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은 침묵의 암
전립선은 전립샘이라고도 하며 남자에게만 있는 생식 관련 장기이다. 호두와 비슷한 크기의
작은 기관이지만, 중요한 두 가지 배설물인 소변과 정액의 통로가 되는 중요한 부분에 있다(그림 1).
전립선암은 40세 이하 남성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50세 이후부터 발생이 증가해 70대에 가장 많고, 80퍼센트 이상이 65세 이후에 진단된다. 전립선암은 비교적 순한 암에 속한다.
다른 암과 달리 암 덩어리가 커지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또한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암세포가 너무 커져 있거나,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
자각증상이 없어서 다른 조직으로 전이됐을 때 많이 발견되는데,
특히 뼈로 전이되어 관절염이나 어깨 결림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알게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환자의 고통이 심할 뿐 아니라 치료율도 매우 낮다.
한국인, 전립선암 발생 계속 늘어 최근 노령 인구 증가, 식생활의 서구화 등과 함께 혈청 전립선 특이 항원(PSA) 검사의 보편화로
전립선암 발생 빈도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대한 비뇨기과 학회가 1984년에서 2004년까지 전국 수련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립선암 신규 환자는 1984년 181명에서 2004년 3730명으로 늘어나 20년 사이 20.6배가 증가했다.
이 같은 전립선 환자 수 증가율은 통계청의 고령 인구 10만 명당 전립선암 사망자 수 발표와도 흐름을 같이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3년 10만 명당 3명이던 전립선암 사망자 수가 2003년에는 46.9명으로 20년 만에 15.6배로 늘었다.
이는 식생활의 서구화로 전립선암이 50대 이후 남성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입증한다.
전립선암 원인
아직까지는 전립선암 발생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그러나 전립선암 발생 빈도는 인종이나 종족 또는 가계의 유전적 요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환경적인 면도 크게 관련이 있다.환경 요인 중에서도 특히 음식(육류, 고지방 음식)이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식이(食餌)와 전립선암의 관계는 복합적이다. 전립선암과 식이와의 상관관계 연구 결과는 동물성 지방 섭취와 이에 따른 암발생 관련성을 밝히고 있다. 즉 동물성 지방 섭취와 전립선암 발생은 비례한다. 32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전립선암에 의한 사망률이 유방암과 마찬가지로 총지방 섭취량과 비례했다.또한 전립선암은 유전성이 있다. 따라서 인종에 따라 발병률도 현저히 달라지는데 이것은 전립선암이 유전성을 지닌다는 매우 유력한 증거 중 하나다.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발병률이 흑인, 백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순이었다. 이러한 인종적 차이뿐 아니라 가까운 가족이 전립선암이 있는 경우 전립선암 발병률은 높아지며, 아버지 또는 아들이 전립선암이 있다면 전립선암 발생 위험도는 일반인의 2배로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전립선암 증상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전립선암은 다른 암과 비교하여 증식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초기에는 증상이 없으나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요도를 압박할 정도의 크기가 되면
각종 배뇨 장애와 전이에 의한 증상이 발생한다.
전립선은 요도를 둘러싸듯이 존재하므로 전립선암이 발생하면 요도가 압박을 받아
배뇨 곤란(소변이 잘 나오지 않음.), 빈뇨(소변 횟수가 잦음.),
잔뇨감(배뇨 후에도 소변이 남은 듯한 느낌),
야간 빈뇨,요 절박(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느낀 후부터 화장실에 갈 때까지
소변을 참지 못하는 상태), 하복부 불쾌감 등의 증상을 보인다.
암이 요도를 강하게 압박하면 배뇨 곤란이 악화되어 소변을 볼 수 없는 상태(요폐)가 된다. 또한 드물게는 정액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며
혈정액증 검사를 하다가 전립선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암이 요도 및 인접하는 방광 내로 진전된 경우에는
그 부위 출혈로 인해 혈뇨가 나온다.
암이 방광으로 옮겨 가면 방광 자극 증상이 심해져
요실금 상태가 된다.
또한 요관이 막히면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방광에까지 흐르지 못하고 신장에 고여 수신증(水腎症, hydronephrosis, 신우(腎盂)·신배(腎杯)가 확장하여 거기에 오줌이 정류해 있는 상태)에 걸릴 위험이 있으며 이때에는 옆구리나 등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
그리고 전립선 암이 진행되면 임파선과 뼈로 잘 전이되므로 그에 따른 증상이 나타난다.
체표에 존재하는 림프절로 전이한 경우에는 그 부위에서 종창이나
동통이 나타난다.
뼈로 전이한 경우에는 그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기도 하며,
전이된 부위의 뼈가 약해진 경우에는 골절이 일어나기도 한다(그림 2).
뼈로 전이가 일어나기 쉬운 부위는 골반 뼈와 요추, 흉추 등이다.
뼈 전이가 광범위하게 일어나면 골수에서 혈액을 만들기가 곤란해져 빈혈이 발생하며,빈혈 증상이 더 진행되면
혈액 중에 지혈을 담당하는 성분이 부족해 소화관 출혈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음 호에는 전립선암 진단 및 치료, 예방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정병하 |
영동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전립선암 ❷-진단 및 치료, 예방법(前立腺癌, prostate cancer)
전립선암 진단
지난 호에서 살펴보았듯이 전립선암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나서야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조기에 전립선암을 진단하려면 선별 검사로 직장 수지 검사와 경 직장 초음파 검사,
혈중 전립선 특이 항원치를 측정해야 한다.
