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과 건강

건보공단 vs 담배회사 '천문학적' 소송 쟁점은?

tkaudeotk 2013. 8. 27. 23:13


건보공단 vs 담배회사 '천문학적' 소송 쟁점은?


건보공단 법률적 검토 마친 듯…기재부·복지부와 의견 조율이 관건


[머니투데이 이지현기자][건보공단 법률적 검토 마친 듯…기재부·복지부와 의견 조율이 관건]

지난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소속 직원 4명은 미국의 담배 소송사례를 연구하기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앞선 지난 4월에는 법률 포럼을 통해 법조계의 입장을 듣기도 했다. 건보공단이 '담배회사 소송'과 관련해 상당기간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는 의미다.

건보공단 내부에서 논의되던 담배회사 상대 소송 건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공단의 담배회사 소송이 현실화되면 국내에서 공공기관이 직접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첫 사례가 된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27일 공단 지하 강당에서 진행한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한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세미나'를 통해 
"의견이 모아지면 흡연의 피해에 관한 법률적 검토에 들어갈 것"고 말해 담배관련 소송 가능성을 공식화 했다.

김 이사장은 "흡연 때문에 증가한 의료비는 결국 건강보험이 책임지게 된다"며 "
모든 건강보험 가입자가 담배 때문에 추가 보험료를 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 흡연 인한 의료비 지출 한해 1.7조=

건보공단 관계자는 "내부 법률지원단, 외부 변호사 등을 통해 담배회사 소송 당위성에 관한 법률 검토는 끝났다"며 "관계 부처와의 조율 등의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건보공단은 "19년 간 130만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흡연으로 인해 한해 1조7000억원의 의료비가 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 당위성을 높이는 구체적인 수치를 확보한 셈이다. 지금까지 개인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지만 담배와그 피해(후두암이나 폐암 등)와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못해 소송에서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공단은 구체적인 수치를 갖고 흡연 피해의 인과관계를 따질 전망이어서 이번 소송 결과는 전례와는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담배소송이 현실화하게 되면 담배회사들이 소송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담뱃값을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이 실제로 이뤄지면 이는 국내 공공기관으로서는 첫 사례가 된다. 
또 앞선 외국 사례를 볼 때 소송 규모는 조단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보공단은 제3자의 행위 때문에 보험금을 지출할 경우 공단은 지출한 보험금 한도 안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담배 회사의 책임여부, 흡연과 진료비 지출과의 인과관계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날 세미나를 통해 발표된 지선하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와 공단의 공동연구 결과는
담배 피해에 관한 구체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에서는 50개 주정부는 '흡연 관련 질병 치료비에 대한 부당이득을 반환하라'고 담배회사에 요구했고,
 주 정부가 승소해 담배회사가 25년 동안 2060억 달러(229조9990억원)를 배상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

◇ 관계부처간 조율 여부가 실제 소송 향배 좌우=

실제 소송 가능성 및 소송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 상황에선 관계부처 간 조율 여부가 실제 소송 방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현재 담배 소송에 관한 내외적 법률 검토 등을 모두 마친 상황이다. 
다만 정부와의 조율 없이 단독으로 담배 소송전에 나서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결국 KT&G의 담배사업 관련 법규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건강보험과 국민건강 관련 법규를 관리하는 보건복지부 등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부처 간 협의안 마련이 선결요건이다.

다만 과거 전매청을 통해 직접 담배를 팔았던 정부 입장에선 담배 소송의 화살이 정부로 돌아올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정미화 변호사(법무법인 남산)는 "담배를 파는 주체가 KT&G로 바뀌면서 KT&G 측에서 과거 국가의 모든 의무를 승계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소송 이후 정부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은 낮게 평가했다.

머니투데이 이지현기자 bluesky@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