로 혀를 달래 가면서 음식을 먹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유 500mL 또는 액체 위장약을 가져오지 않으면 아예 음식을 내주지 않는 식당도 있다. 

식당 내에 우유 자동판매기를 갖춰놓은 곳도 있다.

이들 식당 메뉴판에는 공통적으로 "매우니까 조심하라"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가히 '맛의 하드코어'라고 할 만한 이들 음식은 중고생들로부터 중년 남녀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매운가 먹어보자" 하는 심리를 자극한다.

서울 신대방동 '온누리에 돈까스'는 일명 '디진다 돈까스'로 불리는 매운 돈까스를 내놓고 있다. 

이 돈까스를 5분 안에 모두 먹으면 이 식당을 6개월간 공짜로 드나들 수 있는 자유이용권을 준다. 

이 집에서는 보통 돈까스를 주문한 사람에게도 '맛보기'용으로 '디진다 돈까스'를 한 조각씩 주며 

"소스를 조금 먹어본 뒤 괜찮으면 먹으라"고 말한다. 

취재차 이 식당에 들러 젓가락으로 소스를 살짝 찍어 먹자마자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

서울 신길동의 '신길동 매운짬뽕'에서는 

가장 매운 메뉴인 '핵짬뽕'을 국물까지 싹 비운 사람들을 '완뽕'으로 부르고 사진을 찍어 벽에 붙여놓았다.

인터넷에는 전 세계 매운맛을 찾아 여행한다는 호주의 한 20대 여성이 
한국에 오자마자 

'디진다 돈까스'를 먹고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린 사진이 돌아다닌다. 

이쯤 되면 식도락이 아니라 극한의 맛을 이겨내는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의 경지다.

조선일보는 이들 '아픈 맛 음식' 중 네 가지를 포장 주문해 한국식품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깃대봉 냉면'의 매운맛 비빔냉면, '신길동 매운짬뽕'의 핵짬뽕, 

서울 신천동 '해주냉면'의 비빔냉면, 서울 신사동 '홍미닭발'의 닭발이었다.

'온누리에 돈까스'의 매운 돈까스는 포장 판매를 하지 않아 제외했다.

매운맛은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미국 학자 윌버 스코빌이 1912년 개발한 '스코빌 단위'는 고추의 매운 정도를 측정하는 단위지만, 

결국 인간의 혀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의뢰받은 음식들에서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캅사이신과 디하이드로캅사이신을 추출해 그 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썼다. 

이 방법은 농림수산식품부가 고추장의 매운 정도를 계량화해 작년 5월 고시한 KS규격과 같은 방식이다. 

 

분석 결과 해주냉면의 매운 성분 함유량이 347.99ppm으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은 신길동 매운짬뽕(208.98ppm), 홍미닭발(165.59ppm), 깃대봉 냉면(124.83ppm) 순이었다.
'매운맛 KS 규격'에서 가장 매운 정도가 130ppm임을 감안할 때, 
4가지 음식 모두 '한국에서 가장 매운맛' 이상의 매운 정도를 갖고 있으며 
해주냉면의 비빔냉면은 표준화된 '가장 매운맛'보다 3배 가까이 매운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은 면과 양념장이 분리돼 있는 해주냉면의 양념장 0.2g,
양념장과 육수가 버무려져 있는 깃대봉냉면과 매운짬뽕은 1g, 조리가 완료된 홍미닭발도 1g을 각각 덜어내 시료를 만들었다. 
여기에 메탄올 15mL를 섞은 뒤 섭씨 90도로 1시간 동안 가열했고, 20분마다 시료를 흔들어 캡사이신을 추출했다.
이것을 실온에서 1시간가량 보관한 뒤 시료의 첨가물을 분석하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에 넣어 캅사이신의 함량을 측정했다.

식품연구원은 작년 고추장 매운맛의 KS 규격을 개발할 때도 이와 같은 방법을 썼다. 
이를 토대로 GHU(고추장 매운맛 정도·Gochujang Hot taste Unit)라는 단위를 개발, '
순한 맛'부터 '매우 매운맛'까지 5단계로 고추장의 맛을 분류했다. 
이 단위에 따르면 청양고추로만 담근 고추장의 경우 '매우 매운맛'으로 분류된다. 
식품연구원 하재호 박사는 "매운맛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계량화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며 
"그러나 캅사이신 함유량이 130ppm 이상이면 매운맛보다는 아프다는 느낌을 받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픈 맛' 메뉴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의 매운 카레인 '아비꼬 카레'가 한국에 들어와 새로운 '아픈맛'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카레집은 매운 단계를 아기단계→1단계→2단계→3단계→지존→신으로 분류해 매운맛 마니아들을 자극하고 있다.

