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경쟁자 아닌 동반자로… 함께하는 공부 생활화된 덕분

tkaudeotk 2013. 12. 26. 17:38


신흥 명문으로 떠오른 '인천국제고'

선후배 멘토링 활발… 동기간 시험 정보 공유
소통형 수업… 소그룹 지도 등 교사 열정도 한몫

산책하기 좋은 산이 야트막이 운동장과 맞닿아 있고 교문 밖으로 몇 발짝만 나서면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다. 학교 경관을 보고 있자니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 비뚤어질 수 있겠느냐"는 정구복 교사(입학홍보부장)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천 영종도(중구 운서동)에 위치한 인천국제고등학교(이하 '인천국제고') 얘기다.

인천국제고는 최근 인천 지역 학부모의 '로망'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6월 발표된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분석 결과, 수리 '가' 형을 제외한 전 영역 전국 꼴찌를 기록한 '교육 불모지' 인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듭 올리고 있기 때문. 2013학년도 대입에서만 해도 서울대 10명, 연세대 19명, 고려대 16명, 성균관대 27명, 서강대 14명 등 3기 졸업생 대부분을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 합격시켰다. 특히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합격 비율(34.4%) 부문에선 '전국 1위' 타이틀을 2개(공립고·국제고)나 거머쥐었다. 맛있는공부는 지난 9일 인천국제고를 방문, 성공 비결을 3대 키워드로 추렸다.

 인천=백이현 객원기자


keyword1ㅣ상생


"학업 스트레스요? 당연히 있죠. 하지만 공부할 때 친구들에게 도움받는 경우가 더 많아요. 식사 시간까지 아껴가며 공부하는 친구 모습에 자극도 받고, 모르는 게 있을 땐 언제든 물어볼 수도 있으니까요."(이혜원·2년)

"입학 전 진로(법조인)와 관련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법률 분야 커뮤니티에서 저와 같이 인천국제고에 합격한 학생의 글을 발견했어요. 신기하게도 입학 이후 그 친구와 같은 (기숙사) 방에 배정됐죠.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중학교 때부터 법무부 블로그 기자로 활약하는 등 진로 관련 분야에서 저보다 훨씬 깊은 지식을 쌓았더라고요. 친구에게서 법률 관련 내용을 많이 배웠어요. 법무부 블로그 기자단 활동도 함께하게 됐고요."(박주현·2년)

인천국제고 교사진이 재학생에게 강조하는 덕목 중 하나는 '상생(相生)'이다. 틈만 나면 "너희는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노력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래선지 인천국제고엔 유독 멘토링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졸업생과 재학생, 선·후배 재학생 간은 물론이고 동급생 간 멘토링 프로그램까지 가동 중이다. "동급생 멘토링은 특정 과목을 잘하는 학생이 같은 학년 친구를 돕는 제도예요. 전 두 친구의 수학 멘토를 맡고 있는데, 친구들 성적이 향상될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박주현)

비단 멘토링 제도가 아니라도 인천국제고 학생들은 함께 공부하는 게 생활화돼 있다. 한준석(1년)군은 입학 직후 선배들의 공부법을 목격한 후 무릎을 쳤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한 반 학생들이 각자 예상문제를 서너 개씩 만들어 취합해요. 그렇게 하면 문제집을 따로 살 필요가 없죠." 이 같은 학습 방식은 기숙사에서도 이어진다. 이혜원양은 "시험 기간엔 같은 방 친구끼리 예상 문제나 (각자 자기 반에서 얻은) 시험 관련 정보까지 공유한다"고 귀띔했다.

keyword2ㅣ융합

인천국제고 수업은 예외 없이 교사·학생 간 '쌍방향 소통' 형태로 이뤄진다. 조별 토론, 발표, 프레젠테이션 등 학생 중심 수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도 눈에 띈다. 이지현(1년)양은 "발표 준비가 어렵긴 하지만 (친구를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해야 해) 해당 부분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박주현군은 "진로교육 시간엔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이 쓴 '현대 문화에서의 돈'이란 글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받기도 했다"며 "다양한 글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통해 기초 소양을 쌓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흔히 '국제고' 하면 문과계열을 떠올리지만 인천국제고 학년당 개설 학급(6개) 중 1개는 이과반이다. 이과반 소속인 이혜원양은 고교 입학 직후 "이과생이 국제고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뭐냐"는 질문을 꽤 받았다. "계열은 분리되지만 수업은 계열을 넘나들며 진행돼요. 요즘은 어딜 가든 '융합형 인재'가 주목받잖아요. 이과생이면서도 영어나 인문학적 소양을 충분히 쌓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국제정치·경제·법 등 넓은 안목을 심어주는 교과목이 많다는 점 역시 재학생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이런 수업이 가능한 배경엔 교사진의 역량과 노력이 숨어 있다. 정구복 교사는 "교사 대부분이 수능 출제위원일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우리 학교는 교사들의 열정 아래 학력 신장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가동 중이에요. 대표적인 게 '스터디클리닉'과 '스터디케어'죠. 전자는 과목별로 실력이 부족한 학생을 3인 이내 소그룹으로 묶어 지도하는 프로그램인 반면, 후자는 과목별 우수 학생을 역시 소그룹으로 가르치는 심화학습 프로그램입니다. 아, 교사 대 학생 비율(평균 1대7)이 적어 밀착 지도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keyword3ㅣ학생 중심

인천=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