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화약고 예루살렘서 화해와 평화를 외치다
UPF ‘중동평화회의’ 10주년
▲ 감람산에서 바라본 황금돔 사원. 왼쪽 은색돔의 사원이 알아크사 사원이다. 사진 앞 흰색 석관은 부활을 꿈꾸는 유대인들의 무덤이다.
지난 5월 18일 오전 예루살렘 성전산에 위치한 ‘황금돔 사원’. 기자 일행이 들렀을 때 이곳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사원 관리자는 “전날 이스라엘 시오니스트 청년 몇 명이 사원에 난입해 시위를 벌이다 끌려 나갔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 사원 관리자는 일반 관광객에게는 출입이 금지된 토요일, 기자 일행에게 30분 정도의 구경만 허용했다.
시간이 지나자 “복잡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기자 일행을 사원 구역 밖으로 내몰았다.
사원 내부도 ‘공사 중’이라는 이유로 출입을 제한했다.
남녀 출입구가 따로 구분돼 있는 사원 내부로는 이슬람 신도들만 출입이 허가됐다.
예루살렘의 어디서나 눈에 띄는 번쩍이는 황금돔 사원은 예루살렘이 왜 종교의 화약고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공간이다.
이스라엘의 세 번째 왕인 솔로몬이 황금으로 치장한 궁전과 성전을 지은 이곳에는 현재 이슬람의 모스크가 들어서 있다.
황금돔 사원과 알아크사 사원이다. 두 개의 사원은 한 개의 널찍한 구역에 들어서 있다.
유대인의 성전은 기원 후 70년 로마의 티투스 장군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었고,
이후 유대인들이 기독교인들에 의해 예루살렘에서 쫓겨난 뒤 폐허로 남았다.
691년 압둘 말릭 칼리프가 이곳에 모스크를 세웠다.
이 사원의 황금돔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650만달러를 들여 순금을 입힌 것이라고 한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승천한 곳으로 알려진 황금돔 사원은 메카, 메디나와 함께 이슬람의 3대 성지이다.
유대인들에게도 이곳은 신성한 땅이다.
대제사장만 출입이 가능하던 지성소(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과의 계약판인 십계를 새긴 석판을 모시던 곳)와 함께
자신들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신에게 제물로 바치려 했던 성스러운 공간이다.
이 사원은 현재 요르단 정부와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재단인 와크프가 관리하고 있다.
역사적 사건을 통해 보듯 지금도 갈등이 팽배해 있는 곳이다.
2000년 이스라엘의 야당 지도자였던 샤론(나중에 총리가 됨)이 군인들을 이끌고 이 사원을 방문했을 당시
아랍인들과의 충돌로 그 자리에서 13명이 숨진 게 발단이 돼 팔레스타인의 2차 인티파다(민중봉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슬람 측은 이스라엘 정부가 이곳을 빼앗아 다시 성전을 만들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슬람 측의 의구심대로 이스라엘 정부가 실제 이곳을 점령할 경우
이슬람 세계와의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종교의 화약고에서 지난 5월 18일 아침 이색적인 종교 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전 8시 반 예루살렘 구시가지(Old City)의 성곽에 있는 8개 문 중 하나인 자파 게이트 앞.
아시아인과 백인, 흑인들이 뒤섞인 일군의 사람들이 행진을 위해 대열을 갖추고 있었다.
150명 정도가 모인 행진 대열 앞에 들린 플래카드에는 영어로 ‘예루살렘 선언(Jerusalem Declaration)’
중동평화회의(Middle East Peace Initiative)’ 등의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관광객들과 성문 주변에 진을 친 현지 상인들이 호기심 어린 눈길을 주는 가운데 이들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피스, 샬롬, 살람 알라이쿰!” ‘평화, 평화, 당신에게 평화를’이라는 말을 영어와 히브리어,
아랍어로 조합해 노래 가사 같은 구호로 외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유대인 안식일을 맞아 다소 한산한 구시가지 구석구석을 구호를 외치며 50분간 2㎞ 가까이 행진했다.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이들의 행진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고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도 있었다.
이 행렬을 지켜보던 일부 유대인은 “안식일에는 사진을 찍거나 시끄럽게 하면 안 된다”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들 행렬은 예수가 못 박힌 골고다 언덕에 자리 잡은 무덤교회 앞 광장에서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3대 종교 대표’가 앞에 나서 종교 간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는 기도모임을 갖기도 했다.
▲ 예루살렘 구도시의 황금돔 사원.
이날 벌어진 이색적인 종교 행사는 통일교 창시자인 고 문선명 총재가 만든 국제 NGO인 UPF(Universal Peace Federation)가 주관한 행사.
현재 유엔 경제이사회 특별자문기관으로 등록돼 있는 UPF는 종교 간 화합이라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첨예한 종교갈등의 현장인 예루살렘에서 2003년부터 중동평화회의(MEPI·Middle East Peace Initiative)라는 이름의 행사를 벌여왔다.
