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터넷이 언어인 시대 가톨릭도 변해야 살죠

tkaudeotk 2012. 12. 9. 19:25


주한 교황청 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인터뷰
로마교황청, 전세계 주교회의 열어
내년 한 해 를 ‘신앙의 해’로 지정


최근 로마 교황청은 앞으로 1년을 ‘신앙의 해’로 선포했다. 변하는 세상에 맞춰 교회도 변해야 한다는 취지다. 

주한 로마 교황청 대사인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세속주의로 인한 교회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기독교인 스스로 영성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세계 가톨릭 교회가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로마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시노드(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열었다. 
각국의 주교 대표 262명 등 ‘가톨릭의 수뇌’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한 달간 회의를 열었다.

 또 내년 11월까지 1년간을 ‘신앙의 해’로 지정해 교회 스스로 ‘온전한 신앙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더 이상 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세속주의, 반드시 가톨릭은 아니어도 된다는 
상대주의 등으로 인한 신앙의 위기가 갈수록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침 올해는 가톨릭 교회 의식 등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2차 바티칸 공의회(1962) 개최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가톨릭 교회가 걱정하는 구체적인 위기의 내용은 무얼까. 
주한 교황청 대사인 오스발도 파딜랴(70) 대주교를 만나 로마의 분위기를 들었다. 그
는 교황청의 뜻을 한국 교회에 전하는 공식 창구다. 
필리핀 출신인 그는 교황청 외교관 학교를 나와 2008년 한국에 부임했다.

 - 지난해 교황의 교서(敎書·신앙과 교리에 관한 서한) ‘믿음의 문(Porta Fidei)’을 보면
신앙의 위기가 여러 차례 언급된다. 위기의 내용이 뭔가.

 “세상은 기술적, 물질적으로 엄청난 진보를 이뤘다. 하지만 물질주의와 종교적 상대주의에 빠졌다. 
도덕적 가치보다 경제적 이득·편리를 중시하면서 신앙의 위기가 왔다. 
과연 오늘날 신의 자리는 어디인가, 하는 물음이 생겼다.”

 - 전 세계 주교를 불러 모을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본 건가.

 “1962년 바티칸 공의회는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10년 후쯤 되는 시기에 소집됐다.
식민지였던 나라들의 독립 문제, 젊은이들의 마약 남용, 
히피 문화 등 도덕적 문제가 있었고 그에 맞서 교회가 대응책을 내놓아야 했다. 
당시 공의회는 하나의 신선한 바람이었다. 그런 전환이 또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 한국교회 역시 위기 상황인가.

 “수치상으로는 좋다. 역사적으로도 한국교회는 교회의 앞날에 대한 로마의 낙관주의의 근거였다. 
평신도에 의해 처음 신앙이 싹텄고, 순교자의 희생과 더불어 교회가 성장했다. 
하지만 그런 구조에 만족하면 안 된다.
교인들의 영적 생활은 어떤지, 한국에서 교회가 기쁨의 원천인지 돌아봐야 한다. 
한국 교회에도 위기의 징후는 있다. 
젊은이들이 경제적 성공에 대한 부담이 크다. 복음의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중시한다.”

 - 그런 위기에 대한 해결책은 뭔가.

 “‘신앙의 해’는 현대적 문제에 맞서 신앙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새롭게 하고 
그 바탕에서 세상에 대한 교회의 접근 방법을 새롭게 하자는 거다. 
가령 지금까지는 아무도 교회 안에서 인터넷을 얘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 방식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새로운 기술뿐 아니라 그에 맞는 새로운 언어, 새로운 용어도 써야 한다.
물론 예수님이 우리의 신앙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그걸 제시하는 방법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 한국교회는 그 동안 현실참여적이었다.

“교회는 세상에 속해 있으면서 세상에 속해 있지 않기도 하다. 
예수님은 당대에 박해 받았고 결국 돌아가셨다. 
하지만 정치적 메시지를 말씀하지는 않았다. 
이성에 따라 교회의 비전을 사회 안에서 추구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사회적 정의의 실현도 교회의 사명 중 하나다.”


◆바티칸 공의회=

가톨릭 교회의 보수적인 면을 탈피하기 위해 1962∼65년 소집된 전세계 주교들의 전체회의.
미사 등 가톨릭 전례에서 평신도의 역할이 커지고, 
개신교를 통해서도 구원이 가능하다고 인정하는 등 시대의 변화상을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