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야기

올해 유독 '맑은 하늘', 코로나19 때문일까? "이례적인 기상 상황"

tkaudeotk 2020. 9. 30. 17:46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파랗고 높은 하늘이 드러났습니다. 

코로나 19로 답답하고 힘든 마음에 이런 맑은 공기와 하늘은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 올해 초미세먼지 '좋음' 일수 48% 증가
특히 올해 들어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면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도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를 보면, 초미세먼지 15㎍/㎥ 이상인 '좋음' 일수는 93일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일에 비해 48% 증가했습니다. 반면 '나쁨'과 '고농도' 일수는 각각 38일에서 15일로,

15일에서 1일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올해 누적 평균 농도는 19㎍/㎥로 지난해 26㎍/㎥에 비해 27% 나아졌습니다. 

짙은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1월부터 3월까지 고농도 일수가 하루뿐이었을 정도로 크게 개선됐고, 

4월 이후 여름 동안에도 평년보다 농도가 전반적으로 낮았습니다.

 

■ 올해 상반기 미세먼지 감소량의 절반은 '기상 영향'

 

이렇게 올해 유독 미세먼지 상황이 좋아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환경부는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국내 배출 감축 정책효과, △기상 영향,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경제적 활동 감소 등의 요인을 꼽습니다.

이들 요인이 실제로 미세먼지 농도 개선에 얼마큼 영향을 줬는지를 밝혀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요. 

환경부 소속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가 대기질 수치예보를 모델링한 결과, 

올해 상반기 미세먼지 개선에는 풍향과 강수 등 기상조건이 46%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반기 6개월간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7.6㎍/㎥만큼 감소했는데, 이 가운데 기상영향은 3.5㎍/㎥(46%)라는 분석입니다.

올해 기상 상황은 최근 3년 대비 1~3월 강수량, 동풍일수가 크게 늘었고, 4월에는 풍속증가, 정체일수가 감소했습니다. 

또 5~8월에는 강수량이 증가하는 등 미세먼지에는 양호한 조건이 지속됐습니다.

 

■ 코로나19의 역설?...국내에선 코로나19 영향 뚜렷하지 않아

 

'코로나의 역설'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 생산활동이 줄면서 오염물질 배출도 같이 감소해 대기질이 깨끗해졌다고 하죠. 

환경부는 그러나 국내에서는 코로나 19로 인한 극적인 배출량 감소와 평균 농도 개선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선, 굴뚝원격감시시스템을 부착한 대형사업장 577개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봤더니 

국내에서 코로나 19가 확산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부터 배출량은 이미 전년도 대비 20~30% 줄어 있었습니다. 

지난해 고농도 미세먼지 사태 이후 12월~3월까지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처음으로 시행됐는데, 

이 영향으로 오히려 공장 배출량이 감소한 것입니다. 

계절관리제가 종료된 4월 이후에는 배출량 감소율이 다시 낮아지고 있는 걸 보면, 

코로나 19보다는 계절관리제가 국내 사업장의 배출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또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 중 하나인 수송분야를 보면, 올해 2, 3월에는 고속도로 통행량이 약 10% 감소하는 등 일부 코로나 19 영향이 나타났지만, 

이후에는 평시에 근접한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 교통량은 5월 기준,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시점인 지난 3월에 비해 10.7% 증가했으며 

주중 교통량도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도 올해 초미세먼지 상황은 전년 대비 평균 10.8% 정도 개선됐지만, 우리나라의 농도 감소율 보다는 적은 수준입니다.

 

■ "이례적인 기상 상황"...."언제든지 잿빛 하늘로 바뀔 수 있어"

 

올해와 같은 깨끗한 하늘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을까요? 정부도, 전문가들도 '그렇지 않다'고 답합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 배출량과 코로나 19 등의 요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기상 상황이 대기질 개선에 기여한 건 분명하다"면서 

"기상 여건과 같은 외부영향에 따라 언제든지 과거 사례처럼 잿빛 하늘로 돌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코로나 19든, 기상 조건이든 우리가 배출량을 줄여서 만들어낸 결과는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올해 미세먼지 상황이 좋아진 것이 우리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 교수는 작년 고농도 미세먼지 사태를 겪으면서 "규제나 각종 환경법과 관련해 개정되고 개선 노력이 많이 있었는데, 

도리어 대기질이 좋아지다 보니까 이러한 활동과 노력이 굉장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거나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9월 7일은 우리나라가 유엔(UN)에 제안해 채택된 제1회 '푸른 하늘의 날'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푸른 하늘'은 '미세먼지 없는 하늘'만 뜻하는 건 아닙니다. 

기후변화로 미세먼지가 더욱 심해지고, 인간의 활동으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함께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올해 미세먼지는 나아졌다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코로나 19등 감염병 유행과 태풍 등 재해가 잦아졌습니다. 

결국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모두 감축시키는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우리가 맞닥뜨린 '기후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진화 기자 (evolution@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