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 가르침보다 자기 행복 찾는 종교인 늘어
박준성 기자 | pjs@newscj.com
리서치 전문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최근 한국종교와 종교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을 심도 있게 분석한 조사결과를 내놓아 사회에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설문결과 가운데 관심을 끈 몇 가지 주제를 선정해 다시금 조명함으로써 한국종교의 현주소를 진단하고자 한다.
종교인 60% “평안 위해 신앙”
경서 ‘주 1번 이상 본다’ 34%뿐
개신교인 성경 보는 횟수 많아
“경전 가르침대로 살기보다
자기 행복·이기주의에 빠져”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은 자신이 종교인이라고 답하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종교인의 생활 전반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2015 한국인의 종교’ 보고서를 내놓았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종교인들이 자기 종교의 경전(經典, 종교의 교리를 적은 책)을 읽는 빈도수다. 종교인 가운데 3명 중 2명은 경전을 가끔 보거나 전혀 읽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자신들이 의지하고 믿는 신앙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경전에 대한 관심과 의식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은 종교인들을 이끄는 성직자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3명 중 2명 ‘경전, 가끔 보거나 전혀 안 봐’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따르면 종교인에게 본인이 현재 믿고 있는 종교의 교리가 실린 책이나 경전(성경이나 불경 등)을 얼마나 자주 읽는지를 물은 결과 응답자 32%가 ‘전혀 읽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끔 생각날 때 읽는다’는 종교인도 34%나 됐다.
이에 반해 ‘하루에 1번 이상(11%)’ ‘일주일에 3~4번(8%)’ ‘일주일에 1번(15%)’ 등 최소 일주일에 1번 이상 경전을 보는 이들은 34%에 그쳤다. 전체 종교인 중 70% 가까이가 경전을 거의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매주 경전을 읽는 종교인의 비율은 1984년 28%, 1997년 33%, 2004년 26%, 2014년 34%로 조사 때마다 소폭 오르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별 매주 경전 읽는 비율을 살펴보면 개신교인 중 56%는 성경을 일주일에 1번 이상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천주교인 39%, 불교인 11% 순이었다. 불교인 중 매주 경전을 읽는 사람의 비율은 30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천주교인 역시 2004년 조사에서만 이례적으로 많이 낮았을 뿐 그 외 조사에서는 대략 40%내외였다. 개신교인의 경우 1984년 45%에서 1989~2004년은 약 50%, 이번 2014년에는 56%로 늘었다.
반면 경전을 전혀 읽지 않는 종교인의 비율은 불교인에서 4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천주교인 30%, 개신교인 16%였다. 불교인은 조사 때마다 그 비율이 50%내외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불교계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9월 불교사회연구소가 발표한 ‘2014 종교에 관한 대국민여론조사’ 결과 경전 읽는 불자들은 10명 중 2명도 채 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묵상이나 수행에 관심을 보이거나 직접적으로 체험한 종교인도 그리 많지 않았다.
◆‘평안과 삶의 의미’ 찾는 종교인
이는 신앙관과 종교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를 믿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종교인들이 신앙보다는 자신들의 마음의 평안 또는 삶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에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 결과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6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복을 받기 위해서(15%)’와 ‘죽은 다음의 영원한 삶을 위해서(14%)’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10%)’ 순이었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조사에서 모두 응답자의 과반이 종교를 믿는 이유로 ‘마음의 평안’을 꼽았다. 그 다음은 ‘복’이나 ‘영원한 삶’, ‘삶의 의미’ 등의 이유들이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종교인 70% 이상이 자기 종단의 교리가 담긴 경전의 가르침(메시지)을 의지하기 보다는자기만족을 위하거나 막연한 복을 구하는 기복신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0년간 사회 환경이나 인구 구성, 종교 분포가 많이 달라졌음에도 이러한 경향이 지속돼 왔다.
◆“종교인 생활 편리·간소화 경전 멀리해”
개신교계의 원로인 국제기독교선교협의회 총재 이기철 목사는 경전을 읽지 않는 현 실태에 대해 “요즘에는 교회에 가도 (예배시) 스크린에 성경 구절과 찬송가가 다 나오고 읽다보니 성경책을 가져가지 않는 교인들이 많다”며 “예전보다 성경을 직접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말씀을 보고 연구(묵상)해야 하는데 생활이 바빠지고 편리와 간소화를 추구하다보니까 성경을 멀리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 목사는 “종교인(목회자나 교인들)이 성경을 봐도 그대로 실천하지 않으니 교회의 대사회적 영향력이 없다.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달라고 하셨는데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종교 안에서도) 돈을 찾고 물질만능주의로 가고 있다. 자기 행복주의, 자기 이기주의에 빠져들게 된다. 다시 하나님의 말씀(성경)을 중심으로 해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전에 나온 ‘神·창조·심판’ 안 믿는다
정현경 기자 | sevi@newscj.com
리서치 전문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최근한국종교와 종교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을 심도 있게 분석한 조사결과를 내놓아 사회에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설문결과 가운데 관심을 끈 몇 가지 주제를 선정해 다시금 조명함으로써 한국종교의 현주소를 진단하고자 한다.
