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과 건강

담배 한모금에 승진·성과금 '싹둑'..기업들 '금연전쟁'

tkaudeotk 2016. 3. 9. 09:20

식품회사 "담배 피우는 손으로 식품 연구할 수 없다"



# 모 식품회사 앞 골목에는 애연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공간이 있었다. 

이날도 어김없이 쉬는 시간을 틈타 비밀 장소에서 담배 한대를 물던 김민수 과장(37·가명)은 

갑자기 '암행어사'처럼 들이닥친 인사과 감시 직원들에게 현장을 딱 들키고 말았다. 

김 과장의 흡연은 곧바로 직속상사인 팀장에게 보고됐다. 

사무실에 들어간 김 과장은 동료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회사 인근에서 직원의 흡연은 상사의 인사 고과에는 물론 팀 전체 실적에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었다.


금연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모 제약회사에 7년째 근무 중인 이진호 대리(34·가명)는 담배 때문에 승진에 탈락된 아픈 기억이 있다. 

회사 인사평점에서 흡연자는 일괄적으로 2점씩 감점을 줘 승진에 물을 먹은 것이다. 

단 1점으로도 승진이 좌지우지 되는데 2점 감점은 치명적이었다. 

회사 흡연자들 전체가 "이렇게 까지 할 줄 몰랐다"며 충격을 받았다. 

'회사의 금연 정책이 장난이 아니구나'라고 느낀 진호씨는 곧바로 금연에 돌입했다.


# 한때 애연가였지만 결혼을 계기로 10년 전부터 담배를 끊은 식품회사 나동수 부장(44·가명)은 일찍 금연을 한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회사가 몇년 전부터 사원들의 금연 정책을 강화하면서 불시에 소변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호흡을 통한 흡연측정기를 사용했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1년에 2,3번씩 소변검사를 한다. 

나 부장은 "불시에 검사를 하면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한 직원들이 그 자체로 상당한 압박을 받는 것 같다. 

오너의 금연 의지가 그만큼 강력하다"고 말했다.


위는 '담배와의 전쟁'을 하고 있는 식품·제약 기업들의 풍경이다. 

초창기에는 금연에 성공한 직원에게 포상금을 주는 등의 '당근정책'이 많았다면 

요즘은 살벌한 '채찍질'을 가하는 기업들이 많다. 

불시 소변검사, 피검사는 물론 승진탈락, 팀원 전체의 성과금 삭감까지 담배를 안 끊을 수 없게끔 밀어붙이는 기업들도 상당하다.


대상그룹은 업계에서 거의 최초로 강력한 금연정책을 펴왔다. 

"담배를 피우는 손으로 식품을 연구할 수 없다"는 경영진의 소신에 따라 

2008년부터 지금까지 전직원 금연을 목표로 'GWP(Great Workplace)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울 신설동 본사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사옥·공장·중앙연구소 등이 금연구역이다. 

인사팀 직원이 불시에 회사 주변을 순찰해 담배 피우는 직원을 잡아내는 암행단속도 한다. 

결과는 곧바로 부서장 및 부서의 평가에 반영된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직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공청회를 통해 금연의 필요성을 공감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대상은 담배를 잘 안피우는 기업'으로 업계에서도 인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식음료 제조회사인 동아오츠카도 2010년부터 '전직원 금연'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2013년부터 금연학교 입소를 통해 직원들의 금연을 도왔다. 

최근에는 니코틴 수치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1년에 2~3번 소변검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흡연자는 인사평가에 반영해 각성을 시키기도 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건강한 음료를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직원들도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연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건강과 관련된 식품 제약회사 뿐 아니라 일반 대기업에서도 직원 금연정책은 강화되는 추세이다.

삼성전자는 90년도부터 금연캠패인을 벌여왔으며 2011년 부품(DS)부문 사업장에서 시작해서 

삼성전자와 관련된 모든 사업장을 단계별로 금연지역으로 지정했다. 

포스코는 소변검사보다 정확도가 높은 혈액검사를 실시해 니코틴 수치를 정밀 계량해 금연 성공 여부를 판별한다.


입사단계에서부터 흡연 여부를 체크하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다. 

삼양식품과 영진식품, 제약사인 대웅과 광동제약 등은 지원자들로 하여금 흡연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은 비흡연자를 우대하거나 흡연자 채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들이 담배와의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깨끗한 기업 이미지 구축부터 제품 안전 관리, 직원들의 건강 관리 등이다. 

아직 인사상 불이익 등 초강수를 둔 기업들은 많지 않지만 잦은 흡연은 기업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재계에서 금연 운동은 다양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aori@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