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TV 앞에서 사라지는 10대들에게 ‘유튜브는 언어이자 문화’

tkaudeotk 2018. 4. 26. 14:38



지난 2월 28일 170만명이 구독하는 인기 유튜버 ‘대도서관’ 채널에 ‘대도서관 라이브(LIVE) 신과 함께’라는 제목의 생방송이 올라왔다. 

2시간 동안 지속된 이 방송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헌에 대한 내용을 ‘퀴즈쇼’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었다. 

게스트로 참여한 이국운 한동대 법학과 교수는 

‘왜 헌법을 바꿔야 하냐’는 질문에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인터넷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스트로 참여한 프리랜서 한석준 아나운서는 

“게임도 정기적으로 패치(업그레이드)를 하는데, 30년이 넘은 헌법도 패치가 필요하지 않냐”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교육 영상으로 쓰고 싶을 정도로 유익했다’

 ‘헌법이 인터넷을 모른다는 말이 너무 소름돋았다’ 같은 댓글 100여개가 달렸다.


영상이 화제가 된 건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청와대가 광고비를 지불하고 대도서관 채널을 활용했다는 점이었다. 

기업이 유튜버들을 활용해 광고비를 지불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청와대가 유튜브 채널을 정책 홍보 목적으로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평소 ‘유튜브계의 유재석’으로 불리며 재미를 추구하는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한 대도서관이 청와대 낙점을 받은 것이다.

유튜버들의 광고 효과는 이미 오프라인으로 검증되고 있다. 

대도서관이 2015년 숙취해소 음료 ‘모닝케어’ 광고 모델로 등장한 이후 유튜버 ‘영국남자’가 삼성전자(2016년), 

‘박막례 할머니’가 롯데홈쇼핑(2017년) 등의 모델로 나선 바 있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 구독자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도 최근 콘택트렌즈 브랜드 아큐브의 TV 광고를 촬영했다. 

CJ CGV는 거침없는 입담으로 40만명의 구독자를 순식간에 끌어모은 국내 최고령 유튜버 박막례(72) 할머니의 브랜드를 활용해 

영화관에 ‘박막례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튜브 시대’다. 한국 시장에서 매달 2500만명(미디어 업계 추산)의 사용자가 

257억분(2018년 2월 기준,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 동안 유튜브에 머물며 콘텐츠를 보고 있다.

이 기간 카카오톡(179억분), 네이버(126억분), 페이스북(42억분) 등의 사용 시간을 크게 웃돌았다.

 네이버 같은 토종 인터넷 공룡에 밀려 구글마저도 맥을 못 춘 국내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는 세계적으로 UCC(User Created Contents·사용자 제작 콘텐츠) 열풍이 불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이나 TV·영화에서 본 재밌는 콘텐츠를 패러디해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사이트 론칭 1년 만에 방문자 수가 300억명으로 급증한 것이 그 결과였다. 

2006년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다. 구글은 2조원을 주고 1년밖에 안 된 스타트업이었던 유튜브를 인수했다.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거액이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헐값이었다.



유튜브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찾기 시작한 시점도 그 시기부터다. 

2007년 유튜브가 유튜버 콘텐츠에 광고를 붙이고, 이에 대한 수익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다. 

유튜브·유튜버 모두 돈을 벌 수 있게 됐다. 이때부터 유튜버들 가운데서는 전문적으로 동영상 제작에 뛰어들고, 

광고 수익을 다시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투자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유튜버들의 콘텐츠 기획·제작을 지원하는 사업모델이 태동한 것도 이 시기였다. 

현재 유튜브는 최근 1년간 구독자 1000명, 

시청시간 4000시간 이상을 충족한 채널에 광고를 붙일 수 있게 하고 있다. 

유튜브는 광고 수익을 어떤 비율로 배분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유튜브와 유튜버가 45 대 55 수준으로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버는 자신의 채널에서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를 콘텐츠에 녹여 부가적인 광고 수입을 챙기고 있다. 

인기 유튜버의 경우 자신의 브랜드를 상품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나왔다. 

