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세금 100억 들여 ‘통일교 도로’ 특혜 논란

tkaudeotk 2014. 7. 6. 20:25

경기도 가평군이 확장 공사를 하고 있는 설악면 선촌~송산리 군도 4호선 도로에 통행 차량이 거의 없어 한산하다.

 통일교 관련 시설물 밀집 지역으로 진입하는 도로는 넓어졌고, 주민 소유 토지는 싼값에 수용됐다.


청심국제병원 등 통일교 밀집한
군도4호선 가평군 송산리 인근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 공사
주민 땅은 시세 70%에 헐값 수용
“통행량 적은 군도 왜 넓히나” 지적에
가평군 “관광객 늘어 공사 필요”

경기도 가평군이 통일교 관련 시설물이 밀집된 설악면 송산리의 진입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사유지를 수용하고 

세금 100억원을 쏟아부어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 시비와 함께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업 구간의 절반에 해당하는 3만4342㎡의 토지를 수용당한 주민 손에는 시세보다 30%가량 적은 보상금이 쥐어졌다.

2일 가평군과 청심국제문화재단의 자료와 설명 등을 종합하면, 가평군은 지난 2009년 청심국제문화재단으로부터 군도 4호선 확장을 요청받고 

2011년 6월부터 설악면 선촌리~송산리 3.34㎞ 구간에 대해 기존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포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군도 4호선에 속하는 이 구간은 설악~청평을 잇는 2차로의 국도 75호선(2016년 개통 예정)에 연결돼 다음달 준공될 예정이다. 

토지보상비 56억원과 공사비 147억원 등 사업비 203억원 가운데 50%는 통일교가, 나머지는 경기도와 가평군이 부담한다. 

사업부지(7만980㎡)도 절반은 통일교가 기부채납했고, 나머지 절반은 주민 땅을 수용했다.

 주민들은 감정평가액에 따라 56억4천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6월27일 오후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설악면 선촌~송산리 구간은 

통행 차량을 거의 볼 수 없을 만큼 한산했다. 

확장 공사는 청심신학대학원대학교,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청심국제병원, 청심국제청소년수련원, 

청심평화월드센터, 천정궁 박물관 등 통일교 관련 시설물이 밀집된 송산리까지만 진행된다. 

군도 4호선의 나머지 구간인 송산~미사리 종착지 4.8㎞는 차량 2대가 비켜가기 힘들 만큼 

비좁은 곳도 있지만 손대지 않았다.

선촌리 주민들은 공사 시작 당시 반대 펼침막을 내걸고 가평군과 경기도,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탄원서를 보냈지만, 
결국 시세보다 30%쯤 낮은 가격에 수용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문전옥답과 주택 등 4천여㎡를 수용당한 이기동(61)씨는 
“부동산업자들이 3.3㎡(평)당 100만원 이상 준다는 땅을 63만원에 넘겼다.
 억울하지만 시골 농민이 무슨 힘으로 정부가 하는 일을 막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주민 남보현씨는 “넓히려면 국도를 먼저 넓혀야지 통행량도 적은 군도를 4차로로 넓혀 
2차로 국도에 연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주민 세금으로 특정 종교를 위해 4차로 진입로를 만들어준 공사”라고 말했다. 
선촌리 주민들은 
“마을이 남북으로 쪼개져 어르신들이 큰길을 건너 마음 놓고 마실을 다닐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도로 확장의 수혜자인 송산리의 원주민들도 불만을 나타냈다. 
7대째 송산리에서 살아온 함달웅(73)씨는 “통일교가 들어오면서 80가구 원주민이 뿔뿔이 흩어져 15가구로 줄어들고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 와해됐다.
나물이나 버섯을 채취하던 마을 앞 장락산(627m)에 통일교가 천정궁 박물관을 지은 뒤 출입을 막아 접근조차 못하는 등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 마을 출신 함아무개(51)씨는 “공공 목적이 아닌 사실상 사도 확장을 위해 도로와 무관한 주민의 재산권이 침해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평군 관계자는 “서울~춘천 고속도로 개통으로 관광객이 늘어난데다
 통일교 시설물로 인한 설악면 일대의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공사로 특정 종교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 
오해의 소지는 있겠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군 입장에서 예산을 덜 들이면서 실효성 있게 사업을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