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촬영해 올린 패륜 동시. 인터넷 화면 캡처
한 초등생이 ‘미운 엄마를 고통스럽게 죽이겠다’는 내용으로 쓴 패륜적 잔혹 동시가 출간돼 논란입니다.
그런 동시를 쓴 아이가 잘못일까요. 아이면 그걸 기발하다는 식으로 출간한 어른들이 잘못일까요.
어린이날 충격적인 내용을 접하니 참담합니다.
문제의 동시는 최근 각종 커뮤니티에 ‘요즘 초등학교 어린이가 쓴 동시.jpg’라는 제목으로 돌았습니다.
3월말 출간된 어린이 동시집 ‘솔로 강아지’에 실린 이모(10)양의 ‘학원가기 싫은 날’이었습니다.
서점 등에서 이 동시를 접한 사람들이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책을 촬영해 올린 겁니다.
정말 책으로 나왔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내용은 끔찍했습니다.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먹어
이빨을 다 뽑아버려
머리채를 쥐어뜯어
살코기로 만들어 떠먹어
눈물을 흘리면 핥아먹어
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
가장 고통스럽게
출판사는 쓰러진 여성 옆에서 입가에 피를 묻히고 심장을 먹고 있는 듯한 삽화를 그려 넣기까지 했습니다.
네티즌 반응은 당연히 한결같았습니다. 온라인 책 리뷰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출판사 미친 거 아닙니까.”
“할말이 없습니다.”
“소름이 돋네요.”
출판사를 지적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설령 문제가 되는 내용의 시가 있더라도 이를 출간해 많은 아이들에게 읽힐 필요가 있냐는 건데요.
출판사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
작가의 의도를 존중했으며 예술로서 발표의 장이 확보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출간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발행인은 “여기에 있는 시들은 섬뜩하지만 예술성을 확보하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발견하고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네티즌 생각은 달랐습니다.
“시적 예술성을 운운할 게 아니라 어린이 상담이 필요한 거 아닐까요.”
“시집을 내줄 게 아니라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할 거 같네요.”
출판사는 이 동시집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함께 별난 취향을 보여주는 어린이 동시집으로
때로는 섬뜩할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거칠게 쏟아내기도 하는데 시적 예술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출판사도 표현했듯 말 그대로 섬뜩합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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