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브래지어 탈의로 수치심” 국가에 소송 걸었다

tkaudeotk 2011. 8. 14. 11:57

등록 : 20110810 16:53 | 수정 : 20110810 22:14

 

유치장서 탈의 강요받은 여성 4명 위자료 청구해
“말로 다할 수 없는 수치심과 모멸감 느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집시법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체포됐다가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은 여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아무개씨 등 피해여성 4명이 ‘유치장에서 공공연하게 브래지어를 벗는 경험을 하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성적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꼈고 이를 극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각 6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들은 2008년 8월15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유치장에 수용됐다. 당시 경찰은 신체검사 직후 브래지어를 벗도록 강요했고, 피해 여성들은 길게는 체포시한의 대부분인 48시간 가까이 브래지어를 벗은 채 유치장에서 생활했다. 피해 여성들은 당시 “여성 경찰이 유치장 내 탈의실 밖에서 근처에 있던 남성 경찰이나 남성 유치인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해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얇은 티셔츠를 입고 물대포를 맞아 완전히 젖었는데도 브래지어를 입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 조사에 응해야 해 수치심이 컸다”고 말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또 다른 피해자는 머리카락을 묶고 있던 얇은 고무줄까지 압수당해야 했고 신체검사 과정에서 여성 경찰관이 반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어 팬티를 더듬는 방식으로 검사를 하여 수치심을 느끼기도 했다”며 “피해자들은 소장에서 ‘어쩔 수 없이 공공연하게 브래지어를 벗는 경험을 하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성적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꼈고 이를 극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강성준 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는 “경찰이 브래지어가 자살도구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구치소 등 구금시설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한 경우는 없는 점, 2003년 이후 국내 구치소·교도소는 물론이고 유치장에서도 브래지어를 이용해 자살을 하거나 타인을 위해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던 점을 볼 때, 경찰의 설명은 납득할 수 없다”며 “피해자들은 경미한 범죄로 연행된 사람들로 자살이나 자해의 동기나 가능성이 애초에 없었으므로 경찰의 브래지어 탈의 강요는 자살 방지라는 제도의 목적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행해진 위법, 부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소송 제기 이유를 밝혔다.

강 활동가는 “2008년, 2009년 국회 청문회 등을 거치면서 경찰이 브래지어와 안경은 유치장에서 반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답변하면서 그런 관행이 사라졌다고 알려졌지만, 지난 등록금 집회에서 동일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경찰의 해명이 거짓임이 밝혀졌다”며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법적 대응으로 이와 같은 인권침해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송은 인권변호사 고 유현석 변호사를 기리고자 조성된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