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과 건강

영국 담뱃갑 상표노출 규제 철회 논란

tkaudeotk 2013. 7. 17. 15:50


<영국 담뱃갑 상표노출 규제 철회 논란>



담배회사 로비 의혹에 총리실 해명 '진땀'


(런던=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담뱃갑 포장에서 상표를 없애는 강력한 금연정책 추진을 철회해 논란에 휘말렸다.

정부가 대형 담배회사들의 로비에 굴복해 국민의 건강 보호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일간지 인디펜던트를 비롯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2010년부터 검토해온 상표 없는 담뱃갑 제도의 추진을 당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제러미 헌트 영국 보건장관은 

"각계 의견을 청취한 결과 호주에서 시행 중인 담뱃갑 규제의 시행 성과와 영향을 자세히 검토한 이후에 

법안 도입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보수당 연립정부는 이와 관련 비판 여론을 의식해 담뱃갑 규제를 시간을 갖고 추진키로 한 것이지

철회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정책 추진 유예 결정은 사실상 담뱃갑 규제를 백지화한 조치로 풀이됐다.

이런 가운데 보수당의 선거전략 자문위원이 대형 담배회사의 로비활동에 연관된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담배업계의 로비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고조됐다.

 

지난해 보수당이 전략자문 위원으로 영입한 호주 국적 기업인 린턴 크로스비가 로비 의혹의 중심인물로 지목됐다.

크로스비는 자신이 설립한 컨설팅 업체 CTF를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세계 최대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의 영국 내 기업 활동을 지원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크로스비는 세계 2위 담배업체인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와도 

별도 회사인 크로스비 텍스터를 통해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으며, 

호주 정부를 상대로 한 담배업계의 로비에도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보수당 전략자문 위원으로 영입된 이후 캐머런 총리와 조지 오스본 재무부 장관과 

여러 차례 회의를 했던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증폭됐다.

영국 총리실은 로비 의혹이 확산하자

 "총리는 크로스비가 담배회사 업무와 관련된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으며 

이와 관련해 어떠한 로비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필립 모리스를 비롯한 대형 담배회사들은 

호주에 이어 각국 정부가 담뱃갑 상표 규제를 추진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로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담배회사들은 상표 노출을 금지해 담뱃갑 포장을 통일하면 위조 제품의 유통이 늘어나 

오히려 흡연자의 건강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담뱃갑 규제 보류 결정이 발표되자 시민 단체와 보건의료계는 크게 반발했다.

하팔 쿠마르 영국 암연구센터 회장은 "정부가 담배 업계의 압력에 굴복해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을 포기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 출신의 보수당 세라 월라스턴 하원의원은 "이번 결정으로 담배회사와 장의 업계가 승리자가 됐다"며 

"담배 회사의 이익 때문에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담뱃갑의 상표를 없애 모든 제품의 포장을 똑같이 하는 담뱃갑 규제는

지난해 호주가 세계 최초로 도입했으며 아일랜드와 뉴질랜드,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이 같은 규제방안 시행이 추진되고 있다. 

 


t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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