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불교·유교 등
종교화합 차원 환영 성명
‘광화문 시복식’ 엇갈린 시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맞은 544만여명의 한국 천주교 신자들은 설레고 있다.
천주교 교황의 방한은 요한 바오로 2세의 1984년과 1989년 방문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1984년엔 요한 바오로 2세의 집전으로 봉헌된 103위 시성식 여의도행사에 100만명이 운집한 바 있다.
당시로선 전국에서 거의 모든 천주교 신자가 여의도에 모인 셈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기는 어느 교황보다 높아 이번 광화문 시복식에도 그 못지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 광화문 시복식 행사장 안전벽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비표를 받은 17만명 외에도,
광화문 인근엔 수많은 천주교 신자와 시민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교황 방한을 앞두고 최근 미사포와 묵주 등 천주교 관련 용품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천주교에선 이번 교황 방한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가운데 빈부격차가 미국과 함께 가장 높고,
경쟁만이 과열돼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부족한 우리 사회의 영적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그러나 일부에선 여의도 시성식처럼 이번 교황 방한이 천주교 교세 성장에 일대 전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개신교와 불교 등 이웃 종교의 경계심도 만만찮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가 ‘시복식이 성스러운 예식이면 성당 안에서 하라’는 논평을 냈다.
“종교적인 행사를 막대한 국가의 경호인력을 동원해 광화문에서 국가적 행사로 치르는 것은 천주교를 홍보하려는 것”이라며
“천주교 경내에서 경건하게 치르라”는 것이다.
대구의 한 목사는 개신교계 매체에 교황은 적그리스도라며 방한을 반대하는 글을 싣기도 했다.
이런 반대엔 개신교와 불교 신자 수는 정체 또는 침체하는 데 반해 급상승중인 천주교세가 프란치스코의 방한으로 가속화돼
신자들을 천주교에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실렸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불교에서도 광화문의 시복식 행사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선이 주류다.
조계종이 내년에 광화문에서 세계무차선대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천주교가 광화문에서 대규모 행사를 함으로써 불교와 개신교 등
주류 종교의 잇따른 행사 개최 요구로 박근혜 정부가 곤란에 처할 가능성도 없지 않게 됐다.
이를 의식하듯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광화문 행사로 인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거듭 표명하고 있다.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도 12일 성명을 내
“교황님을 모시고 거행하는 시복식 행사는 천주교인들만의 경사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큰 축복이 될 것”이라며
“교통이 통제되는 등 불편이 예상되지만 협조와 도움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18일 명동성당에서 봉헌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초청된 종교계 수장들은 종교화합의 전통을 언급하며 환영하는 성명을 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불교 암자였던 천진암에다 관으로부터 쫓기는 천주교 신자들을 숨겨주다가
10여명의 스님이 참수당한 일이 있는 불교계의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한국 불교는 한국 천주교 발상 초기 시절 천주교인과 아픔을 함께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종교평화가 세계평화로 이어지도록 하자”고 말했다.
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도
“우리 사회의 종교간 화합과 사랑이 증진되는 계기로 삼자”고 했다.
근대 서학(천주교)에 동학(천도교)으로 맞섰던 천도교의 박남수 교령은
“이 땅에 생명 살림과 모심의 마음과 기운이 풍성해지게 하자”고 말했다.
또 조선시대 천주교를 박해했던 국가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유교의 서정기 성균관장은
“서학은 동양을 식민지로 경영하려는 제국주의 세력과 더불어 들어왔기에 우리는 그것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의 미풍양속인 제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박해가 일어났다”며
“교황청이 1994년 한국의 전통 제사가 우상숭배가 아닌
조상 추모 의식임을 공인해주어 천주교가 유교와 상생의 길을 갈 수 있게 됐다”고 화답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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