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시 관내 129개의 여자 중·고등학교 중 31개교에 속옷과 관련한 학교 규칙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해당 학교는 속옷 착용 의무를 교칙에 명시했으며 일부는 흰색, 검은색, 피부와 비슷한 색 등
착용 가능한 속옷 색상을 세부적으로 지정하거나 속옷 무늬, 레이스 유무를 제한했습니다.
심지어 속옷 착용 규칙 위반 시 벌점을 부과하는 학교도 있었는데요.
몇몇 학교가 교칙에 기재한 바에 따르면 속옷이 밖에 나오지 않고 단정하게 보이기 위해
해당 규칙을 제정한 것이었습니다.
이를 발표한 문장길 서울시의회 의원은 과도한 학생 인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복장에 대해서는 학교 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삭제한 것입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5일에 열린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실제 조례에 곧 반영될 전망입니다.
사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속옷 규정, 서울만 문제인 것은 아닌데요.
지난해 발표된 '충북 중·고교 학생생활규정 전수조사'에 따르면
211개교 중 19.9%가 속옷, 양말, 스타킹 색상 및 모양을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여학생을 대상으로 규제하는 경우가 대체로 많았으나 한 고등학교는
'속옷과 와이셔츠는 하의에 넣어 착용해야 한다'는 남학생 대상의 속옷 규정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전국으로 조사범위를 확대했을 때 속옷 관련 교칙이 있는 학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청소년인권행동단체 '아수나로' 치이즈 활동 회원은
"학생인권조례가 생긴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서울에 (속옷 관련) 규정이 남아있단 것에 대해
굉장히 분노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인권 침해적인 규칙을 유지하고 있는 학교들이
학부모, 교사, 학생들의 합의를 통해 만든 규칙이라고 주장하곤 하는데,
합의 위에 학교 구성원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이 존재해야 한다"며
"전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인권법이 필요하나 아직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그 원칙은)
학생인권조례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생들의 개성을 보장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 지역은
경기도, 서울특별시, 광주광역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제주도로 총 6곳입니다.
그러나 지역마다 조례 내용이 다르고 같은 지역 학교끼리도 각각 규칙이 달라
실제로 복장 및 두발 자유를 실감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기 소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황모 양은 "외투를 입으면 벌점을 받는다"며
"다른 건물에 있는 급식실로 이동할 때 추워도 재킷만 입고 가야 하고
여학생이 바지를 입기 위해선 다리에 상처나 흉터가 있는 것을 학교에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심지어 앞서 나열한 6곳 이외의 지역은 학생인권조례마저 없어 복장 규제 교칙을 마련할 근거법이 모호한데요.
배경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낼 수 있는 전국적인 기준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며
초·중등교육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배 위원장은 현재 초·중등교육법 제18조 4에 적힌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은 추상적이라고 지적하며
"학생 인권에 대한 개념 구체화, 인권침해 발생 시 시정할 수 있는 기구 마련,
학교에 인권 담당자 배치 등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래에 사회를 이끌어나갈 학생들이 있는 학교, 그러나 규칙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는데요.
학생들의 인권을 지켜줄 수 있는 제도 마련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전승엽 기자 문예준 조현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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