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종교 전쟁, 실은 신앙 때문이 아니다

tkaudeotk 2017. 6. 23. 10:53

[책 뒤안길] <종교 탓이 아니에요>로 배우는 세계 5대 종교

<종교 탓이 아니에요>는 '어린이를 위한 세계 5대 종교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종교에 대해 쉽게 풀어놓은 책이다. 최초의 유일신교인 유대교, 세계 최대 종교인 기독교, 신에게 절대 순종을 요구하는 이슬람교, 많은 신을 섬기는 힌두교, 마음의 깨달음을 찾는 불교 등 5대 종교의 탄생, 경전, 축일, 주요 교리, 중요한 의식들, 분파,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인 만프레드 마이는 독일의 아동 문학가로 문학뿐 아니라 역사, 세계사 등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글을 써 청소년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는 '작가의 글'에서 종교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종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목표라고 말한다.

"다만 종교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종교라는 복잡한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도록 돕고, 
종교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려고 해."(7쪽)


종교 입문서로 수작이다

▲  <종교 탓이 아니에요> (만프레드 마이 지음 / 마리네 루딘 그림 / 스콜라 펴냄 / 2017. 5 / 171쪽 / 1만2000 원)

청소년의 종교 입문서로 알맞은 책이다. 간략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방대하다. 세계 5대 종교를 이리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핵심을 짚은 책이 있을까 싶다. 마리네 루딘이 그린 삽화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기독교인인 나로서는 '모든 종교는 비슷하다'는 책의 흐름에 동의하기 힘들다. 
더더욱 저자는 '인간이 만든 신'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종교의 발생을 말하면서 천둥, 번개, 화산 폭발 등의 천재지변을 당했을 때 
인간은 자신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힘이 존재한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고 '초인적 존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관찰과 사실, 논리적 사고'로는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을까,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죽어서 어떻게 될까'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대답을 대신할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며' 초인, 주술가, 조상신 등에 귀의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주술종교, 자연종교나 전통종교가 발전하면서 세계 5대 종교가 나왔다는 논리다.

책에서는 일부 오류도 발견된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가톨릭은 결혼이 7대 성사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혼을 허락하지 않지만, 개신교에서는 이혼이 허용된다고 말한다. 이는 오류다. "하나님이 짝지어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마태복음 19:6)는 것이 예수의 가르침이다. 그럼에도 기독교인 중에 이혼하는 사람은 있다. 그건 허락해서가 아니다.

그러나 종교전쟁보다는 종교의 기본인 사랑을 강조하며 평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종교서적 중 꼽을 만한 책이다. 
굳이 말하면 신앙서적이 아니고 종교서적이다. 각 종교의 기원과 조직, 교리적 특징, 절기 등은 독자들이 읽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은 책이 지향하는 종교 전쟁이 실은 종교나 신앙 때문이 아니고, 인간의 탐욕 때문임을 짚는 것에 할애할까 한다.


종교전쟁은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  책 속에 든 그림, 이슬람교를 설명하는 그림으로 마리네 루딘의 그림이다.
책은 유대교의 기원과 과정을 설명하는데 이는 성경의 요약이다. 특히 기독교와의 마찰에 주목하며 기술하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아브라함으로부터 기원한 유일신교 유대교는 이스라엘이 바빌로니아의 포로로 잡혀가면서 수난을 겪는다. 
포로생활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지만 70년 로마에 패망함으로 로마를 비롯한 주변 전역에 흩어져 사는 '디아스포라'가 된다. 책에 따르면, 로마의 가톨릭은 유대인을 철저히 분리하는 정책을 썼다. 

