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용서’의 선물

tkaudeotk 2015. 1. 6. 22:15



용서’가 받는 오해들


남편이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생길 때면, 그 기억들을 떠올려 그때

고마웠던 마음으로 이번 상처를 용서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당신이 한 ◯◯ 때문에 내가 ◯◯의 상처를 받았지만 너

 

무 고마웠던 ◯◯을 생각해서 용서해 주기로 했어요.”라고 알려 준다.


미국의 저명한 기독교 작가 ‘필립 얀시’는 세상에서 가장 오염되지 않은 단어가 ‘은혜’라고 했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오해를 많이 받는 단어는 무엇일까? 

이 질문을 누군가가 나에게한다면 나는 ‘용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용서는 많은 오해를 받고 있어서 하기 힘들다고 착각하기 쉬운 단어이다. 

가끔 용서에 대한 세미나를 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용서가 받고 있는 오해가 만연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오해로 인해 가장 힘들어지는 관계가 부부 관계이다. 

부 사이는 세상 어느 누구와도 나누지 않는 자신의 몸을 함께공유할 정도로 친밀하기에 용서할 일이 더 많이 생기는 관계이다. 

하지만 ‘용서’에 대한 오해는 이런 밀접한 관계에서 생기는다양한 문제들을 용서하기 힘들게 한다. 

또한 쌓여 가는 상처로 인해 친밀감은 금이 가고 적대감은 높아져 부부 관계가 소원해진다. 

하지만 용서에 대한 오해가 풀린다면 ‘용서’는 부부 관계에서 가장 강력한 단어가 될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용서’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며,부부간에 쌓인 상처들을 치유하고 사랑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몇 달 전 혜민 스님이 쓴 신문 칼럼 ‘용서하기 힘든 사람을 만났을 때’라는 글이 참 인상적이었다. 

서에 대한 생각을 잔잔히 풀어낸 글을 읽으며 마치 내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단 용서에 대한 오해부터 푸는것이 도움이 된다. 

용서는 과거의기억을 없었던 일로 한다거나, 그 사람의 잘못을 지워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용서는 과거 상처에 얽매여 힘든 내 감정의 족쇄를 스스로 풀어 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즉, 상대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내가 내 안의 비통함과 응어리로부터 자유로워지자고 하는것이다”(중앙일보, 2014. 4. 14.). 

짧게 말하면 ‘용서는 나를 위한것’이라는 말이다. 

“분노에 집착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던지기 위해 뜨거운 숯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라는 용서에 대한 부처님의 비유도 

잘못된 용서 태도를 가진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분노라는 내 마음의 뜨거운 숯을 상대방에게 던져 제대로 맞추기 위해 계속 이렇게 던질까 저렇게 던질까를 고민하는 사이 

그 뜨거운 숯덩이가 내 손을 태우고 더 나아가 내 몸을 태우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아픔이나 상실보다 어떻게 던져 상대를 더 아프게 할까만을 골몰하는 어리석음을범한다.


용서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우리가 늘 들어 온 “용서하고 잊어버려!”라는 잘못된 상식에서 기인한다. 

이미 일어나서 절대로잊을 수 없는 일을 ‘잊어 버리라’고 하는 용서에 대한 오해가 잊을 수 없기에 용서할 수 없다는 방어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진실은 당신에게 상처 준 사람을 완전히 용서해도 여전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는 되돌릴 수 없는 상실 때문이다.하지만 용서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분노와 상실이라는 이중의짐을 지게 된다.

 용서에 대한 세 번째 오해는 용서하면 잘못한 사람이 그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

 그 점이 너무 억울해서 용서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용서란 잘못된 행동을 한 사람의 책임까지 면제해 준다는 뜻이 아니다. 

여기서 처벌과 결과를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처벌하지 않고 용서하기로 결정했어도 잘못을 범한 사람은 그 행동에 대한 결과를 여전히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용서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용서의 참의미에서 배울 점용서(容恕)라는 한자는 참 재미있다. 

이 단어는 얼굴 ‘용’ 자와용서할 ‘서’ 자로 이루어졌다. 

특히 용서할 서(恕)라는 단어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이 합쳐진 글자이다.

 한자 뜻을 풀어 보면 ‘같은 마음을 나타내는 얼굴이나 태도’라는 뜻 같다.

 혜민 스님의 글에서는 용서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도대체 그 사람은 어떤 아픔이 있었기에 나에게 그렇게밖에 행동할 수 없었는지 보는 것이다. 

 그러면 놀랍게도 전에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상처를 준 사람도 사실 어렸을 때부터 상처가 많았던 사람이라는 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나를 무시하고 으스대던 그 모습 바로 아래에는 

그도 역시 남들로부터 외모나 학력, 가난 때문에 과거에 무시당하고 상처 받은 영혼이라는 점이보인다.

 이러한 깊은 진실과 마주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좀 누그러지고 편안해진다.”  

상대방도 나와 같이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는 공감(같은 마음)이 용서를 가능하게 한다.


국어사전에는 용서가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않고 덮어 줌”으로 정의되어 있고, 

웹스터 영어 사전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분노나 처벌하고 싶은 마음을 거두는것, 벌 줄 수 있는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것,

 빚이나 죄를 취소하거나 면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용서’에 대한 정의들을 읽어 보며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용서는 저절로 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동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실천해야 하는 능동태의 동사라는 것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 만들기>라는 책에서는 옛날 아프리카 사람들이 빠지면 뛰거나 기어서는 올라올 수 없을 만큼 깊은 구덩이를 파서

 동물들을 사냥한 이야기를 소개하며, 용서의 적극적의미를 잘 묘사하고 있다. 

만약 한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에게 상처를 주면 상처를 준 배우자는 마치 이 구덩이에 빠진 것과같게 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잘못해서 상대 배우자보다 한단계 낮은 위치로 전락하게 되므로, 

용서한다는 것은 배우자를구덩이에서 꺼내 올리는 것을 의미하며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배우자를 구덩이에 그대로 두어  다시는 동등한 위치에 서지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이 비유는 너무 가깝기에 쉽게 상처 입고 오해할 수 있는 부부 관계에서 적극적인 용서의 실천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나만의 용서 비법을 선물로 드립니다!


이런 용서의 중요성을 알기에 내가 실천하고 있는 용서 비법이 있다.

나의 기억 속에는 남편이 나에게 해 준 선한 일들을 기억하는 특별한 저장고가 있다. 

그런 일들을 잊지 않고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가끔 되새겨 보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남편이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생길 때면, 그 기억들을 떠올려 그때 고마웠던 마음으로 이번 상처를 용서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에게 “당신이 한 00 때문에 내가 00의 상처를 받았지만 너무 고마웠던 00을 생각해서 용서해 주기로 했어요.”라고 알려준다. 

이 비법이 결혼 17년 차 부부생활에도 마음에 그늘이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아직 실천해 보지 않은 분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용서를 빨리 하니 내 마음과 몸이 상하지 않아 좋고, 남편에게 받은 상처를 구체적으로 알려 주고 

시원하게 용서해 주면 남편은 비난받지 않으니 쉽게 깨우치고 빨리 고치게 되어 더 좋은 일석이조의 비법이다.

하얀 눈이 기다려지는 12월, 부부들 마음의 아리고 쓰라린 여러 상처를 따뜻하게 덮어 줄 용서의 함박눈이 가득 내렸으면 좋겠다. 

따뜻해진 마음으로 서로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부부 관계의 약점보다는 강점을 더 크게 보는 ‘평생 연인’ 같은 부부들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글 김나미 삼육대학교 교양학부 조교수, 우리사이 대인관계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