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야기

"설악산 다음은 지리산..정부, 케이블카 '조직적' 추진"

tkaudeotk 2015. 9. 5. 11:52

정부 '케이블카 확충 TF' 구성해 대책회의


"환경부가 '총대'"vs"그런 일 없다"


      ▲지리산 케이블카 조감도. 출처=입법조사처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정부가 최근 조건부 허가를 내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과 관련, 

국립공원위원회의 사업 승인 결정 이전부터 이미 범정부 차원의 관련 TF팀까지 만들어 

사실상 허가를 내주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와 표결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지만

 '사실상' 이미 허가해 주기로 방침을 정하고 '눈가리고 아웅' 했다는 의혹 제기여서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1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입수한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 회의록'을 공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친환경 케이블카 회의록'에 따르면 관련 회의는 지난해 9월부터 사전회의를 포함해 모두 5차례 열렸다. 

해당 회의에는 환경부·국토부·문화체육관광부·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 등 

5개 정부 부처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추진자인 양양군 등이 참여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5개 정부부처들은 모두 국립공원위원회 참여 기관들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사업 승인권, 즉 '투표권'을 가진 핵심 기관들이다. 


'선수'로서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던 양양군과 공정한 '심판'을 봐야 할 정부 부처가 같이 모여 '게임의 룰'을 정한 것이다.

 명백한 '부정 경기'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국립공원위원회 9개 정부 부처 참여..5개 부처가 사전 TF회의 참여 '조율'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는 '형식에 불과' 비판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와 같은 중대 사안을 결정하는 국립공원위원회엔 모두 9개 정부 부처가 참여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개 부처가 양양군과 모여 '입을 맞춘' 것이다. 

참여 부처도 케이블카 설치에 가장 첨예한 논란을 일으켰던 환경 문제 관련 주무 부서인 환경부를 비롯해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 국토개발을 총괄하는 국토부 등 핵심 부처들이다. 

이 회의에서 케이블카 설치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면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및 표결은 요식 절차에 불과해 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TF의 이름은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 이다.

케이블카 '확충'을 전제로 회의를 진행했다면 오색케이블카 사업 승인 여부는 허가를 내주기로 사실상 이미 '끝난 게임'이었던 셈이다.

실제 양양군이 사업 승인 전에 케이블카가 들어설 부지 근처에서 평탄화 작업을 벌이는 모습이 환경TV 단독 보도로 확인되기도 했다. 


환경부가 앞장서 '총대'.."환경 검토기준에 합당하도록 컨설팅 지원"


이런 정황은 회의록 곳곳에서도 드러난다. 그것도 환경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환경부가 앞장서 

'총대'를 맨 정황이 이곳저곳에서 포착된다.

지난해 9월11일 있었던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 첫 회의록을 보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지원" 이라는 소제목으로 환경부가 "환경 검토기준에 적합하도록 컨설팅을 지원한다"고 돼 있다.

회의록 대로라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전제로 환경부가 1·2차 오색케이블카 설치 부결 때 

가장 큰 명분이었던 환경 보호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양양군이 케이블카 설치 검토안도 제출하지 않은 시점이다. 

제출하지도 않은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컨설팅을 정부 부처가, 그것도 '환경부'가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엔 실제 '컨설팅'을 해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11월7월 열린 2차회의에서는 유럽·미국 국립공원 사례를 보완하고 

케이블카 사업체 증가로 인한 수익성 저하 등을 고려할 것을 조언했다. 

설악산 케이블카 관련 환경 보호와 함께 가장 첨예한 논란이 '수익성' 이었고 

이와 관련 양양군이 수익성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됐는데, 

의사록에 따르면 환경부가 첨예한 논란 거리인 수익성에 대해 환경부가 미리 '고려'하라고 '컨설팅'을 해 준 것이다.

지난해 12월10일 열린 3차 회의에서는 아예 국립공원위원회에 제출될 보고서에 담을 내용까지 보완을 요구했다. 

환경부는 해당 회의록에서 케이블카 설치 시 발생 문제점과 갈등, 의견 수렴 및 문제 해결 등에 대한 사례를 조사해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이쯤되면 환경부인지 '케이블카 설치부'인지 헷갈릴 정도다.


 ▲출처=입법조사처   


지리산 국립공원에서도 케이블카 설치 논의..."잘 설계하여 문제없이 추진하는 것이 중요" 


설악산도 설악산이지만 더 큰 문제는 지리산 국립공원에까지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기로 논의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열린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 3차 회의록에 따르면 

"내년부터(2015년) 시범 사업 지역 (설악산, 지리산)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 추진을 잘 설계하여 

문제없이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 이라고 적시돼 있다.

회의록대로 설악산 케이블카는 '잘 설계하여 문제없이 추진' 됐다.

 지리산도 '발등의 불'이라는 얘기다.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까지 논의된 이 회의에도 환경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환경단체들은 '설악산이 뚫리면 국립공원이 다 뚫린다'며 일단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하면 

다른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를 막을 명분이 사라져 우후죽순처럼 케이블카가 들어설 것이라는 강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일관되게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하지만 의사록 대로라면 뒤에선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논의하고 앞에선 '그럴 일은 없다'는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여온 것이다. 

환경단체를 넘어 국민을 속였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지리산 케이블카의 경우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2017년까지 산청군 중산리에서 지리산 장터목, 

장터목에서 함양군 백무동을 연결하는 전체 10.1㎞의 사업이다. 

모두 8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산청군 쪽 길이가 5.6㎞, 함양군 쪽 길이가 4.5㎞다.

이중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내 길이만도 5.8㎞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전체 길이보다 2㎞ 이상 더 길다.


당장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Ⅰ급이자 국가 예산을 들여 복원한 반달가슴곰의 서식처까지 위협할 공산이 높다.

이같은 회의록에 대해 유태철 환경부 공원생태과장은 "회의에 참여한 것은 맞다"면서도

 "케이블카 설치 관련 컨설팅같은 것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유 과장은 회의록이 작성된 경위에 대해서도 "회의록 내용을 잘 모르겠다"며 

"회의에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한다고 해서 가이드라인이나 검토 기준에 맞으면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회의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고 관련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심상정 의원은 "정부가 사업자와 함께 TF를 구성하고, 정부가 사업을 컨설팅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평가와 심의까지 하는 행태는 독재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심상정 의원은 그러면서 "환경부가 4대강에 이어 

국립공원 케이블카까지 환경부가 아닌 '환경파괴부'로 전락했다"며

 "환경부 수장인 환경부 장관과 차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 단체들도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이라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감사원 감사 청구와 케이블카 설치 허가 무효 집단 소송을 예고하는 등 파문은 일파만파 커질 전망이다. 


신준섭 기자 sman321@eco-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