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는 사진 넣은 외국과 달리 국산은 날로 화려해져, 국민건강 외면 |
김솔미 기자 (haimil87@csnews.co.kr) 2011-12-29 08:20 |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담뱃갑 때문?
세계적인 강력한 금연 운동속에서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담배의 디자인이 너무 화려하고 아름다워 세간의 눈총을 받고 있다.
외국의 경우 담뱃갑에 강력한 경고문과 함께 건강상의 위해를 경고하는 겁나는 사진등을 넣어 흡연자들의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지만 국산 담뱃갑은 갈수록 아름답고 화려해져 흡연욕구를 충동시킨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
특히 내수시장의 60% 이상 점유율을 갖고 있는 KT&G(대표이사 사장 민영진)의 화려한 담뱃갑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만 KT&G는 올 겨울에도 톡톡 튀는 디자인의 한정판 담배를 잇달아 내놓으며 '충성고객' 모으기에 혈안이다.
사회적인 비난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내년에 담뱃갑에 흡연 위험을 알리는 경고그림을 넣는 방안을 재추진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담배회사의 로비, 엽연초 농가 수입 감소, 흡연율 감소 효과가 미미하다는 주장 등이 더해져 지난 2008년 처음 추진한 건강증진법안 개정안이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는 것.
보건복지부는 내년에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통해 흡연경고 그림을 도입하고, 흡연 유도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담배 규제방안을 마련하겠다고 2012년 업무계획을 통해 밝혔다.
내년 복지부 숙원사업인 흡연 경고그림 삽입 등의 금연정책이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영국, 브라질 등 23개국서 흡연경고 그림 도입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브라질, 캐나다,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 23개국에서 담뱃갑에 ‘구멍 난 목’, ‘검게 변한 폐’ 등 한 눈에 봐도 끔찍한 흡연 경고 그림을 넣었거나, 삽입할 예정이다.
▲ 국가별 경고그림 도입 시기와 그림 예시
미국의 경우 정부가 흡연 피해를 적나라하게 담은 사진을 내년 9월까지 담뱃갑에 의무적으로 넣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담배회사들이 표현의 자유 침해 등으로 위헌소송을 냈고, 법원은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시행을 중단하라고 명령한 상태.
세계적인 금연국가 브라질은 최근 새 금연법을 제정해 담뱃세를 인상하고, 현재 담뱃갑 한쪽에만 그림경구를 기재하던 것을 양면에 보이도록 수정했다. 이밖에도 모든 직장과 공공장소를 금연지역으로 지정하고, 담배 소매상에서의 담배 광고를 금지했다.
특히 브라질은 이번 금연법 제정 당시 자국 담배회사의 반대 로비가 있었음에도 불구, 금연정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KT&G, ‘손이 가는’ 담뱃갑 출시에 혈안
반면, 국내 담배시장은 이 같은 국제적인 추세와는 동떨어져 있다.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는 KT&G는 지난 10월 ‘오렌지, 블루, 그레이, 그린’ 네 가지의 강렬한 색상을 적용한 새로운 ‘4색(色) 레종’을 출시한데 이어 이달에만 눈에 띄는 디자인의 겨울 한정판 담배인 ‘레종 윈터스페셜’과 ‘보헴시가 모히또 스노우팩’을 잇달아 내놓으며 흡연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1999년 출시 이래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디스플러스 역시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변경해 눈길을 끌었다.
▲ 국내 시판 중인 세련된 디자인의 담뱃갑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디스플러스 디자인이 바뀌면서 판매율 변화는 있었으나, 경쟁사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효과로 보고 있다”면서 “트렌드가 변함에 따라 리뉴얼 제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하며 최근 잇단 디자인 변경으로 인한 마케팅 효과를 부인했다.
정부의 금연정책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꺼렸다.
◆ 복지부, 경고그림은 흡연 억제 효과 커…적극 추진 예정
경고 그림의 경우, 흡연 억제 효과가 뚜렷하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실제로 캐나다의 경우 그림 도입 직전인 2000년에는 흡연율이 24% 수준이었지만, 2001년에는 22%로 감소, 이후 계속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 경구가 있는 담배가 문자로만 표시된 담배보다 판매율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 9월에 발행된 학술지 Health Policy에 따르면 미국 4개주에서 추출한 404명의 성인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앞 또는 옆면에 문자경구만을 기재한 담배의 판매율에 비해 그림경구를 기재한 담배의 판매율이 17%나 낮았다.
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담배회사 역시 국제적인 추세는 인지하면서도, 꺼려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복지부의 숙원사업인 만큼 올해에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비흡연자를 포함한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금연정책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솔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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