이에 따라 구독자가 100만명이 넘는 유명 유튜버들의 연봉은 1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적으로는 게임 방송 콘텐츠로 유명한 영국 유튜버 다니엘 미들턴이 

1650억달러(약 176억원·‘포브스’ 추산)의 수입을 올리며 유튜버 최대 수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성추문에 휩싸였던 한 배우의 음란 카톡이 화제가 됐다. 

유튜브에는 순식간에 해당 배우의 사진과 카톡 캡처가 마치 영상처럼 편집돼 올라 왔다. 

주요 카톡 메시지는 자막으로 처리됐다. 배경 음악도 깔렸다. 

글 중심의 콘텐츠가 금새 영상화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1분에 3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 온다. 

세계 거의 모든 곳의 뮤직비디오, 종영된 드라마 영상부터 삶은 달걀 까는 법, 단추 다는 법 등 일상 콘텐츠까지 없는 게 없다.

유튜브는 이제 막 수익을 내기 시작했거나 아직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가 방대하다 보니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저장하고, 이를 끊김 없이 사용자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버나 네트워크에 재투자하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이에 유튜브는 광고 수익 외에도 2016년 12월 ‘유튜브 레드’라는 유료 동영상 서비스를 선보였다. 

월 7900원을 내면 광고 없이 유튜브 콘텐츠(유튜브 뮤직 포함)를 볼 수 있게 해준다.

 다른 앱을 사용하더라도 계속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는 전용 콘텐츠도 제공한다. 

유튜브는 지난해 4월 첫 자체 콘텐츠로 가수 빅뱅의 캠핑기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올해 3월 방탄소년단(BTS)의 리얼 성장 다큐멘터리를 업로드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레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튜브가 기본적으로 광고를 본다는 가정하에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이고 시청자들이 아직까지는 광고를 감내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멜론’ ‘지니뮤직’ ‘벅스’ 등 디지털 음원 서비스가 월 사용료를 최대 월 1만원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7900원만 내면 되는 유튜브 레드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광고’나 ‘낚시성’ 콘텐츠로 점철된 네이버 검색과 비교해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검색 기능’도 많은 이들이 유튜브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젊은 세대는 글보다 영상으로 콘텐츠를 더 쉽게 이해한다. 뉴스도 유튜브로 검색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광화문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승현(27)씨는 쇼핑을 제외한 모든 것을 유튜브에서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책·뉴스처럼 글로만 돼 있는 콘텐츠를 집중해서 보는 게 너무 힘들다”며 

“보통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 들어가 뉴스를 보고 유명 유튜버의 먹방(먹는 것을 보여주는 동영상)이나 

사람들이 많이 보는 동영상을 보는데, 그때마다 1시간 정도 영상을 계속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구독 채널, 시청 기록 등을 기반으로 관련 영상을 보여주는 추천 알고리즘도 매우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미디어 관계자는 “무언가를 보러 유튜브에 들어갔다가 몇시간씩 유튜브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클릭하고 싶은 관련 영상이 줄줄이 뜨기 때문”이라면서 

“이를 통해 사람들을 오랜 시간 유튜브에 가둬두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최고령 유튜버 박막례(72) 할머니가 10대 팬들과 소통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조선일보 DB



유튜버들의 소통 노력이 10대들 사로잡아


   10대들이 연예인보다도 열광하는 인기 유튜버 ‘도티(구독자 219만명)’는 
  올해 2월 1일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10대들이 주류 미디어로부터 소외받아 왔다”고 지적했다. 
  도티는 “저녁 8~9시쯤 생방송을 하면서 ‘TV에서 재미있는 방송 하지 않느냐’고 
  (시청자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대부분은 재미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며 
“  10대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은 유튜브에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버들이 만드는 콘텐츠가 10대들에게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로 

해당 유튜버들이 10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 노력한다는 점을 든다. 

