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총명해서 일생을 그르치느니 어리석고 미련해 큰 탈 없이 잘 살기만 바랄 뿐….”
김진태 검찰총장(63·사진)은 3일 검찰 인사 이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대검찰청 간부들에게 한시(漢詩)가 적힌 A4 용지를 나눠줬다.
중국 송나라 명문장가 소동파가 유배생활 중 썼다는 ‘세아희작(洗兒戱作)’이었다.
소동파는 마흔 여섯에 넷째아들 둔(遯)을 얻은 후 ‘세아회’라는 의식을 하며 이 시를 지었다.
아이를 씻겨주며 축복을 비는 의식이다.
소동파는 20대에 송나라 역사상 최고의 성적으로 장원급제해 승승장구했지만
당파싸움에 휘말려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귀양지를 전전했다.
이 때문에 늦둥이 아들에게 ‘평범해도 무탈하게 사는 게 낫다’고 당부한 것이다.
이 시는 지난달 검찰 인사 과정에서 서로 좋은 자리에 가려고 한 일부 검사를 겨냥해 김 총장이 던진 일종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 총장은 대검 간부들에게 시를 나눠준 후 “자리가 사람을 빛내는 게 아니다.
어느 자리에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그 자리가 빛나게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는 평소에도 “덜 우수해도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좋다”는 말을 자주 했다.
김 총장은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앞둔 지난달 9일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과 식사를 함께한 자리에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언급하며 ‘하방(下放) 인사’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방’은 중국에서 당·정·군 간부를 일정 기간 변방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시 주석은 1969년 당시 마오쩌둥 주석이 주도한 문화대혁명 시절 16세에 오지로 내려가 토굴에서 7년 동안 살았다.
김 총장은 지난해부터 서울과 지방 간 교류를 인사 원칙으로 삼고 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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