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으로 변한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에 있는 발 디 솔레의 프레세나 빙하의 모습. 가디언 캡처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에 분홍색 빙하가 나타나 당국과 과학자들이 조사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바다에 사는 조류(Algae·藻類·물속에 살면서 동화 색소를 가지고
독립 영양 생활을 하는 하등 식물의 총칭)에 의한 현상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빙하에 색이 입혀지면서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에 있는 발 디 솔레의 프레세나 빙하가
분홍색으로 물든 것이 발견됐다.
이탈리아 국립연구회의소의 연구진은 조사 결과
알프스의 일부 구간을 분홍색으로 물들인 주범이 조류라는 결론을 내놨다.
해당 조류는 그린란드의 하얀 빙하를 검게 물들였던 조류와 동일한 종류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봄과 여름에 알프스 중위도부터 고위도 사이에서 조류가 나타나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문제는 조류가 빨리 성장하면서 규모가 커질수록, 조류에 덮인 빙하가
더욱 빨리 녹아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빙하는 태양에서부터 오는 복사열의 80%를 반사하는데,
조류가 빙하의 윗부분을 덮어 짙은 색으로 변할 경우 더 많은 복사열이 흡수돼 빙하의 녹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번에 관찰된 지역 역시 빠르게 성장하며 늘어나는 조류에 의해 흰색 눈이 분홍색으로 변한 만큼,
빙하와 눈이 녹아내리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조류가 자라서 어둡게 변해버린 빙하는 태양열을 99%까지 흡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조류가 퍼지는 원인 중 하나는 등산객 또는 스키 리프트 등 인간 활동일 수 있다”면서
“조류가 많아질수록 빙하는 더욱 빨리 녹아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관광객은 가디언에 “지구가 우리가 했던 모든 것을 돌려주는 것만 같다”며
“우리는 이미 돌아갈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고 불안한 마음을 전했다
.
알프스 빙하의 위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서유럽 최고봉인 몽블랑(이탈리아명 몬테 비앙코)의 빙하가
붕괴 위기에 처하자 당국은 정밀 레이더 시스템을 구축하고 빙하의 움직임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당시 몽블랑의 이탈리아 쪽 지역을 관리하는 발레다오스타주 정부는
그랑드 조라스봉을 덮은 25만㎡ 규모의 빙하가 붕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최근 주변 도로와 빙하 아래 등반로 등을 폐쇄했다.
스위스 정부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20세기 들어 지난해까지 스위스 알프스의 빙하 중 약 500개가 사라졌고,
나머지 4000여개 빙하는 2100년까지 90%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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