창조설·심판설 믿지 않는 기독교인
절대신 존재 안 믿는 천주교인 늘어
불교적 성향인 ‘윤회·해탈설’은 믿어
경전대로 신앙하지 않는 모습 드러나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다종교 사회에서 하나만의 종교 성향을 지닌 종교인은 많지 않다. 사회·문화적인 전통과 현대사회의 다문화적 삶 속에서 다양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믿는 종교 이외의 종교 성향을 가질 수 있다. 예컨대 ‘한국인은 집에서는 유교적이고, 밖에서는 기독교적이며, 재난을 맞아서는 무속적이며, 죽음 앞에서 불교적이다’는 말이 있다.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1984~2014)’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종교의식과 성향에서 단 하나의 종교만을 믿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중층적인 종교적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선 유교적, 재난엔 무속적, 죽음엔 불교적…’
한국갤럽은 지난 1984년부터 2014년까지 30년간 5차례에 걸쳐 한국인의 종교의식과 성향을 조사했다.한국인의 대표적인 종교 성향은 유교(부부유별과 부모에 순종), 기독교(창조설과 심판설), 불교(윤회설과 해탈설)로 나타난다.
유교적 성향을 측정하기 위한 문항에는 ‘남편과 아내의 역할은 구분돼야 한다’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1984년 73%에서 2014년 43%로 크게 줄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유교적 가치가 급격히 쇠퇴했음을 보여준다. 또 ‘자식은 부모의 뜻에 순종’에도 ‘그렇다’는 답변이 1984년 48%에서 2014년 32%로 감소했다.
기독교적 성향인 ‘창조설’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답변이 1984년 46%에서2014년 34%로 감소한 반면, ‘아니다’란 답변은 1984년 28%에서 2014년 52%로 2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절대자의 심판설’도 비슷해서, ‘그렇다’는 답변은 35%(1984년)에서 25%(2014년)로 줄어든 반면 ‘아니다’란 답변의 경우 32%(1984년)에서 60%(2014년)로 크게 늘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기독교인의 대답으로 2014년 결과에서 개신교인의 59%, 천주교인의 45%만이 창조설을 믿었다. ‘절대자의 심판설’의 경우 이를 믿는 개신교인은 61%, 천주교인은 38%로 나타나 개신교인에 비해 창조설과 심판설을 믿지 않는 천주교인이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절대자나 신 등 여러 종교에서 말하는 초자연적인 개념에 대한 존재를 믿느냐는 질문에 개신교인의 79%가 믿는다고 답한 반면천주교인은 59%만이 신을 믿는다고 답한 것과도 통한다.
불교적 성향인 ‘윤회설’을 믿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한 불교인이 38%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것은 이에 대한 기독교인의 대답으로, 개신교인의 34%, 천주교인의 29%가 윤회설을 믿는다고 답해 불교인의 비율과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윤회설을 믿는 불교인의 비율이 낮은 것과 함께, 윤회설을 믿는다고 말한 기독교인의 비율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진리를 깨달으면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해탈설’에 대해서도 불교인의 42%, 개신교인 43%, 천주교인 36%가 ‘그렇다’고 답해 종교와 상관없이 불교적 성향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심판설 안 믿고 윤회설 믿는’ 기독교인 늘어
심판설 등 기독교적 성향은 낮은 반면윤회설 등 불교적 성향을 보이는 기독교인이 많아진 것은 경전을 보는 비율과 연관성이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종교별 경전을 읽는 비율은 개신교인 56%, 천주교인 39%, 불교인 11% 순으로 나타났으며, 경전을 전혀 읽지 않는 종교인의 비율은 불교인이 48%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천주교인 30%, 개신교인 16%였다.
‘종교를 믿는 이유’도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60%로 가장 많았으며, ‘복 받기 위해서(15%)’와 ‘죽은 다음의 영원한 삶을 위해서(14%)’ 순이었다. 종교인 70% 이상이 자기 종단의 교리가 담긴 경전의 가르침(메시지)을 의지하기보다 자기만족을 위하거나 막연한 복을 구하는 기복신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이는 지난 30년간 사회 환경이나 인구 구성, 종교 분포가 많이 달라졌음에도 지속된 경향이다.
이처럼 자신이 믿는 종교의 근본 교리가 담긴 경전을 읽지 않는 비율이 높을수록 교리를 믿지 않는 비율도 높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기독교적 성향을 나타내는 ‘창조설’을 믿는다고 답한 개신교인과 천주교인은 1984년에 각각 80%, 82%였으나 2014년에는 59%, 45%로 감소했다. ‘심판설’을 믿는 개신교인과 천주교인도 1984년 76%에서 2014년 각각 61%, 38%로 줄었다. 특히 천주교인의 변화가 컸는데, 이는 매주 경전을 읽는다는 개신교인이 45%(1984년)→56%(2014년),천주교인이 50%(1984년)→39%(2014년), 전혀 읽지 않는다는 개신교인이 7%(1984년)→16%(2014년), 천주교인이 11%(1984년)→30%(2014년)로 변한 것과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기독교선교협의회 총재 이기철 목사는 “예전보다 성경을 직접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자기 행복주의, 자기 이기주의에 빠져들게 된다”며“다시 하나님의 말씀(성경)을 중심으로 해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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