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행.’ 시간에 쫓기고 잠을 줄여가며 업무, 학업에 정진해야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잠을 대출해주는 은행.
한 웹툰의 소재로 나온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으며 유행하고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잠은행 이야기는 그만큼 현대인들의 수면시간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주말이 되면 마치 잠은행에서 대출한 수면 빚을 갚듯이, 몰아서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된 상환 방법이 아니다. 최근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주말 몰아자기는 비만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 콜로라도대 수면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통합생리학자(Integrative Physiology) 케네스 라이트(Kenneth Wright) 박사 연구팀은
주말에 수면을 보충하는 습관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수면 빚 갚는데도 왕도가 있다. 지나친 주말 몰아자기나 과도한 낮잠은 오히려 생체리듬을 흐트러지게 만든다. ⓒ Pixabay
연구팀은 이를 위해 18~39세의 건강한 성인으로 구성된 실험 참가자 36명을 총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는 9시간 이상 넉넉한 수면시간을 가진 그룹, 두 번째는 부족한 수면 시간을 가진 그룹,
세 번째는 주말에 잠을 몰아서 자는 그룹이다.
2번째 그룹 참가자들의 수면 시간은 5시간으로 제한됐으며, 세 번째 그룹 역시 평일에는 같은 시간만큼만 잘 수 있었다.
연구팀이 2주후 이들의 몸무게를 측정하자 유의미한 차이점이 나타났다.
충분한 수면을 취한 첫 번째 그룹에 비해 두 번째 그룹은 약 40%, 세 번째 그룹은 30% 정도 체중이 증가한 것.
부족한 수면시간이 저녁식사 후 간식 섭취와 체중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인슐린감수성(Insulin Sensitivity)의 변화.
이는 우리 몸이 외부에서 온 인슐린에 대해 반응하는 정도를 뜻하는 것으로,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슐린감수성이 높다는 것은 한 마디로 우리 몸 속 포도당 이용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때문에 좀 더 에너지를 소모하여 살이 잘 찌지 않도록 한다.
반대로 인슐린감수성이 낮아지면 비만이 될 확률이 올라간다.
또한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겨 당뇨병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연구팀은 수면시간이 인슐린감수성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에 따르면, 수면부족인 두 번째 그룹은 13%, 주말 몰아자기 그룹인 세 번째는 9% 가량 인슐린감수성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간을 비롯한 일부 중요 장기에서는 세 번째 그룹의 인슐린감수성이 두 번째 그룹보다 월등히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케네스 라이트 박사는
“주말동안 잠을 보충하는 것은 수면 손실에 대한 효과적 대응전략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월요병 부르는 생체시계 교란 주범은?
주중과 주말의 불규칙한 수면 패턴이 생체시계를 교란시킨다는 분석도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생체시계가 늦춰져 일요일 저녁에 늦게 자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미국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매디컬센터에서 진행한 연구다.
그레고리 카터(Gregory Carter) 박사가 주도한 이 연구에서
주말에 1~2 시간만 더 자더라도 생체리듬이 크게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
메디컬 데일리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이 제시한 주말의 적정 수면시간은 평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카터 박사는 이에 대해 “우리의 뇌는 졸릴 경우 알아서 효율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찾는다”라고 설명하며
“때문에 수면 빚(Sleep Debt)을 갚는 데에는 8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생체 시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상시보다 자는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좋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요일, 토요일 밤에 늦게 자고 토요일, 일요일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을 선택한다.
이는 고통스러운 월요일 아침을 불러오는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커피는 수면을 방해한다는 통념과는 다르게, 이를 이용한 낮잠자기 방법도 있다. ⓒ Pixabay
평일 쪽잠을 위한 꿀팁, 커피냅
하지만 절대적인 잠의 양이 부족한 현실에서 주말 몰아자기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이 대안으로 추천하는 방법이 평일, 특히 2~3시를 전후하여 조금씩이나마 쪽잠을 자는 것이다.
여기엔 나름의 과학적 이유가 있다. 우리 몸의 생체시계에 따르면,
사람들은 눈을 뜬 후 약 8시간 후에 각성도가 가장 낮아지게 된다.
때문에 점심시간 이후 수면욕구가 생기는 것이다.
주의사항은 30분 이상 쪽잠이 생체리듬을 망친다는 것.
특히 깊은 잠(렘수면) 상태에 빠졌다 일어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에 의자에 기대는 등 적당히 불편한 자세로 자는 것이 권장된다.
커피의 각성효과를 이용한 커피냅(Coffee Nap)이라는 방법도 있다.
이는 쪽잠에 들기 전에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이다.
몸에 흡수된 카페인이 본격적인 각성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준비 시간이 20~30분 정도 되기에,
딱 적당한 타이밍에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일시적인 쪽잠이 아닌, 규칙적인 수면관리와 알맞은 수면습관 기르기일 것이다.
자기 전 스마트폰 보지 않기, 늦은 시간 과도한 식사 피하기 등
바쁜 와중에도 지키는 데 어려움 없는 방법들이 많으니 하나씩 실천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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