손가락을 항문에 넣어서 전립선을 만져 보는 직장 수지 검사는, 가장 쉽고 간편하게 전립선이 커져 있는지
혹은 전립선암이 의심되는 딱딱한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이다.
경 직장 초음파 검사는 주로 전립선 크기를 측정하고 전립선의 경계 및 암이 의심되는 부위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전립선암을 검사하는 데 보조적인 역할을 하며 전립선 조직 검사를 할 때
정확한 위치를 결정하는 방법으로써 더 큰 의미가 있다.
혈중 전립선 특이 항원(PSA) 검사는 간단히 혈액을 소량 채취하여 측정할 수 있다.
연령별로 기준치가 다르지만 보통 수치가 4ng/ml 이상이면 전립선암을 의심하여 조직 검사를 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검사에서 암이 의심되면 다음 단계로 전립선 조직 검사를 시행한다.
전립선 조직 검사는 전립선암을 확진하는 검사일 뿐 아니라 암의 크기,
위치, 분화도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치료 방침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경 직장 초음파 유도 하에 침을 넣어 8~12군데에서 조직을 채취해 조직학적으로 전립선암의 존재를 확인한다.
전립선암의 병기 설정 및 치료
전립선암으로 진단된 다음에는 적절한 치료 방법과 예후를 알기 위해
전립선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병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병기를 결정하기 위한 검사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전립선 자기 공명 영상(Prostate MRI), 뼈 스캔(Bone scan),복부 전산화 단층촬영(CT)이다.
병기가 설정되면 해당 병기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일반적인 전립선암 치료법에는 외과적 요법, 방사선 요법, 호르몬 요법 및 화학 요법 4종류가 있다.
1. 외과적 요법
암이 전립선 내에 국한되어 있을 때 수술로 암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1980년대 초반 존스홉킨스 병원의 월쉬(Walsh) 교수가 개발한 치골 뒤쪽을 통한
개복하 전립선 절제술이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며, 회음부를 절개하는 방법도 있다.
개복수술은 전립선 주변으로 주행하는 신경과 혈관의 박리 시 약 500~1,500cc의 출혈 및
수술 후약 10~40퍼센트의 요실금, 30~50퍼센트 이상의 발기부전을 수반한다.
1990년대 이후 개발된 복강경 수술은 출혈량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었으나,
요실금과 발기부전은 개복수술과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
2001년 개발된 다빈치(Da Vinci) 로봇을 이용한 전립선 절제술은 출혈량은 물론
요실금과 발기부전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방법으로 3년 전부터 국내에 보급되어 현재는 거의 보편화된 상태이다.
2. 호르몬 요법
전이된 전립선암이나 국소 전립선암이라도 고령으로 수술을 못하는 경우 주로 사용하며,
전립선암 치료로써 가장 오래된 방법이다. 전립선암이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증식하는 점을 이용하여,
남성호르몬이 생성되는 과정을 억제하거나 전립선에 작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전에는 양측 고환 자체를 제거하는 방법을 시행하였지만 최근에는 뇌하수체에 작용하여,
거세술을 했을 때와 같은 정도로 남성호르몬을 저하시키는 약(LH-RH 아날로그)을 1~3개월마다 주사하는 방법이 널리 쓰인다.
호르몬 작용을 억제하는 여성호르몬이나 항남성호르몬제를 투여하는 방법을 추가하기도 한다.
3. 방사선 요법
고령의 환자나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적용하는 방법으로,고에너지 방사선으로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이다.
보통 체외에서 환부인 전립선으로 방사선을 조사(照射)한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한 번, 주 5회 조사하며,
5~6주 정도 치료 기간이 필요하다.
4. 화학 요법
전립선암 환자가 호르몬 치료를 계속하면 결국에는 호르몬에 반응하지 않는 전립선암 세포만 살아남아
호르몬 불응성 전립선암으로 진행된다.
이때 여러 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8주이상 계속한다.
호르몬 요법과 마찬가지로 전신에 작용하나 일단 호르몬 불응성 전립선암으로 진행되면 생존 기간이 1~2년에 불과하다.
전립선암 조기 발견의 중요성
다른 부위 암과는 달리 전립선암은 생명을 연장시키는 목적외에 중요한 목표가 더 있다.
이는 바로 남성 성기능 보존이다.
전립선암 수술이 아무리 잘되어도 성기능을 잃으면 환자의 절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성기능을 보존하는 전립선암 수술은 조기 발견을 전제로 한다.
늦게 발견되어 암이 커졌거나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경우에는 많은 조직을 제거해야 하며,
그럴 경우 성기능 보존 가능성은 뚝 떨어지게 된다.
성기능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요실금이다.
이는 수술 기법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수술할 때 소변을 조절하는 요도의 괄약근을 최대한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개복수술에서는 10~40퍼센트 정도는 수술 후 요실금 패드 착용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로봇 수술이 도입되고 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수술 후 요실금 환자 수는 눈에 띄게 줄었고
조만간 요실금 패드가 전혀 필요 없게 될 전망이다.
전립선암은 예방할 수 있는가?
다른 부위의 암과 같이 근본적으로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없다.
전립선 특이 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 PSA) 검사,직장 수지 검사,
경 직장 전립선 초음파 검사 등으로 잠복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만이 전립선암 예방의 지름길이다.
그러므로 50세 이상 남성은 정기 종합 검진 때, 반드시 전립선암에 대한 선별검사가 필요하고
또 고지질 지방 음식이 전립선암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 보고가 많으므로
붉은색 고기, 고지방, 고콜레스테롤 음식을 멀리하고
포화 지방질의 섭취를 줄이는 대신 탄수화물, 섬유질, 신선한 야채나 과일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정병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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