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도 5년 전에 수술 받아
의료계 “사인 직접 연결은 무리”
사망 열흘 전엔 장 유착 수술
27일 숨진 가수 신해철(46)씨의 사망원인은 허혈성(虛血性) 뇌 손상이다.
갑작스러운 심장정지로 뇌에 피가 공급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두고 일각에선 논란이 있다.
신씨는 지난 17일 복통을 호소해 서울 송파구 S병원에서 장(腸) 유착 수술을 받았다.
이틀 뒤 퇴원했지만 통증·고열을 이유로 다음날 새벽과 오후 다시 병원을 찾았다.
22일 새벽엔 가슴·배의 통증으로 네 번째 입원을 했고, 이날 오후 심정지가 왔다.
심폐소생술을 하며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27일 오후 눈을 감았다.
서울아산병원 도착 당시 신씨는 패혈성 쇼크로 의식이 없었고, 동공이 풀려 있었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복막염이 매우 심했고,
염증 물질이 횡격막(배와 가슴을 가르는 막)을 뚫고 올라가 심장에 염증을 야기했다"며 "심정지가 온 이유가 그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씨에게 장 유착이 생긴 이유는 뭘까. 장 유착은 자연 발생이 거의 없다.
주로 배 부위 수술을 받은 후 합병증으로 나타난다. 수술 며칠 안에 생기는 게 일반적이지만 몇 년 후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신씨는 S병원에서 5년 전 위 밴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위 밴드 수술과 장 유착의 상관관계를 추정하기도 한다.
위 밴드 수술은 고도비만(체질량지수 30이상) 환자를 위한 치료법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000만원가량 든다.
개인병원 중심으로 연간 1000건 정도 수술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위의 상단부를 호스형 실리콘 밴드로 묶어 식사량을 줄인다.
배 부위부터 밴드까지 연결된 투관침에 식염수 주사를 놓아 밴드 크기를 조절한다.
식염수를 많이 넣으면 위를 더 세게 묶어 음식을 덜 먹게 할 수 있다.
지난해 케이블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고도비만 여성(24)이 이 수술을 받고 8개월 만에 사망해 안전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2012년에 발간한 보고서('고도비만 환자에게 수술이 필요한가')에 따르면
위 밴드 수술을 받은 환자 72명 중 16명이 30일 후 식도역류질환·구토 등을 겪었다.
하지만 신씨의 죽음과 위 밴드 수술을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하대병원 허윤석 외과 교수는 "위 밴드 수술뿐 아니라 배 부위에 시행되는 모든 수술은 장 유착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며
"그나마 위 밴드 수술은 직접 배를 열지 않기 때문에 장 유착 확률이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장 유착과 장 유착 수술 후 악화된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신씨의 일부 지인은 의료사고라며 S병원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S병원 측은 지난 24일 신씨가 위독할 당시 보도자료를 내고
"신해철씨가 우리 병원에서 수술받은 후 의료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독하게 됐다는 내용의 지라시(사설정보지)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고 주장했다.
신씨의 사망 후 S병원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신씨의 퇴원 시기를 거론했다.
그는 "장 유착 수술 이틀 만에 퇴원한 게 이른 감이 있는데,
유명 연예인인 신해철씨가 스케줄 등을 이유로 일찍 퇴원한다고 했을 때 병원에서 배려했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문제가 생겼을 때 병원의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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