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 소장,
2010년 문 화체육관광부 우수 교양 도서,
2008년 대한민 국학술원 우수 학술 도서 수상,
저서로 <세계 명
문가의 독서 교육>, <현대 명문가의 자녀 교육>,
<세상을 뒤흔든 위인들의 좋은 습관> 외 다수
미국에 ‘케네디 왕조’가 있다면 인도 에는 ‘네루 왕조’가 있다.
자와할랄 네 루(1889~1964)는 간디와 함께 인도 의 독립운동을 주도했으며 영국에서 독립한 후 초대 총리에 올랐다.
네루 가는 내리 3대에 걸쳐 인도의 총리(수 상)를 배출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인도의 초대총리가 자와할랄 네루이고, 그 딸인 인디라 간디, 그녀의 아 들인 라지브 간디가 총리를 지냈다.
서신 교육은 네루가(家) 3대 총 리를 만든 원동력
3대 총리를 만든 원동력은 네루 아 버지의 ‘서신 교육’에서 시작되었다.
네루의 아버지는 영국에 유학 중인 아 들에게 자주 편지를 썼다.
네루 부자 는 인도에서 같은 지붕 밑에서 살면 서 나눈 대화보다 편지로 더 많은 대 화를 나누었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가 족의 안부뿐 아니라 당시 인도의 정 세를 상세하게 적어 전해 주었다.
이 는 당시 변호사이자 정치가로서 인도 독립을 위해 투쟁 중인 아버지가 장 차 아들을 인도를 대표하는 정치가로 키우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아 버지 모틸랄은 불 같은 성격이었지만 아들에게만큼은 몹시 다정했고 애정 이 넘쳤다고 한다.
모틸랄이 아들 네 루에게 보낸 편지들은 승마와 엽총 사냥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부터
축구를 하다가 부상당하지 않도 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까지 온 갖 충고들로 가득 차 있었다.
또 그 런 편지들을 통해 인도의 정치 발전 에 관한 의견과 통찰력을 전해 주면 서 자와할랄의 논쟁과 논박을 유도하 기도 했다.
아버지는 영국에 유학 중인 아들에 게 편지를 보낼 때 인도 신문에서 스 크랩한 기사도 함께 보내 주었다.
아들 이 아버지가 보내 준 신문 스크랩 자 료를 읽으면서 조국을 잊지 않게 하면서
애국심을 고취하는 한편 인도의 정 치와 비참한 현실을 접할 수 있게 하 기 위해서였다.
아버지의 스크랩은 그 가 변호사를 거쳐 정치가로 변신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세상일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갖게 하고 나아가 비판적인 관점을 갖게 하는 데 신문만큼 좋은 재료는 없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편지를 받은 네루 역시 자신의 딸에게 200여 통의 편지를 써 총리로 키웠다.
감옥에 간 네루는 딸 에게 편지를 200여 통이나 쓰면서 인 도 역사와 세계사에 대해 들려주었다.
이게 바로 우리에게 지금까지 베스트 셀러로 자리 잡은 <세계사편력>이다.
네루의 아버지에서 시작된 서신 교육 이 네루에서 또 딸에게 이어진 것이다.
“해마다 생일이 돌아오면 너는 으레 선물을 받기 마련이었지. 축복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단다.
하지만 형무소에서 내가 무슨 선물을 해줄 수 있겠느냐. 나의 선물 은 눈에 보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 는 것이 아니란다.”
이 편지는 열세 살 생일을 맞은 딸에게 쓴 것인데
형무소 의 가로막힌 담장으로 공기나 정신이나 영혼으로 된 것밖에 선물하지 못 하는 부정의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종교와 문화의 다양성 이해를 위 해 성서 등 종교 경전을 읽게 함
또한 네루는 딸에게 종교를 앞에 내세우는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강조 했다.
역사 속에는 종교라는 허울을 두르고 남을 착취하고 기만하는 불량 배나 사기꾼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있다.
그래서 네루가 에서는 종교와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 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성서 등 종 교 경전을 읽게 이끌었다.
네루 아버 지는 아들에게 인도의 정신이 깃든 고전으로 힌두교의 경전 중에 <우파 니샤드>를 읽게 했다.
네루가 딸에게 보낸 200통의 편지 에는 역사상 이름을 남긴 수많은 위 인들과 그들이 쓴 책들이 등장한다.
그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호머와 춘추 전국 시대의 공자, 심지어 마르크스와 레닌의 사상과 이론을 설명하는 편지 를 보내기도 했다.
네루는 딸에게 편 지를 보내면서 역사와 문학, 철학 등 다방면에 걸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는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종의 ‘리더십 특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큰 성공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사 회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 할 것과 함께
지도자의 처신, 행동 양 식, 정신 자세 등을 들려주었다.
딸은 아버지로부터 이러한 특강을 받으면 서 이미 10대부터 미래 지도자의 덕목 과 자질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네루는 “누구나 성공을 바라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목표로 삼아 야 할지’가 중요하다.”면서
‘오직 자신 에게만 관심을 가질 것인가, 아니면 사회와 국가와 인류의 행복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강조한다.
네루는 딸에게 꿈을 키우되 자신만을 위한 꿈보다 이웃과 사회를 위한 꿈의 중요 성을 조언해 준 것이다.
즉 개인의 성 공에는 ‘이웃을 위한 성공’도 포함되어 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하자면 아버지 는 딸에게 쓴 편지로 장차 사회를 이 끌 인재가 지녀야 하는 리더에게 필요 한 자질에 대해 특강을 들려준 것이 라고 할 수 있다.
생산적인 독서 방법, 메모 노트
네루가 옥중에서 고대부터 20세기 초까지 인도와 세계의 역사를 딸에게 들려줄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그 가 독서를 하면서 해 온 수많은 ‘메모 노트’ 덕분이었다.
물론 형무소에서도 책을 볼 수 있었지만 터무니없이 부족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네루의 사례에서도 독서를 하면서 메모를 하는 ‘생산적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다산 정약 용이 자녀에게 들려준 ‘초서’이다.
그는 딸에게 쓴 마지막 196번째 편 지(1933년 8월 9일)에서 “내 나라가 깨어나게 하소서”라는
타고르의 <키 탄잘리>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딸 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마무리한다.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게 바로 이런 정신이 아닐까.
그러나 10대 초반의 딸은 아버지가 보낸 편지의 내용들이 너무 벅찼을 게 다.
이를 염려해서인지 네루는 “역사를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탐구심을 북돋 워 주기 위해 편지를 쓴다.”고 딸을 달 랜다.
“네가 내 편지를 읽다가 지치고 당혹스럽지 않을까 염려되는구나.
그러나 내 이야기의 어떤 부분이 네 이해 력에 벅차더라도 일단 덮어 두고 다음 으로 넘어가면 된다.
이 편지는 너에게 역사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란다.
그 저 이곳저곳을 보여 주면서 네 탐구심 을 북돋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 다”(1932년 4월 25일).
참으로 자상한 아버지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친구 같 은 아빠’라는 말이 유행이다.
친구 같 은 아빠는 결코 자녀와 잘 놀아주는 아빠가 아닐 것이다.
진정 친구 같은 아빠는 바로 네루와 같은 아버지가 아 닐까 생각해 본다.
다시 새해를 맞으면
서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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