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길라잡이

"바쁘고 귀찮아 아침 굶는다" … 업무능률 떨어지고 점심폭식 일쑤

tkaudeotk 2014. 6. 26. 10:17


[굿모닝 아침] "바쁘고 귀찮아 아침 굶는다" … 업무능률 떨어지고 점심폭식 일쑤

 

 

1부:아침은 국력이다 <1> 아침 없는 아침
"아침식사 중요" 67% 응답 불구
10년 이상 못먹은 사람도 수두룩
비만·고혈압 등 성인병 위험↑



직장인 최인욱(38·가명)씨는 매일 아침이면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출근시간이 오전9시까지이기는 하나 세 살, 다섯 살배기 두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회사로 나가려면 언제나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맞벌이인 최씨 부부에게 아이들 챙기는 시간을 제외하고 주어지는 시간은 단 30분. 면도와 간단한 세면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기에도 부족하다. 
출근 준비를 끝낸 뒤 칭얼대는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7시20분. 이때부터는 지각을 면하려고 뛰기 일쑤다. 
겨우 9시 전에 출근한다고 해도 오전회의 준비를 하다 보면 아침 식사는 꿈도 꾸지 못한다. 
그나마 뜨거운 커피로 속을 달래는 게 유일한 위안이다. 
최씨는 "결혼 초기에는 간단한 토스트로라도 아침 식사를 해결했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부터는 우유 한 잔이라도 챙겨 먹고 출근하기가 쉽지 않다"며 
"따뜻한 밥에 국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한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출근전쟁을 치르는 것은 비단 최씨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업무시간이 길기로 유명한 우리나라에서는 시간이 없어 잠을 못 자고 아침 식사를 챙겨 먹지 못하는 게 이미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서울경제신문이 대·중소기업을 비롯해 은행과 증권·정부기관 등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아침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현상이 그대로 반영됐다.

직장인의 절반가량이 세 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아침 식사를 건너뛴 채 매일 아침 뜨거운 커피로 속을 달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침 식사를 챙기지 못한다는 520명 가운데 45.75%(274명)가 시간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귀찮다(22.37%)'는 응답까지 합치면 전체의 약 70%가 바쁜 아침 시간을 쪼개지 못해 끼니를 건너뛰었다. 
특히 이들 네명 가운데 한명(25.58%)은 10년째 아침 식사를 챙기지 못하고 출근길에 올랐다. 
3분의2(64.80%)가량도 3년 이상 아침 식사를 거르고 있었다. 최근 1년 이내 아침을 먹지 못한 직장인은 99명(19.03%)에 불과했다.
이들 가운데 66.54%는 "아침 식사 챙기기가 건강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시간 부족 △귀찮다 △입맛이 없다 △식사 대용 메뉴 부재 △마땅히 먹을 장소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아침 식사를 거른 채 출근했다.    

아침 부재 식습관이 직장인들 사이에 일상화되면서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아침 식사를 건너뛴다"고 답한 520명 중 209명(49.62%)이 불편한 점이 있다고 호소했다. 
대표적인 증상은 점심 폭식으로 "아침 식사를 챙기지 못하다 보니 일찍 허기가 지면서 점심때 식사량이 크게 늘거나 
허겁지겁 먹는 일이 많다"는 대답이 주를 이뤘다. 


아침 식사를 거르면서 생겨나는 폭식 현상은 최근 비만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부분.

비만이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침 식사 거르기→폭식→비만→성인병'이라는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식품연구원이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중 비만 관련 자료를 포함한 만 19세 이상 성인들의 인구통계자료와 

식생활 및 생활습관 자료를 이용해 비만도에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니 

아침 식사를 건너뛰는 남성은 그러지 않은 남성에 비해 비만이 될 확률이 32% 높았다. 

 

이는 어린아이들도 마찬가지.

유럽의 '식이와 생활습관이 어린이 건강에 끼치는 효과 확인과 예방' 공동연구팀이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유럽 8개국 6~9세 어린이 1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아침을 거르는 남자 어린이는 먹는 아이들에 견줘 과체중이나 비만일 위험이 약 1.4배 높았다. 

또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낮아지거나 건강에 해로운 중성지방이 늘어날 위험이 약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나이대 여자 어린이의 경우도 아침 식사를 매일 하지 않으면 허리둘레로 측정한 비만 위험이 약 1.7배 커지고 

핏속 지방질 분포도 비슷한 크기로 나빠지는 결과를 보였다.

업무능률 저하도 아침 식사를 건너뛰는 데 따라 생기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아침을 안 먹는다는 응답자들은 "심한 공복감이 업무 집중을 방해한다"거나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동료들과 일하면서 짜증을 많이 낸다" 

"배가 고파 점심시간만 기다리다 보니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답했다. 

몇몇은 "심한 공복감으로 자주 회사 구내식당이나 주변 가게를 찾아 간식거리를 구매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다"며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아침 부재를 꼽았다. 

일부는 "아침 식사를 거르다 보니 매일 아침 속쓰림이나 심한 구취 등 건강상 문제가 있다"거나

"오랜만에 아침을 먹게 되면 오히려 속이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차는 일도 있다"며 

건강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아침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일상을 지목했다. 

서울경제/특별취재팀:심희정차장, 안현덕·이지성·이수민·김민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