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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지리산 등산 1975년

tkaudeotk 2015. 9. 23. 23:16

오래전에 찍었던 빛바랜 사진들을 정리했다. 

같이 산행을 했던 도반들에게 훗날 언젠가는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본인도 현대기술의힘을 빌어 사진들이 더이상 퇴색하지 않도록 보관하고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한, 지금은 사라져버린 옛날 지리산의 표지석을 다른 사람들에게 한번 보여주고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1974년 12월 31일, 3명의 직장동료들과 함께 지리산으로 신년 등산을 떠났다. 

아침 일찍 강릉을 출발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첫번째 사진 왼편이 필자, 가운데 사람은 일행이 아닌 직장 후배로서 강원도 도계역에선가 우연히 만났다. 

오른쪽은 일행중의 한사람인 Mr.강 이다.  


사진 1. 강원도 도계역


여러차례 교통수단을 갈아타면서 드디어 중산리 마을회관 앞에 도착했다.

 (그 후에도 몇번 갔었는데, 집모양은 변했는지 모르지만 마을회관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던 것 같다.) 

 동네사람이 도와줘서 일행 네사람이 모두 한장의 사잔에 찍혔다. 

왼쪽 부터 Mr.강, Mr.민, Mr.최(필자),Mr.전 이다. 

                             이 때가 이미 저녁 무렵이 되었던 것 으로 기억한다.                                                             

사진 2. 중산리 마을회관 앞
 

부지런히 걸어서 "칼바위" 앞에 도착했다. 
사진 위쪽에 보이는 산봉우리가 천왕봉이라고 찍은 것 같은데,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3명 밖에 못 찍었다. 
많은 사진에 세사람만 들어있는데 그만큼 인적이 드물었던 것 같다. 

사진 3. 칼바위 앞에서, 최,전,민
 

올라가는 도중에 상고대가 많이 피어서 인상적이었다. 
구름이 이리저리 지나다니기 때문에 약간이라도 밝은 순간에 사진을 찍어야한다.

사진 4. 지리산 상고대_1
 

또 다른 상고대 사진이다. 아무리 사진을 잘 찍어도, 
사진에서 보는 상고대는 현장에서 그 당시에 보았던 상고대 보다 훨씬 못하다. 
등산복장을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아주 엉성하겠지만 그시절엔 수준급으로 갖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어텍스, 쿨맥스, 기능성 장비...이런 말은 한참뒤에 나왔거나 진짜 전문 산악인이나 알고있었을 것이다. 
그 때도 있었다면 필자도 구해서 사용했을 것이다. 

위에는 보통 벙거지모자, 
윗도리는 덕다운 리버시벌 재킷(오늘은 푸른색 이지만 내일은 뒤집어 입어서 빨간색이다.)
 등산화는 묵직한 수제화였고 투박한 스패츠 까지 착용했다. 
이런 류의 복장은 그 시절엔 등산, 스키, 스케이트 등, 거의 비슷비슷 했었다. 

사진 5. 지리산 상고대_2
 

한참을 더 올라가다가 날이 저물어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다. 

지금은 좀 어려운 일이지만 그때는 아무 곳이나 마음에드는 장소를 찾아서 야영을 하고 

밥을 지어먹어도 괜찮았던 것 같다. 

버너, 코펠, 텐트, 침낭, 등등 모두 나누어 지고 다녔으며,

 쌀과 반찬 무우 간고등어 등등 먹을 것도 모두 배낭에 담고 다녔다. 


필자는 스웨덴 제 스베어 석유 버너를 갖고 다녔는데 여러가지 악조건에서도 

한번도 말썽없이 잘 작동이되어 동료들이 감탄한 적이 많으며 

그 버너는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데, 꼭 퇴역한 노병처럼 이제는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다. 

3년 전 노고단-피아골 을 걸었는데, 

노고단 대피소에서 새벽음식을 끓일때 한번 사용했더니 젊은 사람들의 구경꺼리가 된 것 같았다.
아래 사진은 야영을 하고나서 새벽에 구름 위로 일출을 바라보는 광경이다.

사진 7. 야영지 일출
 

 

카메라를 셀프타이머로 하고 조심스럽게 돌 같은데 올려놓고 찍은 사진이다. 

뒤에보이는 텐트는 소위 A 턴트 라는 것이었는데 굵은 쇠파이프를 몇 토막씩 이어서 

기둥을 두개 만들어서 세우는 군용 야영장비 같은 것이었는데 매우 무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눈을 녹여서 밥을 지어 먹었는데 날씨가 너무추워서 

맨손으로 그릇을 만지면 손가락이 달라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았었다.

사진 7. 야영지의 아침
 

다시 한번 셀프타이머로, 이번엔 모두함께 고함을 지르면서..... 

사진 8. 야영지의 아침 함성
 
 

1975년 1 월 1 일, 천왕봉 옆에 올라섰다. 

정상에서 만난 사람이 있었던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시절엔 매우 인적이 드물었던 것은 틀림없다.