이 행사를 시작한 지 10주년을 맞는 올해는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 온 UPF 평화대사와 종교 관계자 150여명이 예루살렘에서 2박3일간 행사를 치렀다.
지난 10년간 이 행사를 주관해온 양창식 중동평화회의(MEPI) 의장(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총회장)은
5월 17일 예루살렘의 ‘단 예루살렘 호텔’에서 열린 행사의 환영사에서
“2003년 이라크전쟁 발발 후 문선명 총재가 저를 불러
‘이라크전쟁이 잘못 확산되면 종교전쟁으로 확산되며 이는 곧 3차 대전으로 가게 되고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멸망의 길로 가기 쉽다.
2001년 9·11의 배후도 결국은 극렬한 종교 갈등이 그 배경이다.
모든 갈등의 본부는 예루살렘이다.
미국에서 주요 종단 지도자들을 인솔하고 예루살렘에 가서 중동평화를 위한 회의를 주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게 행사의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UPF 회장인 미국인 토머스 월시 박사는 주간조선에
“문 총재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일에게서 이슬람교가,
아브라함의 다른 아들인 이삭으로부터 유대교와 기독교가 나왔다는 점에서 세 종교를 형제라고 생각했다”며
“세 종교가 화합하지 않으면 세상에 평화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 중동평화회의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UPF 측은 2003년 5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지도자들을 한데 모아 유대교와 기독교 간의 화해를 앞세운 6개 항목의 ‘예루살렘 선언’을 했고,
이후 지난 10년간 평화행진과 다양한 종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세미나 등의 행사를 예루살렘에서 가져왔다.
이번 10주년 행사에도 이스라엘의 랍비인 바 데어, 미국의 스티어링 대주교, 이슬람 이맘인 데이비드 아사드 등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UPF 측은 지난 10년간 행사를 벌일 때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유력 인사들을 만나 양측의 화해를 주선해 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였다.
평화행진을 마친 뒤 UPF 관계자들이 황금돔 사원에 이어 찾아간 곳은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가 자리 잡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
이곳의 베스트 이스턴 호텔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길(Ways toward Peace)’이라는 세미나에서 팔레스타인 인사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팔레스타인의 국회의원인 무스타파 알바구티는 잘못된 정보로 팔레스타인이 바깥 세계에서 오해를 받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의 역사를 장시간 브리핑했다.
그가 보여준 영상에는 이스라엘군의 고무총에 눈을 맞아 식물인간이 된 팔레스타인 소녀와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대한 폭력행사 장면 등이 담겨 있었다.
그는 “이스라엘이 분리장벽(Apartheid Wall)과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무법적인 이주를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을 내몰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GDP(국내총생산)가 팔레스타인 GDP의 20배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자치구에 공급하는 전기와 수도료를 자국민에 비해 2배 이상의 가격을 받고 팔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의 말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의 중심에는 분리장벽이 자리 잡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살폭탄 방지 등 보안장벽(Security Wall)이라는 명분하에
2002년부터 팔레스타인 자치구를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으로 둘러싸고 있다.
높이 8~10m에 이르는 콘크리트 장벽은 현재 총연장이 850㎞에 이른다.
자치구 수도 라말라에 들어서면서 직접 목격한 콘크리트 장벽은 위압적이었다.
끝없이 이어진 콘크리트 벽이 팔레스타인 자치구를 이스라엘과 완전히 갈라놓고 있었다.
장벽을 넘어 팔레스타인 자치구로 들어서면 갑자기 시간이 후퇴한 듯
‘가난하고 척박한 땅’이라는 분위기가 확연히 느껴졌다.
팔레스타인인은 이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오려면 이스라엘 군인들의 검문과 허가를 받아야 한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마을을 가르고, 병원과 학교를 자유롭게 못 가게 한다”며
이 장벽을 유대인들이 2차대전 당시 겪은 게토의 부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게토의 비극을 겪은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또 다른 게토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75%에 이르는 자치구의 청년실업률도 이 장벽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처럼 갈등이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땅에서 UPF가 추구해온 종교 간 화해가
진짜 현실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UPF 관계자들은 “지난 10년간 MEPI가 추구해온 메시지는 현실을 조금씩 바꿔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머스 월시 UPF 회장은 “개인과 개인의 대화를 통해서 생각을 바꾸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지난 10년간 MEPI에 동조하는 세계적 네트워크가 형성됐고 종교 지도자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스라엘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할 이스라엘 전직 의원까지 참가했다.
이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10주년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한 란 코헨 전 이스라엘 국회의원은 인터뷰에서
“유대교 급진파 랍비와 이슬람교 급진파 이맘이 충돌하면 극단적 상황이 벌어진다.
▲ UPF 관계자들이 지난 5월 18일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평화행진을 하고 있다
그런데 UPF는 가자지구의 이맘과 예루살렘의 랍비를 만나게 할 수 있다”며
“10년간 계속되어온 UPF의 평화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UPF의 입장은 이스라엘의 관용을 촉구하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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