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과 건강

아버님의 금연

tkaudeotk 2013. 11. 15. 12:12


제 아버지는 농사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때는 국민학교 다니기도 힘드셨는데 졸업까지하셨습니다.
젊어서는 행정기관, 나중에는 교육기관의 행정직을 하셨는데
객지에서 자취생활로 근무하셨지만
관리까지 승진은 못하시고 55세로 정년하셨습니다.
그리고 노년에는 고향으로 돌아오셔서 농사일을 하시며 생을 마감하신 분입니다.
자식들 때문에 맘 고생도 많이 하신 분이구요.

농사일을 한 10여년 하셨나 모르겠습니다.
어느날 건강검진을 하시다 간염이 있다고 꾸준히 병원치료를 다니셨습니다.
혹시 암으로 될까봐 아버지께서는 의사에게 자주 물어 보셨답니다.
그러자 담당의사는 잘 치료하면 암으로 진행된다하는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다네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 병원에서 간암이 있다고 하는 겁니다.
걱정하기 말고 치료하라던 주치의사가 느닷없이 6개월 살기도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달에 한 번 환자를 진료하시던 담당의사는 난 모르겠다며 발뺌하듯이 진단만 하고
외과쪽으로 담당부서를 바꾸어서 진료하라는 말만 남기던 황당한 병원, 황당한 의사였습니다.
그 후로 꽤 오랜기간을 치료받으시면서 고생하셨습니다.

그랬던 아버님...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던 무렵쯤에 정년퇴임하신 아버님의 일갈은
금연을 하시겠다는 선포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오래가지 못해서 실패하셨구요.
두번째는 간암 진단을 받으시고 난 다음에 금연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두번째는 정말 금연을 잘 하셨습니다.
그런데 감나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던 어느 가을 날
집 뒷꼍에서 다른 사람 몰래 담배피시던 연기의 흔적을 보았습니다.
환자가 담배 핀다는 것도, 가족들과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시는 마음에
아버님은 남들 모르게 숨어서 피우셨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생각했습니다.
아~ 담배란 것이 대체 무슨 물건이기에 이렇게 끊기 어려운 것인가?...
바람 앞에 등불같은 생명을 맡겨 둔 환자임에도 담배를 피워야 하는 심정...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숨어서까지 담배를 피워야 하는지
금연의 어려움이랄까 무서움이랄까 하는 것들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담배를 끊어야 하는 가 보다...라고 생각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것 같습니다.

그간 즐겁게 많이 오랫동안 피우던 담배...
하지만 담배를 끊는 것도 다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때라는 것이 바로 '건강할 때'이고
건강할 때 중에도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금연하느라 고생하시던 아버님의 모습은
정말이지 참 비참하게 보였습니다.
정말 진짜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때는 차라리 담배라도 피면서 나머지 생을 사는것이
차라리 자존심도 덜 상하고 마음도 편하지 않을까.....
하는 역설적인 생각까지 해 보았습니다.

오늘 담배에 대한 짧은 단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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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소율 (15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