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
오늘날 경제학을 공부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이다.
케인스는 “완전 고용을 실현·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유방임주의가 아닌 정부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면서
20세기 초반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주장하며 경제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그 책이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1936)이다.
오늘날 경제학계의 거물로 추앙받는 그는
경제학자로서는 드물게 인문학뿐 아니라 논리력에 있어서 매우 탁월했다.
실제로 그의 공무원 시험 성적을 보면 논리학과 심리학과 논문에서 1등을 거두었고,
경제학은 의외로 8위에 그쳤을 정도였다.
이처럼 그를 박학다식한 지성을 바탕으로 한 논쟁의 대가로 만든 것은
바로 아버지 네빌의 자녀 교육법 덕분이었다.
“그와 논쟁할 때 나는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이는 날카로운 비평가이자 철학가였던 버틀런트 러셀이
자신보다 11살 아래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에 대해 한 말이다.
케인스는 누구보다 토론에 강했는데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인문학 자녀 교육법’ 덕분이었다.
아버지 네빌 케인스의 자녀 교육
아버지 네빌 케인스의 자녀 교육
케임브리지 대학교 사무처장 출신인 아버지 네빌 케인스는 아들을 교육시킬 때,
좌뇌와 우뇌를 모두 발달시키는 교육을 했다. 아버지는 케인스가 어릴 때부터 수많은 인문 고전을 읽게 하였다.
그는 수학을 잘했고 아울러 시를 좋아했는데 이는 그의 아버지 덕분이었다.
아버지는 아이들이 어릴 적에 시나 소설을 즐겨 읽어 주었다.
청소년 시절 롱펠로의 시를 즐겨 읽었던 아버지 네빌 케인스는 아들이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림의 <선녀 이야기>를 잠자기 전에 침대 곁에서 읽어 주었다.
또 시를 읽어 주는 아버지 덕분에 케인스는 일곱 살부터 시를 소리 내어 읽는 데 큰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다.
메어리 콜먼드리의<붉은 수프>, 토마스 드퀸시의 <한 영국 아편쟁이의 참화>, 로버트 브라우닝의 <반지와 책>을 즐겨 읽었다.
대부분 수학을 잘하면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뇌와 관련이 있다.
뇌의 양 측면을 연구하는 현대 학자들에 의하면 논리학과 수학에 관한 두뇌 작용은 주로 좌뇌가 담당하지만
시의 창작에 관한 작용은 우뇌에 더 관계된다고 한다. 케인스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덕분에 양쪽 뇌를 열심히 활용할 수 있었다.
케인스의 멘토, 사무엘 리벅
케인스의 멘토, 사무엘 리벅
몇 년 후,
아버지는 아들이 이튼 칼리지에 진학하자
인문학의 세계로 이끄는 ‘멘토’를 만나게 해 주었다.
수학 천재였던 케인스가 시를 즐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무엘 리벅이라는 개인 교사가 있었다.
리벅은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에서 고전을 전공하고
이튼에 보조 교사로 갓 부임한 이튼 졸업생이었다.
리벅은 케인스가 특별한 재능과 관심을 지닌 학생임을 즉각 알아차렸고
그가 자기 계발을 하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중세 라틴 운문에 관심을 심어 준 사람도 리벅이었다.
케인스가 킹스 칼리지에 진학해서 문학과 토론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철학과 고전에 정통했을 뿐 아니라 토론에 강한 것은 모두 멘토인 리벅의 영향 때문이다.
다음으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만든 것은 아버지에게 쓴 ‘공부 편지’였다.
케인스는 경제학자로는 드물게 유려한 문체로 유명한데 그 비결은 바로 일곱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쓰기 시작한 편지였다.
케인스를 키운 또 하나의 비결은 ‘사랑하는 아버지에게’로 시작하는 편지 쓰기였던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이튼에 입학하자마자, “공부가 진행되는 상황을 매주 내게 알려 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편지 쓰기는 그가 일곱 살 때부터 시작한 습관이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공부 방법, 시험 기술, 글쓰기 스타일, 일반적 품행에 관해 끊임없이 지시를 받아야 했다.
편지 덕분에 아버지는 아들의 학업이나 교우 관계 그리고 시험 성적 같은 것에 대해 소상히 파악할 수 있었다.
케인스는 아버지에게 매주 한 번씩 편지를 썼고 이에 대한 회신을 받으면서 지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다.
한번은 케인스가 아버지에게 단문으로 쓰는 자신의 문체에 대해 걱정하는 편지를 보내자 아버지는 이런 답장을 보내며 격려했다.
“문장의 흐름이 갑자기 바뀌지 않는다면 간결체만의 뚜렷한 장점이 분명히 있는 법이란다.
이 점을 유의해서 연습하면 아주 훌륭한 영어 문체를 갖게 될 것이다.”
(1899년 6월 9일)케인스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기록과 취미, 습관을 대물림해 주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공부 방법과 공부 시간을 기록하는 습관, 연극 관람과 우표 수집과 같은 취미 활동을 모두 물려주었다.
케인스는 아버지와 함께 우표를 수집하고 햄릿 연극을 보았다.
그런데 네빌 또한 어린 시절에 아버지, 즉 케인스의 할아버지와 함께 우표를 수집하고 연극 햄릿을 보러 런던에 갔다.
아버지로서 자신의 경험과 취미를 고스란히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다.
또한 기록광이었던 아버지 네빌은 런던에서 유니버시티 칼리지에 다닐 때 매일 공부한 시간을 기록하고
연말이면 그 시간을 모두 합산해서 따로 표시해 두었다.
케인스는 아버지의 기록 습관을 그대로 답습했는데, 그의 일기에도 매일 공부한 시간과 1년 동안 읽은 책들,
연극 관람, 연간 재정, 심지어 골프 점수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적혀 있다.
친구 같은 어머니, 플로렌스 브라운
친구 같은 어머니, 플로렌스 브라운
케인스에게는 ‘친구 같은 어머니’가 있었다. 네빌은 케인스가 8살때 “케인스가 바라는 인물은 그의 어머니이다.
아들은 모든 점에서 그녀를 닮기를 소망한다.”고 일기에 적고 있다.
어머니 플로렌스 브라운은 케임브리지 뉴운햄 대학의 1회 졸업생으로 케임브리지 시장을 지냈다.
케인스가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낼 때면 그는‘어머니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썼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어머니에 의해 선택되고 편애를 받는 아이는
남다른 자신감과 함께 낙관주의자가 되고 훗날 영웅적인 특질을 보이며 성공한다.”고 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바로 케인스라고 할 수 있다.
케인스가 모든 어려움을 이겨 내고 경제학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부모의 ‘인문학 자녀 교육법’ 덕분이었다.
새해에는 케인스의 부모처럼 아이와 공부 편지를 주고받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보면 어떨까?
최효찬 |
문학박사, 자녀경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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