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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문자는"…간통 아니어도 '부정행위'로 이혼사유

tkaudeotk 2018. 11. 17. 08:33

법정 이혼사유 '부정한 행위'는 간통보다 넓은 개념
이혼사유 해당돼도 유책배우자 이혼청구는 허용 안돼


민법이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하고 있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는 어디까지 일까. 법원은 간통 이외에도 보다 넓은 개념을 적용한다. 

간통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더라도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포함된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다. 


배우자가 있는 A씨는 B씨와 내연관계를 맺고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B씨는 2016년 7월쯤 A씨에게 "난 진정 당신의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랑합니다. 
죽을 때는 함께 손잡고 행복하게 갑시다"라는 문자메시지 등을 보냈다. 

A씨 역시 B씨의 문자메시지에 답장 보냈고, A씨와 B씨는 "좋아한다" "연애하는 기분이다" 
"사랑해" 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A씨의 배우자 C씨는 같은 해 9월 식당에서 A씨와 B씨가 키스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C씨에게 부적절한 관계를 들킨 이후에도 두 사람은 함께 일본여행을 다녀왔고, 
A씨는 이후 가출해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결국 C씨는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자녀의 친권자·양육자 지정과 위자료 및 양육비지급청구를 했다. 

하지만 A씨는 
"B씨와 간통에 이르지는 않았으므로 자신에게 이혼사유가 없다"며 
"오히려 혼인관계의 파탄원인은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C씨에게 있다"며 반소를 통해 이혼을 청구했다. 
또 A씨 역시 자녀의 친권자·양육자 지정과 위자료 및 양육비지급을 청구했다. 

법원은 "민법 840조 제1호에서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하고 있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는 
간통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간통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전제로 C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간통, 즉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사랑해' 등의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주고받는 것을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부정한 행위'로 본 셈이다.  

재판부는 "A씨의 부정행위로 A씨와 C씨 사이의 갈등이 심화됐음에도 A씨가 관계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춰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은 A씨에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씨가 A씨를 폭행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는 주장과
A씨가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하더라도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C씨에게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A씨의 이혼 및 위자료 반소청구를 기각했다. 
또 A씨를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로 보고 C씨에게 2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곽노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는 
"우리 법원은 법률상 이혼사유인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성관계인 간통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배우자 외의 사람과 부적절한 문자 등을 주고받는 것은 
법률상 이혼사유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위자료 배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곽 변호사는 "하지만 우리 법원은 이혼재판에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혼인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유책배우자가 청구한 이혼소송은 법정 이혼사유에 해당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