도티의 경우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며 중간중간 시청자 댓글을 캡처해 화면에 띄운다.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자기 댓글이 캡처돼 올라오는 것을 최고의 자랑거리로 여긴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Z세대’는 유튜브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미국 광고전문지 애드위크와 디파이미디어가 지난해 Z세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모바일에 없으면 생활할 수 없는 앱을 고르라’는 질문에 전체 50%가 “유튜브 없이는 못 산다”고 답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Z세대의 유튜브 의존 현상은) 우리에겐 분명 위기이며, 

(유튜브에서 많이 검색되는) 하우투(how to) 영상이나 지식 동영상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Z세대를 잡기 위한 고민이 담긴 것이었다.


광고주들도 유튜브에 주목하고 있다. 

CJ E&M 관계자는 “10대들에게 유튜브는 언어이고, 일상이며, 문화”라면서 

“이들이 구매력을 갖춘 세대로 거듭나는 것이 불과 몇 년 남지 않은 만큼 

광고주들은 유튜버를 활용하는 다양한 콘텐츠 광고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확고한 동영상 1위 서비스라는 점이 꼭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유튜브에 기대하는 바가 커지기 때문이다. 

4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유튜브 본사에서 평소 수익 배분에 불만을 품었던 한 유튜버가 총격 사건을 저지르고 자살한 사건은 

유튜브 정책에 대한 기대 수준이 얼마만큼 높은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라고 업계에서는 말한다.


김조한 곰앤미디어 이사는 

“확고부동한 1등 동영상 서비스다 보니 콘텐츠 관리나 정책 면에서 유튜브 관리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졌다”고 했다.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매섭다. 

특히 유튜브가 취약한 부분인 실시간 방송(스트리밍) 서비스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광고 없는 유튜브’를 표방한 ‘디튜브’라는 동영상 공유 서비스도 생겼다. 

전문가들은 유튜브가 선점효과를 누리고는 있지만, 변화에 빨리 대응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밀려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키즈 유튜버로 유명한 ‘마이린TV’의 최린(오른쪽)군이 어머니 이주영씨와 함께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 마이린TV



유튜브를 보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부모들은 유튜브를 보지 말라고 하면서도 조르니까 어쩔 수 없이 보여준다. 

아니면 독하게 안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인터뷰한 부모는 아이에게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줬다. 

3년째 콘텐츠 기획·동영상 촬영·채널 운영도 돕고 있다.

“지금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은 태어나니 스마트폰이 나와 있었어요. 

유튜브를 보지 말라고만 할 게 아니라 아이가 뭘 보는지 관심을 가져야 해요.”

키즈 유튜버로 구독자 50여만명을 끌어모은 ‘마이린TV’ 최린(12)군의 아버지 최영민씨와 어머니 이주영씨 이야기다. 

최씨는 “아이들이 유튜브를 하는 것은 다른 또래들과 ‘댓글 놀이’, 즉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무엇을 봐야 할지에 대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부터 유튜브 문화를 익혀야 한다. 

이들 부모는 2015년 3월 유튜브 행사에 우연히 참여했다가 

즉흥적으로 마이린TV 채널을 개설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를 전혀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씨와 이씨는 지금 마이린TV 콘텐츠를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 올리는 일을 맡고 있다. 

최씨는 “특별한 장비 없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면서 

“기술적으로는 부족한 게 많지만 아이가 댓글로 소통하는 

이른바 ‘디지털 시대의 사회생활’에 대해서는 충분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같이 올라오는 콘텐츠는 하루에 3000여개씩 올라오는 또래 친구들의 댓글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편의점 치킨 맛 비교’나 ‘1만원으로 편의점 털기’ ‘문방구에서 100원짜리 탱탱볼 뽑기’ 등 

주로 초등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편의점, 문방구, 다이소 아이템이 소재다.

또래와 소통하면서 콘텐츠를 쌓아 나가자 구독자가 늘고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다소 소극적이었던 최군의 성격도 변해갔다. 

최씨는 “아이가 키가 작은 편이어서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채널을 운영하면서 자신감·자존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마이린TV를 보면 아이가 유명 유튜버부터 신인 유튜버, 

또래 친구들 등 다양한 사람과 협업해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는데, 

이들과 같이 성장하고 좋은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큰 경험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기사: 장우정 기자   http://economychosun.com