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의 복병 산소결핍
높이와 어려움을 추구하는 행위가 등산이다. 등산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초기 등산가들은 알프스산군의 4000m급의 높이를 오르는 것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더 오를 곳이 없어지자 8000m의 높이를 지닌 히말라야로 무대를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8000m 대는 4000m 대와 달리 등반기술외적인 '산소부족'이라는 자연환경요인이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이런 환경적인 요인은 눈사태나 추위, 크레바스 보다 더 위험한 요소로
등산가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소에 오르는 사람들을 괴롭혔다.
아무리 체력이 강하고 등반기술이 탁월한 등산가라해도 산소가 부족한 공기 속에서는 의욕을 잃고 무기력해졌으며
호흡곤란, 피로, 무기력, 두통, 체온저하 등 여러 가지 신체장애를 호소했고
심할 경우는 폐부종이나 뇌수종 같은 질환으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런 불쾌한 증상을 관찰하면서 고소에는 분명 무엇인가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특별한 덫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 덫이라는 것이 산소결핍 때문에 일어나는 고소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5400m 고도에서는 공기 중의 산소가 평지의 절반으로 줄고 에베레스트 꼭대기에서는 거의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렇듯이 산소가 부족한 고소에서 사람이 행동을 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보니
고산등반을 하는 산악인들은 체력과 기술 이외에도 산소결핍을 극복하는 문제가 등정의 성패를 판가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산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고소생리학에서는 사람의 몸에서 일시에 산소를 제거하면 5분 이내에 생명이 끝난다고 한다.
고산등반은 산소와의 싸움이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트레킹 도중에 3000m 대에서도 사망한다.
필자가 잘 아는 K(20세)라는 청년은 평소 무척 건강한 청년이었으나
트레킹 도중 탕보체(Tangboche·3876m)에서 폐수종으로 사망한 일이 있었다.
사람은 일정한 높이의 고소에 이르면 기압, 산소, 기온 등의 저하로 여러 가지 생리적인 증상이 일어난다.
개인차에 따라 좀 더 심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고소증상에 관해서는 무관심한 의사보다는 참고문헌을 한번쯤 읽어본 사람들이 훨씬 낫다.
고소등산의 초기에 일어나는 고소증상은 의학적 소견보다는 체험의 법칙이 더 가까이 작용하기 때문에
의학적 지식보다는 고소증상에 관한 체험이나 상식을 갖추고 있다면 더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
최근 경제사정이 나아지다보니 고산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들 중 고소증상으로 현지적응에 실패하여 고생을 하거나 중도에 트레킹을 포기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사전에 고소증상에 관한 지식을 갖추고 간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고소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3000m, 5000m, 7000m가 위험선이라고 알려져 있다.
생리학적으로 사람이 고소환경에 순화할 수 있는 고도는 5200m가 한계라고 하며
그 이상의 고도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한다.
일찍이 그 보다 높은 고도에서 정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부락은 안데스 산맥에 있는 아우칼킬카로 알려져 있으며
그곳은 대기 중의 산소농도가 해면에 비해 절반수준이라 한다.
그 이상에서는 고소 순응밖에 없다고 한다.
↑ 요즈음 히말라야 고산등반시 주로 사용되는 러시아제 산소통과 마스크.
과거에 비해 길이가 짧고 무게가 가벼워졌다.
고소순응과 순화
순화(馴化)란 일정한 고소환경에 유전적으로 순응된 상태 즉, 유전적으로 변화된 상태를 말하며
4500m 전후에서 정착생활을 하는 네팔이나 안데스에 거주하는 고산족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순화할 수 있는 고도는 5200m가 한계이며 그 이상에서는 유전적으로 순화가 된 사람이라도
그 이상의 고도를 벗어날 경우는 고소순응이 필요하다고 한다.
고소정착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고소순응이 계속되면서 고정화되어
후손에게까지 유전적인 영향을 주는 유전적 적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순응(順應)이란 고소환경에 익숙하도록 고소에 순응하는 훈련이나 방법을 말한다.
순응은 일정기간 동안 한시적인 효과가 있을 뿐이며,
7500m정도가 한계라고하며 그 이상은 '죽음의 지대'라고 한다.
이런 고도에서는 적응이 되었다 해도 그 시간이 극히 제한된다.
죽음의 지대라는 말은 히말라야를 체험한 스위스 의사이자 등산가 뒤낭이 만든 말이다.
사람이 고도순응의 방법을 체험으로 알게 해준 것은 16세기 남미 안데스산맥에서다.
페루의 잉카족들은 해안지대에서 유황광이 있는 칠레의 오콩킬챠산(5700m)까지 짐을 지고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고소환경에 적응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사람이 일정고도까지는 순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해준 최초의 결과가 된 것이다.
사람이 고소환경에 적응이 안 된 상태에서 순식간에 고도를 높이면 생명마저 잃을 수 있다.
1875년 프랑스 사람 셋이서 기구를 타고 고도 8700m까지 곧바로 날아 올라갔다가 즉사한 일도 있었다.
이래서 고산등반을 할 때는 일정고도에 이른 후 일단 저소로 하산,
재차 고도를 높여 오르고 다시 하산하는 방법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여가는 극지법 등반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1캠프-2캠프-3캠프 하는 식으로 전진 캠프를 설치하면서 고도를 높여가는 방법이 이런 경우다.
그러나 탁월한 등반가들은 이런 번거로운 방식을 벗어 던지고 산소기구 없이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일거에 밀어붙이는 알파인스타일(Alpine Style)이라는 등반방식을 채용하고 있지만
상당히 위험하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다.
↑ 1924년 에베레스트 3차 원정 당시 산소기구를 메고 4캠프를 출발하는 조지 맬러리와 앤드류 어빈
산소기구 사용의 찬반논쟁
고소적응의 한계를 넘어서 산소부족으로 생기는 심신의 쇠퇴가 시작되면 인위적으로 산소를 보충해야하며
산소기구의 힘을 빌린다는 것은 등산정신에 위배되며,
에베레스트 개척기에 세 차례나 원정에 참가하여
그러나 산소기구 찬성론자들의 견해는 '보다 신속하고 더 높이 오르기 위해서는
1953년 인류최초로 에베레스트가 초등정될 때 힐러리와 텐징은 산소기구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인간이 산소기구 없이 최초로 가장 높이 오른 고도는 8230m이다.
맬러리는 1924년 3차 원정에서 정상부위의 구름 속으로 자취를 감춘 채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
에베레스트 초등정 이후 인공산소기구 사용논쟁은 종식되었고 이후 8000m급 자이언트 봉 등정에서 산소사용은 보편화 된다.
영국은 에베레스트 개척초기에 원정대를 파견할 때마다 고소에서의 희박한 산소문제 해결책을 놓고 상당한 고심을 해 왔다.
↑ 맬러리와 어빈 탐사 원정대가 1999년 5월 17일 에베레스트 퍼스트 스텝 부근에서 발견한 1924년대 당시의 산소통
지구의 꼭지점 에베레스트에서 산소기구의 도움 없이 등정을 이룩한 최초의 기록은 1978년이다.
메쓰너가 처음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계획을 발표했을 때
그러나 도전의지를 꺾지 않은 그는 등정에 성공하여 비난하는 사람들을 침묵시켰으며, 히말라야 등반에서 산소 맹신의 장벽을 허물었다.
메쓰너의 14봉 무산소 완등은 높게 평가할 업적이다.
고소등반은 등반기술과 체력 그리고 부족한 산소와의 끊임없는 싸움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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