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장수의 비결은 가족

tkaudeotk 2014. 4. 17. 16:47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의 건강 상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양호하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혼자인 사람은 부부가 함께 있는 경우보다 5∼12년 정도는 더 빨리 죽는다.
 
 필자는"이혼하면 일찍 죽는다"라는 화제의 논문을 발표 했다. 
물론 기자들이 논문의 내용 일부를 기사화하다보니 매우 자극적인 타이틀이 되었다. 
어찌 됐든 그 기사가 소개된 이후 몇 달 동안은 이혼자, 사별자 등으로부터 쏟아지는 전화 공포에 시달려야만 했다. 
대부분 원망이 섞인 전화였다.
 그날도 이른 아침부터 연구실 책상머리에 앉아 하루의 시간표를 점검하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려 수화기를 들었다.
 "천성숩니다."
 "… 이혼자 수명 논문 발표한 사람 맞나요?"
 격앙되었으나 억제하려는 듯한 다소 떨리는 목소리다.
 "네, 그렇습니다."
 "…"

 사실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울먹이기 시작하였다.
 불과 몇 달 전 남편과 사별한 5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남편도 교수였단다. 감정 탓에 혼란스러운지 자신의 남편과 나를 동일시하는 것 같았다.
 "같은 교수로서 어떻게 그렇게 의욕을 꺾는 연구물을 발표할 수 있어요?"라며 30여 분 동안 원망과 질타의 말들을 늘어놓았다.

 이야기의 요지는 이렇다.
 금술 좋게 지내던 남편이 질병으로 죽자 그 타격으로 몇 달 동안 거의 죽다시피 하다가
최근에 간신히 몸과 정신을 회복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방송된 예의 그 기사를 보고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구체적인 대상이나 이유 없이 화가 나서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한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할 교수로서 여러 사람들에게 용기가 되는 연구물을 발표해 주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날 나는'사회적 책임'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살 때 건강하다.

 수명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이다. 실제로 수명 연구를 하면서 인간은 정말로 나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의 건강상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양호하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혼자인 사람은 부부가 함께 있는 경우보다5~12년 정도는 더 빨리 죽는다. 
혼자라는 사실이 사람을 그렇게 나약하게 만든다. 여기서 필자는 두 가지 귀중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하나는 젊은 시절에는 혼인 상태와 상관 없이 건강 수준이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정한 나이를 기준 점으로 하여 혼인 상태별로 건강 상태가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여성은 45세 전후, 남성은 50세 전후가 그 기준점이다. 
또한 정서적 혹은 물질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이 있는지, 
그리고 그 의지하는 정도가 얼마나 밀접한지에 따라서 매우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인간은 누군가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사회적으로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건강과 사망 수준 역시지지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 정도가 약해지면, 정신적, 사회적인 혼란을 겪을 뿐 아니라 심한 건강상의 문제를 겪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피로와 갈등과 해결이 어려운 여러 가지 일들이 건강과 삶의 질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사회적 지지는 그러한 사건들의 충격을 완충하고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가족에게 이러한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가족이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께서로다"(시편 121편 1~2절). 
이 말씀은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약속이다.

 천성수
보건학 박사, 삼육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