"1215년 가톨릭교회는 유대인에게 그들이 정한 특정 옷만 입게 했어. 
기독교인들과 구분하려는 의도였지. 그 규정에 따라서 유대인들은 뾰족한 모자를 쓰고 옷에 노란색 표시를 붙였어."(26쪽) 

우리는 세월호를 생각하며 '기억의 표식'으로 노란색 리본을 단다. 
그런데 유대인들에게는 이런 표식이 '죽음의 표식'이었다. 책은 또, 페스트가 창궐하자 유대인이 우물에 병균을 넣었다는 터무니없는 혐의를 씌워 죽였다고 말한다. 우리가 다 알 듯, 나치의 '홀로코스트' 유대인 600만 학살은 너무 끔직한 사건이다. 모두 종교가 저지른 희대의 범죄다. 

이는 기독교가 유대교를 상대로 한 범죄다. 
그러나 책은 로마제국의 기독교 박해도 얼마나 끔찍했는지 알려 준다. 벌써 2000년 전인 196년에 테르툴리아누스는 이렇게 적었다. 

"모든 사회적 재앙과 사람들에게 닥친 불행은 기독교인들 탓으로 여겨졌다. 
티베르 강이 범람하거나 나일 강의 물줄기가 줄어들 때, 지진이 발생하거나 기근과 전염병이 생기면 곧바로 '기독교인들을 사자 밥으로!'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160쪽) 

우리가 다 알고 있듯, 3세기에 벌어진 기독교인 학살은 무지막지한 것이었다. 
이런 기독교 핍박은 콘스탄티누스가 로마제국을 다스리면서 끝났다. 하지만 교황 레오 10세의 면죄부 판매는 1617년 10월 루터의 종교개혁을 유발하게 했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지금도 전쟁 아닌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저자는 유대교 또한 이슬람에 대해 가해자라고 말한다. 이집트를 탈출하여 가나안에 정착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유대교는 팔레스타인과 대치하며 싸우게 된다. 결국 무력으로 팔레스타인을 차지한다. 이슬람 또한 무함마드 때부터 무력 확장을 한다. 아라비아에서 페르시아, 메소포타미아, 팔레스타인, 시리아, 아나톨리로 확산됐다. 당연히 무력이 동원되었음을 책은 알려 준다. 

예루살렘 성지를 두고 한 십자군 원정은 기독교와 이슬람, 유대교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 그곳을 성지로 여겼기 때문이다. 저자는 교황 우르바노 2세의 1095년 칙령에 따라 십자군 원정이 개시되었다며 그의 칙령을 소개한다. 

"저주 받은 민족, 신을 부인하는 민족이 기독교인들의 땅을 무력으로 침공해 온갖 약탈을 자행했노라. 
신앙이 없는 자들에 대항해 무기를 드는 모든 사람의 죄는 완전히 용서 받을 것이고, 전쟁에서 죽는 사람은 영생의 보상을 얻게 될 것이다."(162쪽) 


한 십자군 용병대장의 메모가 발견되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내가 남자 416명, 여자 928명, 미성년자 56명을 죽인 건 사실이다.
 (중략) 500채의 집을 약탈하고 불을 질렀으며, 처자 800명을 강간했다. 그럼에도 나는 곧 바로 천국으로 올라가 심판의 불길을 영원히 피할 거라 믿는다. (중략) 하느님의 말씀에 단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163쪽) 


교황의 칙령과 용병대장의 메모는 일맥상통한다. 오늘날 IS(이슬람국가)의 과격 테러와 꼭 닮아있다. 가끔 극우 목사들이 "북한은 하나님 없는 백성이니 없애버려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할 때 가슴이 내려앉을 때가 있다. 다 같은 내용 아닌가. 나는 종교적 극단주의는 종교나 신앙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종교 전쟁은 '종교를 핑계 삼아 지극히 세속적인 목표를 이루려는 것'이라며, 
'속셈을 감추려고 종교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와는 달리 불교나 힌두교는 평화를 지켰다고 말한다. 책은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데, 불교와 힌두교가 여러 신이나 신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다툴 필요가 없었음은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단지 유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이 공통으로 말하는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만 말한다. 
어쨌든 종교라는 이름으로 저지른 악행이 있었다는 게 사실이기에, 책을 읽으며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 참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