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7월의 시

tkaudeotk 2015. 7. 2. 15:02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