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길라잡이

소고기, 살짝만 익혀 먹어도 정말 안전할까

tkaudeotk 2014. 8. 7. 16:38

전문가들 "기업목장 형식으로 전문사육해 기생충 감염 확률 낮아"

홍성태 교수 "감염 사례 없어서 연구도 안 한다… 수입산도 안전"

용태순 교수 "돼지는 톡소포자충 위험… 뇌염ㆍ맥락망막염 유발"


 

친구들과 소고기 전문점을 찾은 황모(29)씨. 황씨는 '소 간(肝)은 날로 먹으면 안 된다'는 뉴스가 떠올라 고기를 바싹 구웠다. 

한 친구가 "소고기는 그렇게 구우면 맛이 없다. 겉만 살짝 익혀 달라"고 핀잔을 줬다. 

황씨는 소 생간을 먹으면 기생충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데 소고기는 정말 살짝만 익혀도 안전한 건지 의문이 생겼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팀이

 '소 간을 날로 먹으면 눈에 개회충증이 생길 위험이 15배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세간을 뜨겁게 달궜다.

 눈개회충증은 몸속에 들어온 개회충이 눈으로 옮겨가 생기는 질환이다.

 염증을 일으키고 망막 세포를 파괴해 시력을 잃게 한다.

 '소의 생간은 먹으면 안 된다는데 생고기는 먹어도 되나?' 

연구 결과를 본 상당수 소고기 애호가들은 이 같은 의문이 들었을 법도 하다. 

 

↑ 개회충 감염 우려가 있는 생 간과는 달리 소고기는 덜 익혀 먹어도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개회충 감염 우려가 있는 생 간과는 달리 소고기는 덜 익혀 먹어도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기의 익힘 정도와 관련해 유명한 속설이 있다. '소고기는 겉만 살짝 굽고 돼지고기는 바싹 익혀야 한다.' 

이 같은 속설이 널리 퍼진 탓인지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고기를 먹는 사람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소고기는 정말 덜 익혀 먹어도 되는 걸까.

홍성태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덜 익은 소고기를 먹더라도) 기생충 감염 확률이 낮은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에는 '소고기가 매개할 수 있는 기생충'이 여러 개 나와 있다. 

하지만 최근엔 관련 연구도 진행하지 않을 정도로 감염 가능성이 낮다"면서 

"그런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면 연구자들도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할 텐데 사례도 나오지 않으니 재미가 없어 연구를 안 한다"고 말했다.

 

덜 익은 소고기를 먹어도 기생충 감염 확률이 낮은 이유는 뭘까.

홍 교수는 "최근 소 사육하는 현장을 가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집집마다 소를 키우고 그 소를 도축해 먹었지만 최근엔 기업목장 형식으로 소를 전문 사육합니다. 

옛날처럼 소를 방목해 집 인근에서 풀을 뜯어먹게 하면 어쩌다 오염된 풀을 먹은 소에 기생충이 생기기도 합니다. 

요즘엔 축사에 가둬놓고 사료를 먹이면서 키우다 보니까 기생충에 감염될 일이 없습니다."

홍 교수는 "소의 간과 폐엔 개회충 유충이 서식하기 때문에

날로 먹으면 위험하지만 소고기는 덜 익은 것도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입 소고기는 어떨까. 유통과정에서 기생충이나 세균에 감염되진 않았는지,

덜 익혀도 되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수입산도 맘 놓고 먹어도 되는 걸까.

 

홍 교수는 "수입 소고기도 국내산과 다를 게 없다"며 "수입 소고기도 사료를 먹여 속성으로 키우지 않겠나.

정식으로 도축하고 합법적인 유통경로로 수입되는 소는 수의사가 품질 관리를 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수조사가 아니라 소고기 일부를 떼어서 하는 검사이기 때문에 기생충 감염 확률이 제로라고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수입 소고기 먹고 난리가 났다는 사례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수입산 역시 덜 익혀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소고기는 수입이나 국내산이나 날로 먹어도 괜찮지만 돼지고기는 좀 다르다"고 설명했다. 

덜 익혀 먹으면 기생충이나 세균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 돼지고기는 소고기와 달리 바싹 익혀야 하는 걸까.

대한기생충학회장인 용태순 연세대 의과대학 환경의생물학교실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돼지에 서식하는 기생충은 소에 있는 것과 달리 사람에 감염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충분히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돼지 기생충에는 촌충과 톡소포자충이 있어요. 촌충은 한국에선 전멸되다시피 한 기생충입니다. 

나도 인체 감염 사례를 마지막으로 본 게 20년 전이에요.

 하지만 지난해 '고양이 기생충'으로 불리며 세간을 들썩이게 한 톡소포자충은 조사가 어려워 

한국에 얼마나 서식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있는 건 확실합니다."

 

덜 익은 돼지고기를 먹고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용 교수는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더라도 100%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증상이 숨어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 

"톡소포자충이 몸속 세포에 기생하다 면역체계가 흔들릴 때 나타나 뇌염이나 맥락망막염을 일으키기도 하고 

심하게는 사망에 이르게 한다"고 설명했다.

 

홍성태 교수도 톡소포자충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홍 교수는 "돼지고기를 날로 먹으면 소고기보다 기생충 감염 위험성이 훨씬 높다"면서 

"돼지는 초식인 소와 달리 잡식이다. 

돼지는 서로의 꼬리를 뜯어 먹는 습성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돼지끼리 기생충을 전파하기도 하고 

돼지우리에 있는 사료를 먹기 위해 드나드는 쥐를 잡아먹은 돼지가 기생충에 감염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톡소포자충 인체 감염이 흔하진 않지만 함께 날것으로 먹은 사람들이 동시에 감염되는 사례가 있다"면서

 "돼지고기는 꼭 익혀먹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터넷뉴스본부 천선휴 기자 ssunhu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