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등 13개 시민·소비자단체는 고객 개인정보 2400만여건을 판매해 수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와 전·현직 임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에 1㎜ 크기의 글씨로 작성한 항의서한(사진)을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참여연대 등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은 홈플러스가 2000만건이 넘는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팔아
231억여원의 수익을 얻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 심각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건”이라며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의 심각한 오류를 짚고자 전날 1심 재판부에 1㎜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등은 항의서한에서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보호법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국민이 이해하는 상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에 불과하다”며
“사법부가 나서 기업이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팔아 이익을 남기는 불법행위를 옹호해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기업에 면죄부를 안겨준 법원의 소극적이고 비상식적인 판단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또한
“더욱 심각한 점은 법원이 기업 내부에서 업무를 위해 개인정보를 주고받은 행위에 해당하므로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업체 간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공유와 활용으로 악용될 소지를 마련해준 것으로,
법원이 앞장서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하도록 허용해준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에 전달된 서한에는
‘판사님은 이 글씨가 정말 보이십니까’란 제목으로
판결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의 항의문이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부상준 부장판사)은 지난 8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홈플러스와 도성환 전 사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홈플러스와 도 전 사장 등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경품행사 등으로 모은 개인정보 2400만여건을 라이나생명·신한생명 등 보험사에 231억7000만원에 판매한 혐의로 지난해 2월 기소됐다.
홈플러스는 2009~2010년 라이나생명과 1명의 개인정보당 1900원가량에 거래하는 업무협정을 맺기도 했다.
홈플러스가 진행한 경품행사는 사실상 응모고객의 개인정보를 빼내려는 목적이 다분했다.
통상 경품행사엔 성명과 연락처만 쓰면 됐지만
홈플러스는 생년월일과 자녀 수, 부모 동거 여부까지 적도록 하고 기입하지 않으면 추첨에서 배제했다.
검찰은 홈플러스 법인에 벌금 7500만원과 추징금 231억7000만원을, 도 전 사장에겐 징역 2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홈플러스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요구하는 개인정보 제3자 유상고지 의무를 다했고,
고객들도 자신의 개인정보가 보험회사 영업에 사용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제공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실제 고객 대다수는 정보제공 동의를 하지 않았다.
홈플러스가 응모권의 고지사항을 1㎜ 글자 크기로 쓰는 편법을 썼다는 검찰의 주장에
재판부는 “사람이 읽을 수 없는 크기라 단정할 수 없고, 복권 등 다른 응모권의 글자 크기와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봤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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