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국수먹고 도망친 남자

tkaudeotk 2016. 2. 28. 17:45






















오래전부터 인터넷을 떠도는 한 국숫집 미담이 있습니다.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리고 용산역을 떠돌던 한 남자. 

 배가 너무 고팠지만 돈이 없어 식당들을 돌며 구걸을 했습니다. 

 그러나 남루한 몰골 때문인지 그가 식당에 들어만 가면 모두 내쫓기 바빴습니다. 

 자신을 거절한 곳에 불을 질러버리겠다는 독한 마음을 품고 있던 그는 

골목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한 국숫집에 들어갔습니다. 

 할머니는 다른 가게 주인들과 달리 남자에게 국수를 내어주었습니다. 

 허겁지겁 국수를 먹었지만 낼 돈이 없었던 그는 할머니가 국수를 삶는 사이 도망쳤습니다. 

 할머니는 도망가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멀리서 소리쳤습니다. 

 "그냥 가! 뛰지 말고! 넘어지면 다쳐!" 

 남자는  할머니의 따뜻한 국수와 말 한마디 덕분에 다시 희망을 갖게 됐고 먼 나라에서 재기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알려진 내용은 사실이긴 하지만 더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인터뷰를 거절하신 할머니, 

할머니의 국수 한 그릇의 값은 2500원이지만 그 가치는 무한대입니다. 


 (SBS 스브스뉴스)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438768&plink=ORI&cooper=DAUM&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한참 지난 일이지라. 

새벽녘 한 허름한 사내가 가게로 들어오는디 한눈에 봐도 노숙자라 말이시. 

허겁지겁 국수 한 그릇을 비워내기에 그릇째로 빼앗듯이 한 그릇 더 말아줬는데, 

그마저 다 해치우고 난 뒤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만 냅다 줄행랑을 치더라고. 

쏜살같이 내빼는 그 작자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지. 

“그냥 가! 뛰지 말구. 넘어지면 다쳐!”


*용산 삼각지 뒷골목의 옛집 국수는 온기로 먹는다. 

순천에서 올라온 배혜자 할머니(70)는 지금의 자리에서 국수집을 연 지 30년이 다 되어간다. 

예전에 손님이래야 주로 인근 군부대에 근무하는 군인들과 학생들이 대부분이니 함부로 가격도 올리지 못한 채 장사를 해왔다. 

덕분에 팔자에도 없는 숱한 아들 딸, 사위까지 두게 되었지만. 

‘글을 배우면 시집가 어려울 때마다 편지질을 해 집안 망신시킨다’는 아버지 덕에 글조차 익히지 못한 할머니는, 

그러기에 더더욱 어려운 사람을 볼 때마다 짠한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어쩌다 ‘TV 방송을 탄’ 뒤 담당 PD에게 파라과이에서 한 남자로부터 국제전화가 왔더란다. 

아주 오래 전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들어먹고 용산역 근처를 배회하며 살았는데, 

그때 바로 방송에 나온 옛집에서 국수를 먹고 도망친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할머니가 자신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친 그 말 때문에 세상에 대한 원망을 접고 파라과이로 이민 간 그는, 

이제 제법 성공하여 살고 있다고 하더란다. 

용산 삼각지 뒷골목, 옛집 앞을 지나다보면 어쩐지 따스한 허기가 돋는다.

〈글·사진|유성문 여행작가 rotack@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