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야기

발에 치이는 물고기 사체.. 구더기까지 득시글

tkaudeotk 2015. 5. 31. 23:01

[현장] 금강에 폐사 물고기 속출.. 


마이크로버블기 효과는 '글쎄'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비릿한 물고기 냄새가 코 끝을 휘감았다. 
작은 배낭에 온도계, 카메라, 줄자 등을 담은 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강으로 향했다. 
몇 발짝이나 걸었을까... 악취의 원인인 죽은 물고기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엔 썩어가는 물고기가 널려 있고, 구더기와 파리가 죽은 물고기들에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많은 이들이 '봄이 오고 있나 보다'라며 한껏 들떴을 지난 3월, 금강에서는 물고기 폐사가 시작됐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공주보와 인근 수상공연장, 쌍신공원 등에서는 매일같이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조류를 제거하겠다며 수차 대용으로 들여온 '마이크로버블'기 주변에서도 죽은 물고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수거되지 않는 죽은 물고기가 공주보 주변을 떠다니는 모습

ⓒ 김종술


발에 치이는 죽은 물고기... 썩은 냄새 진동


 공주보 주변 수상공연장과 쌍신공원 인근에서 죽은 물고기 사체가 썩으면서 악취가 난다.

ⓒ 김종술


공주보 인근에서 죽어가는 물고기는 하루 많게는 50마리 이상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올해만 수천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죽은 물고기들이 썩으면서 구더기가 발생하고 악취를 풍기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준공된 다음 해인 2012년부터 물고기 떼죽음이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발표한 폐사 물고기 숫자는 각각 달랐다. 

환경부는 6만 마리가, 충남도는 30만 마리가 죽었다고 밝혔지만, 기자가 현장에서 파악한 수는 더 많았다. 

당시 약 13일 동안 금강 주변에서 지내면서 파악한 폐사 물고기 숫자는 60만 마리에 달했다. 

그 다음해, 그 다음 다음해에도 물고기 폐사는 이어졌다. 

2013년과 2014년에 금강에서 죽은 물고기 수를 합치면 수천 마리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4대강 사업으로 담수가 되면서 물고기의 몸집은 커지고 외래어종인 배스가 많아졌다. 

붕어 잡이에 나서는 낚시꾼들에게 외래종인 배스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그래서 낚시꾼들은 배스를 잡은 족족 풀밭에 버리고 나뭇가지에 걸어 놓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한다. 

그런 이유로 수풀을 걷다가도 썩어가는 물고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지난해까지는 국민들의 눈을 의식한 듯 죽은 물고기를 거둬 처리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거액 들인 조류제거시설 '마이크로버블' 효과는?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에 설치된 '마이크로버블'기 주변에 부유물질이 가득하다.

ⓒ 김종술


 지난 3월 수상공연장에 마이크로버블기가 설치됐다. 개발자가 부유물 제거에 나서고 있다.

ⓒ 김종술


공주보 상류 500m 지점에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수상공연장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U자 형태의 물가는 상류에서 떠밀려온 부유물질과 녹조, 이끼벌레가 창궐하는 곳이자 물고기 무덤으로 변해 버렸다. 

4대강 담수와 동시에 피어오르는 녹조 때문에, 

여름이면 수자원공사와 환경부는 보트를 이용해 녹조를 흐트러뜨리고 황토를 뿌리는 등 초비상이었다. 

급기야 수상공연장에 대당 100만~200만 원가량 하는 물고기 수차를 설치해 24시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더욱이 멈춰선 수차에 이끼벌레가 달라붙으면서, 결국 수차는 철거됐다. 


지난 3월 수자원공사는 1대당 가격이 1425만 원인 '마이크로버블'기 2대를 테스트 목적으로 설치했다. 

크기는 수차와 비슷했지만, 이 기계가 물속에 초미세기포를 공급해 용존산소 증가와 수질정화 효과가 있다는 게 수자원공사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 기계는 자연조건에서 공기 유입구에 부유물질을 들어가는 것을 차단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처음 설치했을 때는 개발자가 매일같이 이곳을 찾아 바지 장화를 입고 부유물 제거에 나서기도 했다. 

지금은 부유물 차단을 위해 기계 둘레를 망으로 둘러쌌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됐는지 오탁방지막을 쳐서 부유물 자체를 원천봉쇄했다. 

그래도 유입되는 부유물은 수자원공사가 직원들이 직접 수거에 나서고 있다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보트를 이용하여 마이크로버블기 주변의 부유물 수거하고 있다.

ⓒ 김종술


개발자는 바다 낚시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물고기 폐사를 줄이기 위해 이 기계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계를 설치한 뒤 주변 돌들의 이끼가 사라졌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설치 전과 후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았다.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도 

"거대한 호수에 이런 시설물로 조류를 제거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한강에 돌 던지기식"이라고 꼬집었다.


28일 수자원공사담당자는 "설치한 지 2달 정도 된 상태에서 주 1회 모니터링과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며 

"그렇게 모은 데이터를 가지고 충북대학교에 의뢰하여 정확한 분석을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외에도 농어촌공사가 2개의 저수지에서 시험운영을 하는 만큼 기다려달라"고 요구했다.


마이크로버블기는 국민들의 혈세를 들여 설치했기 때문에, 그 효과를 철저하게 검증해 전문가들이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

비단을 풀어 놓은 듯 아름답다는 금강은 4대강 사업과 함께 썩어간다. 
죽은 물고기도 쉽사리 눈에 띈다. 지금이라도 수문을 열어서 숨통을 트워 달라는 시민들의 주장을 이젠 정부가 받아들여야 할 때다. 

편집 : 최유진 기자

 오마이뉴스 | 김종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