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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울땐 "밥 먹자" 고마울땐 "밥 살게"…우린 마음을 배달해요

tkaudeotk 2021. 4. 12. 07:51

밥과 관련된 인사말 많은 한국

기쁨·감사·위로 `밥`으로 통해

 

배달의 민족 `배민 선물하기` 편

일상에서 마주하는 상황마다

"너에게 밥을 보낸다" 카피 더해

마음을 선물한다는 메시지 표현

HS애드가 제작한 배달의 민족 광고 `배민 선물하기` 편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배달의민족]

 

유난히 일이 잘 풀린 어느 날, 남편은 아내를 위해 설렁탕을 한 그릇 산다. 

며칠째 아파서 누워 있는 아내. 설렁탕은 가난한 남편이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마음 씀씀이이자 약이자 응원이다. 

약 한 봉지 사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운수 좋은 날` 주머니가 두둑해지자 아내를 위해 산 가장 따뜻한 한 그릇. 

우리 민족에게 밥은 그런 의미다. 

가족을 챙기는 마음, 걱정하는 마음, 함께하는 위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그렇게 슬픈 밥 한 그릇을 그렸다.

 

마침내 운수 좋은 날이 와서 설렁탕을 샀지만 아내에게 전해지지 못한 따뜻함. 소설의 배경인 1920년대, 

설렁탕은 세대와 신분에 상관없이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하지만 가난한 그들에겐 마치 잔칫날을 맞이하듯 특별한 음식이었을 거다. 

그래서 설렁탕은 소설에 슬픈 여운을 더한다. 특별하지 않은 음식이 특별해야한 했던 

그들. 예술을 통해 마주친 다양한 밥 중, 가장 슬픈 밥이었던 것 같다.

 

"밥은 먹었니?" 하고 물으면 안부 인사요,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반가움의 표현이다. 

먼 길 떠나는 이한텐 "밥 잘 챙겨 먹으라" 하고, 고마운 이한텐 "밥 한번 사겠다"고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텐 한솥밥 먹는 이라며, 식구라 칭하기도 한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이렇게 많은 마음을 표현한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새벽밥을 짓고, 오랜만에 집에 오는 자식을 위해 정성스레 밥을 짓는다. 

`따뜻한 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집밥이고, `어머니` 하면 쉽게 떠오르는 것도 집밥이다. 

우리는 그렇게 밥에 마음을 담는다. 

그래서인지 요즘 `밥 지어주는 예능`도 참 많다. 마음고생 많았을 이를 초대해 밥을 지어주며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추억의 음식을 만들어주며 위안을 나누기도 한다. 

특별할 것도 없지만 삼시세끼 스스로 만들어 먹는 일이 예능이 되어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밥이라는 건 마음의 물꼬를 트는 일이 되어 마음속 이야기까지 풀어놓게 한다. 같이 밥을 먹는다는 건 `먹는다`를 넘어선다.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변하게 한 지 일 년. 이 전염병은 사람이 사람한테 옮기는 거라 같이 밥 한번 먹는 일도 쉽지 않아졌다. 

진즉에 `혼밥`이 트렌드를 담는 언어가 되고, 사람들은 사람 대신 인터넷 속 먹방 유투버들과 마주 앉게 되었다. 

우리나라 먹방 문화는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여러 외신에도 소개되었다고 한다. 영국 콜린스 사전은

HS애드가 제작한 배달의 민족 광고 `배민 선물하기` 편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배달의민족]

 

2020년 `올해 톱10` 단어에 먹방을 올렸다. 

그들은 먹방을 시청자의 즐거움을 위해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동영상이라고 정의했다. 

그렇게 남이 맛있게 먹는 것조차 우리에겐 즐거움이 된다.

 

또한 사람들은 배달음식을 먹는 일에도 더욱 익숙해졌다. 

한강에서도 치킨을 배달시켜 먹을 만큼 우리나라 배달문화는 매우 발달했다. 

하지만 모여서 먹는 일에 대해 위험과 부담을 느낀 이들은 밖에서만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을 집에서 배달받게 되었다. 

동시에 함께 먹는 일에는 소홀해졌다. 배달해 먹는다는 건 일부 `혼자 먹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2월부터 나온 `배달의 민족` 광고 `배민 선물하기` 편은 그런 우리의 헛헛함을 만진다. 

멀리 있어 밥이라도 제대로 챙겨 먹는지 걱정되는 아들, 같이 밥 한번 먹고 싶은 친구, 사과하고 싶은 친구,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옛 친구 등에게 `너에게 밥을 보낸다`는 카피로 밥을 선물하라고 권한다.

 

광고 같지 않은 리얼한 이야기들과 그들의 마음은 혁오의 `Love Ya!` 노래와 함께 뭉클함을 더한다. 

밥은 사랑이 되고 사과가 되고 고마움이 되고 그리움이 되고 축하가 되고 응원이 된다. 

예전에 밥을 보내는 일은, 집에서 부모님이 키우거나 구한 좋은 재료를 보내는 일이었으나, 

이젠 배달앱의 발달로 펄펄 끓는 국 한 그릇까지 바로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밥을 보내는 일`이 되었다. 

하늘을 별처럼 날아가는 밥들은 곳곳으로 마음을 나른다.

 

2004년 선보였던 LG김장독 광고도 밥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당시 모델이었던 배우 백윤식은 조용히 밥을 먹다 한마디 한다. 

`김치가 짜다. 사랑이 식은 거지 뭐.` 

저염도 냉장과학을 광고하기 위한 카피이긴 했으나 밥의 의미를 이만큼 재치 있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가족의 입맛과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간을 맞춘 음식은 정성이 부족한 음식이 된다. 

누군가의 입맛에 `짠 음식`은 집밥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 애정이 결여된 밥이다. 

당시 밥에 대한 의미를 누구보다 잘 풀었던 광고가 아닌가 한다.

 

예전 동학에선 `세상을 안다는 것은 밥 한 그릇의 이치를 아는 데 있다`고 가르쳤다. 

세상 자연의 이치와 시간의 조화를 담고 자라온 곡식에, 제대로 키워낸 이들의 땀과 노력, 

그 쌀을 가족 밥상 위에 올리는 이의 마음. 동학의 창시자 해월 최시형은 

날마다 먹는 일상인 밥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하늘에 감사하는 일이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이 소중한 밥을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세상이야말로 동학이 꿈꾸는 `평등한 세상`이었다. 

엄청난 부나 특별한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닌, 

매일 삼시세끼 마주하는 밥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사상. 밥은 동학의 평등사상 매개체다.

 

가수 김건모의 노랫말 중에 `그대의 생일날 따뜻한 밥 한번 못 사주고`라는 가사가 있다. 

그러니 미안하다고 노래한다. 밥이라는 것은 일상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니 밥 한번 못 사줘 미안하다는 말은 `진짜 미안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비슷한 밥을 나눠먹고, 먹고 싶은 걸 먹고 싶은 때 먹고, 사주고 싶을 때 사줄 수 있는 것. 

우리가 꿈꾸는 행복은 대부분 이런 행복이 아닐까.

 

[신숙자 HS애드 크리에이티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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