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적게 먹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거나 뇌 등 신체 건강에도 좋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 오키나와를 비롯한 세계 장수촌 대상의 여러 연구에선 대체로 소식(小食)이 공통된 비결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이는 장수자들의 생활습관 등을 설문 조사하거나 관찰한 역학적 연구결과들이다.
이보다 더 앞선 연구결과들도 일부 있다.
예컨대 독일 뮌스터대학 아그네스 플뢰엘 교수팀은 중노년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시험한 결과
3개월 동안 개인에 따라 하루 200~1천 칼로리를 줄여 섭취한 그룹의 기억력 검사 성적이 20% 더 좋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일도 있다.
21일 의학 전문 사이트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브라질 생체의학 레독스 프로세스 연구센터(Redoxoma) 팀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뇌세포를 보호하는 생체의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해 학술지 '세포 노화'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생체 내 실험과 생체 외 실험을 모두 시행했다.
한 그룹엔 먹이와 물을 일반적인 양으로 주고 다른 그룹은 14주 동안 칼로리 섭취를 40% 줄였다.
다만 먹이량 감소로 영양실조에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비타민과 미네랄은 별도로 줬다.
두 그룹 쥐들에게 모두 지나친 칼슘으로 인해 뇌 해마 부위에서 글루타민산 수용체 과잉작용을 일으키도록 하는 카인산을 주입했다.
이 경우 통상적으로 '흥분독성' 때문에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거나 죽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간질 발작, 뇌졸중 등 신경퇴행설 질환과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섭취 열량을 줄인 쥐들의 뇌에선 미토콘드리아성 칼슘 보유가 증가하면서 흥분독성으로 인한 뇌세포 손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 워싱턴대와 미네소타대, 영국 옥스퍼드대 등 국제공동연구진이 대뇌피질을 180개 영역으로 나눠
각 영역의 기능을 정리해 2016년 7월 21일 발표한 한 뇌지도. 기사의 특정 내용과는 무관함.
[Matthew Glasser, David Van Essen, Washington University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연구팀은 이어 두 그룹 쥐들에서 미토콘드리아를 분리해 내 시클로스포린이라는 약물에 대한 반응을 생체 밖에서 실험했다.
이 약물은 시클로필린D라는 단백질의 작용을 방해함으로써 미토콘드리아성 칼슘 보유를 증가시킨다.
그런데 실험 결과 두 그룹 모두 시클로필린D 수준이 동일했다.
이에 따라 생체 내에서 시클로필린D 발현을 억제하는 다른 단백질이 있는지 찾아 본 결과
칼로리를 줄인 그룹에서는 SIRT3이라는 단백질이 늘어나 시클로필린D의 구조를 변조하는 것과 각종 항산화효소가 증가하는 것이 관찰됐다.
논문 주저자 이그나시오 아미고 박사는 이 연구결과는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이런 메커니즘을 통해
각종 신경 퇴행성 질환을 일으키는 뇌의 산화 스트레스 통제 능력이 커짐을 보여주는 것이자
관련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정보를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조금 적게 먹고 칼로리를 과잉 소비하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지만
특히 노년의 경우엔 지나치게 칼로리를 줄이거나 필수 영양성분이 모자라는 정도로 식단을 구성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서울대 노화 고령사회연구소가 2009년 7월 22일
국내 대표적 농촌 장수지역인 전북 순창군에서 장수 비결을 밝혀내기 위한 심층조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자료사진]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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