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뱀사골대피소가 철거 10년 만에 신축될 예정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최근 공개한 제1차 지리산국립공원 보전·관리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7년 뱀사골대피소 신축사업에 예산 20억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계획서에는 2013~2020년까지 중장기 사업계획과 소요 예산이 들어 있다.
▲ 철거되기 전의 뱀사골대피소. 사진제공/ 황소영
관리공단은 낡은 시설과 계곡 수질오염 등의 이유로
지난 2007년 5월 뱀사골대피소를 철거하고 철근콘크리트로 지은 탐방지원센터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당시 산악인들과 산악단체들은
“뱀사골 인근에서 연간 10여 건의 조난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대책 없이 대피소를 폐쇄하는 것은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반대했지만
지리산북부사무소는 철거를 강행하여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리산북부사무소는 뱀사골대피소 신축 이유에 대해
“지리산 주능선의 노고단~연하천대피소 구간의 거리가 약 6시간 소요될 정도로 멀어 안전사고 발생이 늘고 있다”면서
“실효성이 미비한 현 뱀사골탐방지원센터를 공원계획에서 폐지 및 철거하고 대피소 신축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백두대간 마루금 탐방객이 증가하고 있는 바래봉~성삼재 구간,
관리의 사각지대인 노고단~반야봉 구간의 탐방객 관리와 안전사고 예방,
아고산 생태계 보호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뱀사골대피소 자리에 들어선 탐방지원센터.
북부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뱀사골 탐방지원센터에는 직원이 일주일에 3~4회 정도 거점 근무 형태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데,
왕복 5~6시간이나 걸려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비가 필요한 대피소들이 많아 그게 끝나야 뱀사골대피소 신축사업예산이 반영된다”며
“관리공단 본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계획서는 관리공단 본부의 연구보고서 항목에 들어 있어 이미 검토를 마친 상태다.
뱀사골대피소 신축 계획이 알려지자 현지 산악인들은 산악사고 예방 차원에선 바람직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몇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결정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산악구조협회 전북산악구조대 장창환 대장은
“과거 개인이 관리하던 대피소는 조난 상황시 민간산악구조대의 거점 역할을 충분히 했지만,
관리공단 직영으로 넘어간 뒤에는 구조대원에게도 대피소 이용 인터넷 예약을 따지고,
또 조난자만 대피소에 수용한 뒤 지친 구조대원에겐 하산을 종용하는 등 일반 산행객과 똑같은 취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뱀사골 입구. 사진제공/ 황소영
장 대장은
“유럽 알프스의 산장에선 대한민국 민간산악구조대 신분증을 보여주면
국적이 달라도 산장이용료 할인과 숙박 공간을 제공한다”면서
“지리산 대피소들은 구조대원에게도 긴급 상황에 꼭 필요한 취사와 야영도 금지한다”고 꼬집었다.
전북산악구조대 지리산북부구조대 정규환 대장은
“과거 뱀사골대피소는 시설물만 개보수해도 재활용이 가능했는데,
국민 세금 20억원을 들여 다시 지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면서
“그 자리에 들어선 탐방지원센터는 조난자들이 구조의 손길을 기다릴 만한 환경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 대장은 이어 “뱀사골대피소가 철거되면서 등산객 발길이 끊어지고 지역상권도 죽었다”면서
“현지 주민들이 지리산사무소에 대피소 복원을 몇 차례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전·관리계획서에 따르면 시설 노후화로 인한 정비나 증개축, 신축 등
지리산 9개 대피소의 시설확충 사업에 오는 2020년까지 29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로타리대피소(2018년), 치밭목대피소(2020년)는 신축사업으로 각각 50억원이 책정돼 있다. 박성용 부장 bombom@outdoo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