 

분석 결과 해주냉면의 매운 성분 함유량이 347.99ppm으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은 신길동 매운짬뽕(208.98ppm), 홍미닭발(165.59ppm), 깃대봉 냉면(124.83ppm) 순이었다.
'매운맛 KS 규격'에서 가장 매운 정도가 130ppm임을 감안할 때, 
4가지 음식 모두 '한국에서 가장 매운맛' 이상의 매운 정도를 갖고 있으며 
해주냉면의 비빔냉면은 표준화된 '가장 매운맛'보다 3배 가까이 매운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은 면과 양념장이 분리돼 있는 해주냉면의 양념장 0.2g,
양념장과 육수가 버무려져 있는 깃대봉냉면과 매운짬뽕은 1g, 조리가 완료된 홍미닭발도 1g을 각각 덜어내 시료를 만들었다. 
여기에 메탄올 15mL를 섞은 뒤 섭씨 90도로 1시간 동안 가열했고, 20분마다 시료를 흔들어 캡사이신을 추출했다.
이것을 실온에서 1시간가량 보관한 뒤 시료의 첨가물을 분석하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에 넣어 캅사이신의 함량을 측정했다.

식품연구원은 작년 고추장 매운맛의 KS 규격을 개발할 때도 이와 같은 방법을 썼다. 
이를 토대로 GHU(고추장 매운맛 정도·Gochujang Hot taste Unit)라는 단위를 개발, '
순한 맛'부터 '매우 매운맛'까지 5단계로 고추장의 맛을 분류했다. 
이 단위에 따르면 청양고추로만 담근 고추장의 경우 '매우 매운맛'으로 분류된다. 
식품연구원 하재호 박사는 "매운맛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계량화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며 
"그러나 캅사이신 함유량이 130ppm 이상이면 매운맛보다는 아프다는 느낌을 받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픈 맛' 메뉴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의 매운 카레인 '아비꼬 카레'가 한국에 들어와 새로운 '아픈맛'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카레집은 매운 단계를 아기단계→1단계→2단계→3단계→지존→신으로 분류해 매운맛 마니아들을 자극하고 있다.
온누리에 돈까스와 신길동 매운짬뽕 같은 식당들은 
각각 체인점을 내면서 프랜차이즈로 키워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이런 식당들에 다녀온 사람들의 '체험기'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말리는데도 먹었다가 기절했다" 
"미운 부하직원들과 회식할 때 가면 제대로 복수할 수 있다"는 식의 글들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매운맛은 음식으로서의 가치보다 '재미'와 '게임'이란 요소를 
음식에 접목시키는 새로운 유행으로 해석되고 있다. 
식당들은 '아픈맛' 메뉴와 함께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함께 내놓아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끌어모으는 마케팅 전략으로 삼기도 한다. 
서양에서 바나나 스플릿이나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를 해왔다면 
매운 음식에 단련된 한국인들에게 '아픈 맛 음식'은 좋은 게임 도구라는 것이다.
이런 음식에 대한 전통 음식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극단적인 맛의 유행이 가정의 식탁을 변화시키고, 결국 '한국의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불안정하거나 급박한 변화를 겪을 때 사람들은 강한 맛을 원한다는 것이 음식학계의 정설이다.

한국 전통 음식 역시 지금처럼 맵지 않았으나 지난 100년 사이 많이 매워져 왔다. 고추장 떡볶이만 해도 6·25 전쟁 이후에 등장했으며, 대구의 명물인 매운 갈비찜의 역사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음식평론가 박종숙씨는 "최근 일부 식당에서 내놓는 매운 음식들은 맵다기보다 
상스럽고 굉장히 기분 나쁜 맛이며 재료와 고춧가루가 입 안에서 따로 노는 맛"이라며 
"이런 맛 때문에 요즘 주부들의 요리도 점점 매워지고 있어,
결국 이것이 한국의 맛을 엉뚱한 쪽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온누리에 돈까스와 신길동 매운짬뽕 같은 식당들은 

각각 체인점을 내면서 프랜차이즈로 키워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이런 식당들에 다녀온 사람들의 '체험기'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말리는데도 먹었다가 기절했다" 
"미운 부하직원들과 회식할 때 가면 제대로 복수할 수 있다"는 식의 글들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매운맛은 음식으로서의 가치보다 '재미'와 '게임'이란 요소를 
음식에 접목시키는 새로운 유행으로 해석되고 있다. 
식당들은 '아픈맛' 메뉴와 함께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함께 내놓아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끌어모으는 마케팅 전략으로 삼기도 한다. 
서양에서 바나나 스플릿이나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를 해왔다면 
매운 음식에 단련된 한국인들에게 '아픈 맛 음식'은 좋은 게임 도구라는 것이다.
이런 음식에 대한 전통 음식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극단적인 맛의 유행이 가정의 식탁을 변화시키고, 결국 '한국의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가 불안정하거나 급박한 변화를 겪을 때 사람들은 강한 맛을 원한다는 것이 음식학계의 정설이다.

한국 전통 음식 역시 지금처럼 맵지 않았으나 지난 100년 사이 많이 매워져 왔다. 고추장 떡볶이만 해도 6·25 전쟁 이후에 등장했으며, 대구의 명물인 매운 갈비찜의 역사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음식평론가 박종숙씨는 "최근 일부 식당에서 내놓는 매운 음식들은 맵다기보다 
상스럽고 굉장히 기분 나쁜 맛이며 재료와 고춧가루가 입 안에서 따로 노는 맛"이라며 
"이런 맛 때문에 요즘 주부들의 요리도 점점 매워지고 있어,
결국 이것이 한국의 맛을 엉뚱한 쪽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현우 기자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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