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 마라. 그 또한 기미 낀 얼굴을 사랑해주지 않을 것이다."
7년 전 텔레비전에 방영된 한 화장품 광고에 나온 말이다.
2년 전에는 서울 도심 버스정류장에 이런 광고 문구가 붙었다.
"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
한 음료 회사가 내건 이 옥외 광고물은 "자동차가 아닌 마시는 차를 지칭한 것이다"라는
업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혀 금세 철거됐다.
젊은 층에게 '자동차 소유 여부'는 뜨겁고 민감한 소재였다.
하지만 이런 세태가 최근 바뀌고 있다.
20~30대의 자동차 수요 감소 현상은 여러 통계에서 드러난다.
요즘 젊은이들이 자동차를 포기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이다.
젊은이들이 차에 대한 선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2010년 보고서
ⓒ시사IN 신선영 카셰어링 업체 쏘카(SOCAR)의 회원 수는 33만명이다. 90%를 차지하는 주 고객이 20~30대다.
"차는 갖고 나가는 순간 돈이잖아요"
하지만 이들은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중소기업 직장인 김수인씨(가명ㆍ28)는
"버스 막차를 타고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맞다가 '내 차'에서 맞는 바람은 얼마나 즐거울까 상상하곤 한다"라면서도
차를 구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차는 갖고 나가는 순간 돈이잖아요."
김씨 말에 따르면 또래들 가운데 차를 끌고 다니는 경우는 집이 굉장히 부자이거나 아버지가 오래 몰던 승용차를 물려주거나, 둘 중 하나다.
비교적 초봉이 높은 대기업에 입사한다 해도 새 차를 뽑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했다.
김씨는 "우리 또래는 대부분 비싼 주거비를 치르며 좁은 월세방에 산다.
자동차는커녕 차를 둘 곳조차 변변찮은데 어떻게 감히 보험료, 주차비, 기름값, 자동차세가 들어가는 차를 살 생각을 하겠나?"라고 되물었다.
뚜벅이 생활을 하다가도 가정을 이루는 과정에서 대개 차를 마련한다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그 단계 또한 잘 참고 견딘다.
올가을 네 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둔 윤선미씨(가명ㆍ27)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자차'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
도시 근교의 가구거리에서 혼수를 마련할 때나 예단과 함을 들일 때 차가 없으니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윤씨 부부는 향후 최소 2년간은 차를 구입할 생각이 없다.
신혼집 전세 대출금을 갚기도 빠듯한데 자동차 구입ㆍ유지비까지 감당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윤씨는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는 최대한 참아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윤씨처럼 자녀가 태어난 후부터는 차량 구입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지만
그 첫 출산 시기 역시 점차 뒤로 미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1993년 27.55세이던 산모 평균 초산 연령이 지난해 31.84세로 4년 이상 늦춰졌다).
자동차 액셀을 밟던 젊은이들은 자연스럽게 버스와 지하철, 도보와 자전거 도로로 향하고 있다.
2000년 59.5%이던 서울시 대중교통 분담률은 2010년 64.3%로 증가했다.
지하철 분담률이 1996년 29.4%에서 2010년 36.2%로 늘었고 같은 기간 승용차 통행 대수는 465만 대에서 449만 대로 줄었다.
도보 및 자전거 통행량은 연평균 2.8%로 여러 이동 수단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카셰어링 서비스도 2012년 처음 국내에 등장한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카셰어링 대표 업체 그린카와 쏘카 회원 수(각각 34만명, 33만명)의 90%를 차지하는 주 고객은 20~30대다.
1년 전부터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직장인 손병주씨(31)는
"교통망이 좋지 않은 지방에 가거나 부모님 댁에서 반찬을 갖고 온다거나 할 때 차가 없으면 불편함을 느낀다.
하지만 한 달에 몇 번 되지 않는 그때를 위해 비싼 차를 사서 유지하느니 필요할 때 잠깐씩 이용할 수 있는
카셰어링을 이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문다혜씨(30)도 고3 시절 수능시험을 치르자마자 운전면허를 땄지만
지난해까지 묵혀두었다가 올해 처음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며 '장롱 면허'를 탈출했다.
자기 차를 갖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문씨가 차 구입을 포기한 주요 이유는 '다른 취미 생활을 위한 비용' 때문이다.
베이킹, 재봉틀질, 커피 내리기 같은 취미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구와 재료들 값이 만만치 않다.
IT 기기 신제품에도 관심이 많고, '해외 직구'에도 적극적이며 종종 여행도 가야 한다.
자동차업계 자구책이 변화에 맞설 수 있을까
'자동차의 나라'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 업계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황씨는 "근본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하고 가처분 소득도 증가해야 자동차 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다.
자동차족에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견인하기 위해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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