사진 9. 천왕봉 근처_1
 

일행중 한 사람이 방풍 고글 같은 것을 하나 가져왔고 나머지는 선글래스를 사용했었는데 

그래도 사진에는 좀 더 인상적으로 보일려고 그 방풍고글을 돌려 가면서 쓰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 10. 천왕봉 근처_2
 

 

천왕봉 표지석 옆에서 찍었다. 나중에 이 사진을 보던 친구 하나가 추락한 비행기 조종사 같다고했다. 

그럴 듯한 표현이다. 이 사진 속의 천왕봉 팻말은 나중에 가보니까 어디론가 사라지고

 더 크고 요란스럽게 생긴 것이 서 있었다. 

이 사진을 보던 어떤 친구는 이 사진이 가짜 라고 했다. 

요즘 서 있는 천왕봉 팻말이 옛날부터 있었으며, 이 사진 속의 팻말은 본 적이 없고

 적당히 꾸며놓고 찍은 가짜 천왕봉 사진이라고 했다.

서울 가본 사람 하고 안 가본 사람이 싸우면 안 가본 사람이 이긴다고 하더니 그말이 실감났다.

 어쨌든 이 사진은 32 년 전인 1975 년 1 월 1 일, 지리산 천왕봉에서 찍은 사진이 틀림없다. 


사진 12. 옛날의 천왕봉 표지석과 함께..
 

 

그 후에 한참 있다가 다시 올라가보니 이런 돌로 표지석이 되어 있었다. 

크다고 더 좋은 것은 아닐 텐데 왜 바꿨는지 모른다. 

에버리스트산 정상에는 에버리스트라는 표시가 없어도 세상사람이 다 알아주는 것을...



사진 13. 요즘의 새로운 지리산 천왕봉 표지석

 

멀리 내려다 보이는 산과 구름이 만학천봉을 이루고 있는 장엄한 광경이다.


사진 14. 천왕봉에서 바라본 산맥들
 

장터목 방향으로 가는 중이다. 눈이 깊이 쌓인 것 처럼 엄살을 부린다.

사진 15. 천왕봉에서 장터목방향으로 가는 길
 
 

통천문 근처에 설화가 쌓인 나무가 있었다. 이 사진도 실물 보다는 훨씬 못 나온 것이다.


사진 16. 통천문 근처 설화
 

 

눈에 덮힌 나무와 먼 산의 배경이 좋았는데 역시 사진은 별로다.


사진 17. 통천문 근처 눈 덮힌 나무
 
 

어렵게 미끄러운 나무위에 올라섰다고 흑백으로 한번더 찍어주었다.

사진 18. 통천문 근처 눈 덮힌 나무 위에 서서
 

어떤 때는 흑백 사진이 더 아련한 추억을 느끼게 할 때가 있다.

사진 19. 통천문 근처 나무 위에서
 

통천문으로 미끄럼 타고 내려왔는데 미끄럼 한번 더 하겠다고 가파른 언덕으로 돌아 올라 간다. 

통천문 은 너무 가파르고 미끄러워서 되돌아서 기어올라갈 수가 없어서 옆의 언덕으로 돌아서 올라 간다. 

오른쪽 바위 꼭대기의 작은 나무 설화가 반짝이는 보석 같았다.

사진 20. 통천문 옆 오르막 언덕길(천왕봉 방향으로)
 
  

이렇게 미끄럼을 한번 더 탈려고 다시 올라 갔던 것이다. 

왼쪽에 새겨진 통천문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 21. 통천문에서 눈 미끄럼타기

 

 

장터목 근처의 고사목 지대로 들어선다. 경치가 좋다고 찍었지만 역광이라서 뭐가 잘 안보인다.

사진 22. 고사목 지대_1
 
 

고사목 지대는 그 때에도 있었는데 산불이 나서 나무들이 타 죽은 것이라고 했다. 

나중에 가보니까 고사목 색갈이 좀 우중충 해져서 옛날의 고운 빛갈이 좀 퇴색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진 23. 고사목지대_2
 
 

황량하고 쓸쓸한 느낌은 어쩔 수 없지만 죽은 나무라도 깨끗하고 기품이 있어 보인다.

사진 24. 고사목지대_3
 
 

백무동 방향으로 하산하다가 하동바위 앞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지금은 이렇게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사진 25. 하동바위 앞에서 라면 끓이기
 
 

백무동 버스 종점에 온 것 같다. 

사진 중간 쯤 능선 너머로 보이는 조그만 산 꼭지가 천왕봉 이라고 사진을 찍은 것 같다.

사진 26. 백무동 종점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사진들이지만 32 년 넘은 골동품 가치를 약간은 인정 받고 싶고 
혹시 관심있는 분이 있으시다면 참고가 되기 바란다.
1972년 에도 쌍계사에서 천왕봉으로 올라간 적이 있는데 사진을 찾아서 정리되면 포스트를 쓸 예정이다.
 그 이전에 설악산 청봉에도 몇번 갔었는데 사진을 찾아서 기록을 정리하고 싶다.

출처 : saxophoneace

 


출처 : 오오 산이좋아!
글쓴이 : 사명대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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